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묵은 빚 4.9조원 정리한다…누가 얼마나 면제받나

최정훈 2026. 10. 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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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금융공공기관에 15년 이상 묵은 연체채권 4조9000억원을 정리한다. 이 가운데 4조5000억원은 재산조사를 거쳐 갚을 여력이 있는데도 갚지 않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내년 1분기까지 소각한다.

올해 6월 말 기준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한국주택금융공사·예금보험공사·서민금융진흥원·캠코 등 7개 기관이 보유·관리하는 부실채권은 59조6000억원이다.

정부는 우선 15년 이상 연체채권 가운데 법적 조치나 채무조정이 진행 중인 채권 등을 제외한 4조9000억원, 11만8000건을 정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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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이상 연체 11만8000건…4.5조원 내년 1분기 소각
갚을 재산 있는데 버티거나 재산 숨긴 경우 등은 제외
기초수급자 등은 금액 무관 5년 시효 도래 때 빚 종결
캠코 원금감면 최대 80%로…보증부대출 채무조정도 앞당겨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금융공공기관에 15년 이상 묵은 연체채권 4조9000억원을 정리한다. 이 가운데 4조5000억원은 재산조사를 거쳐 갚을 여력이 있는데도 갚지 않는 경우 등을 제외하고 내년 1분기까지 소각한다. 앞으로는 연체 5년 시점에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의 빚을 종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회수하기 어려운 채권을 오래 보유하며 추심하는 관행도 바꾼다.

금융위원회는 28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양재타워에서 열린 ‘제7차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금융공공기관 부실채권 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갚기 어려운 빚을 신속하게 정리해 채무자가 경제활동에 복귀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자료=금융위원회 제공
올해 6월 말 기준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한국주택금융공사·예금보험공사·서민금융진흥원·캠코 등 7개 기관이 보유·관리하는 부실채권은 59조6000억원이다. 개인·개인사업자의 빚이 23조7000억원, 법인의 빚이 35조9000억원이다.

그동안 이들 기관은 회수 가능성이 낮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한 채권도 평균 6.8년을 더 보유했다. 손실처리를 뜻하는 ‘상각’은 채무자의 빚 자체를 없애는 ‘소각’과 달라, 상각 이후에도 추심이 이어질 수 있다. 연체 발생부터 채권관리 전문기관인 캠코에 넘기기까지는 평균 9.2년이 걸렸다.

정부는 우선 15년 이상 연체채권 가운데 법적 조치나 채무조정이 진행 중인 채권 등을 제외한 4조9000억원, 11만8000건을 정비한다. 이 중 시효가 도래하거나 신속하게 소각할 수 있는 4조5000억원은 채무자가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재산을 조사해 내년 1분기까지 소각한다. 다만 회수 가능한 재산이 상당히 있는데도 갚지 않는 경우 등은 제외한다. 나머지 4000억원도 내년까지 매각하거나 소각한다.

새도약기금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 5~7년 연체·5000만원 이하 채권 4000억원도 별도로 정리한다. 취약계층 여부와 재산·소득 등을 살펴 갚을 능력이 없으면 빚을 종결한다. 심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 등에는 캠코로 넘겨 채무조정을 유도한다. 두 대상을 합친 정비 규모는 5조3000억원이다. 이 중 캠코에 매각하는 채권은 빚이 바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후 감면이나 분할상환 등을 거치게 된다.

새로운 장기연체채권이 쌓이지 않도록 관리 방식도 바꾼다. 대출채권은 통상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도래하지만, 채권자가 지급명령 등 법적 조치를 하면 시효가 연장된다. 앞으로는 이 시점에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의 시효를 연장하지 않고 빚을 종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연금수급자·생계지원금을 받는 국가유공자는 빚의 규모와 관계없이 별도 심사 없이 적용한다. 500만원 이하 채무는 재산을 조사해도 회수할 실익이 거의 없으면 종결한다. 5000만원 이하 채무는 채무자가 신청한 심사에서 상환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면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연체 15년이 지나 두 번째 시효가 도래하면 금액과 관계없이 빚을 소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채무조정·회생이 진행 중이거나 갚을 재산이 있는데도 갚지 않는 경우, 재산을 숨긴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등은 제외한다.

홍상준 금융위 가계금융과장은 “무조건 시효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상환능력이 없는 경우에 시효를 완성하는 것”이라며 “채무자에게 혜택을 주는 게 아니라 상환능력을 기반으로 채권관리를 합리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관마다 달랐던 채권관리 기준을 정비하고 캠코의 역할도 강화한다. 5000만원 이하 개인·개인사업자 부실채권은 가급적 연체 3년 안에, 원칙적으로 5년 시점까지 캠코에 넘기도록 한다. 행정처리에 필요한 기간은 최대 1년을 추가로 허용한다. 캠코가 채무자의 상환부담 등을 따져 원금을 깎아주는 비율은 현행 30~60%에서 30~80%로 확대한다.

보증부대출의 채무조정도 앞당긴다. 지금은 보증기관이 은행에 빚을 대신 갚는 ‘대위변제’ 이후에야 채무조정이 가능해 연체 후 6~9개월이 걸렸다. 앞으로는 대신 갚기 전부터 협의를 시작해 3~6개월 내외로 줄인다. 채무조정이 확정되면 대위변제 사실을 신용정보에 등록하지 않아 이에 따른 신용상 불이익도 막는다. 공공기관이 회계상 손실처리를 하기 전에도 원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재정부담과 관련해 금융위는 정리 대상 대부분이 경제적 가치가 없는 채권이어서 캠코 추가 출자는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기관별 추가 손실이나 예상 회수금액 등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코로나 피해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2023년 6월 이전 연체·1억원 미만 채권을 일괄매입해 특별 채무조정을 추진한다. 기업은행은 중·저신용자에게 최대 2000만원을 10년간 연 4.9%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대출을 1조원 규모로 공급한다. 공공기관 채권관리 개편은 내부 규정 등을 고쳐 올해 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인식이 ‘회수’에서 ‘채무자 재기’를 중심으로 전환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이러한 인식의 변화를 마중물 삼아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남은 정책 과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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