[리뷰] '재혼 황후', 막장극의 나라에 도착한 '순한 맛' 도파민

박정선 기자 2026. 10. 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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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황후'

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 어쩌면 문제작인 디즈니+ 시리즈 '재혼황후'가 오는 11월 4일 베일을 벗는다.

'재혼황후'는 동대제국의 완벽한 황후 신민아(나비에)가 도망 노예 이세영(라스타)에게 빠진 황제 주지훈(소비에슈)으로부터 이혼을 통보받고, 이를 수락하는 대신 서왕국의 왕자 이종석(하인리)과의 재혼 승인을 요구하며 벌어지는 로맨스 판타지 대서사극이다.

신민아, 주지훈, 이종석, 이세영.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끌어올리는 배우들이 한 작품에 모였다. 여기에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판타지 로맨스, 황실을 둘러싼 불륜과 이혼, 재혼까지 더해졌다. 분명 자극적인 재료를 갖춘 작품이다. 문제는 그 재료를 꺼내놓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데 있다.

황후 신민아가 황제 주지훈과 관계의 변화를 겪은 뒤 새로운 선택에 나서는 과정을 그린다. 원작은 이혼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재혼을 요구하는 강렬한 장면으로 시작하며 독자를 단숨에 끌어당겼다. 반면 드라마는 두 사람의 기존 관계와 황실의 분위기를 차근차근 설명하는 쪽을 택했다.
'재혼 황후'
'재혼 황후'

라스타 역의 이세영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2회 무렵이고, 하인리 역의 이종석은 3회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전체가 10부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 긴 예열이다. 이혼과 재혼이라는 작품의 핵심 사건을 기대하고 들어온 시청자라면 초반부가 답답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다.

'재혼 황후' 측은 '도파민'이라는 키워드를 셀링 포인트로 정한 모양새다. 그래서 더 아쉽다. 불륜과 후계 경쟁, 황실 암투가 등장하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이미 수많은 극단적 설정을 경험한 시청자에게는 자극의 강도가 높지 않다. 이른바 '막장극'의 문법을 판타지 로맨스 안에 옮겨놨지만, 익숙한 장치를 새롭게 느끼게 할 만큼 속도나 강도가 세지는 않다.

'재혼 황후'
'재혼 황후'
대신 시각적인 부분은 예상보다 안정적이다. 공개 전부터 서양식 왕궁과 의상, 한국 배우들의 조합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화면에서는 배우들의 존재감이 상당 부분 이를 상쇄한다. 특히 신민아는 화려한 드레스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황후라는 지위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이세영은 순진함과 경계심이 동시에 느껴지는 라스타의 분위기를 만든다.

다만 미술과 소품은 장면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공들인 세트와 의상이 판타지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 순간이 있는 반면, 일부 장면에서는 테마파크 무대를 연상시키는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다.

재혼황후
재혼황후
결국 '재혼 황후'의 성패는 이 낯선 세계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현실적인 개연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곳곳에서 걸리는 대목이 생기지만, 황실 로맨스와 재혼 서사 자체를 하나의 판타지로 받아들이면 즐길 거리가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재혼 황후'는 시작 전 하나의 약속을 요구하는 작품에 가깝다. 영화 '오디세이'가 '마법이 존재하던 시대'라는 문장으로 자신의 세계를 먼저 선언하듯, '재혼 황후' 역시 현실의 기준을 잠시 내려놓아야 비로소 작동한다. 화려한 비주얼과 느린 전개, 익숙한 막장과 낯선 판타지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마음이 가느냐에 따라 평가도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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