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투자 선결 조건 채워" 네이버, 브룩필드와 90억달러 계약 완료

최진홍 기자 2026. 10. 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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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GW AI 팩토리 실행 단계 진입
매출 연동 사용료로 초기 투자 부담 덜어
엔비디아 네이버 3대 주주 등극 초읽기

네이버는 27일 브룩필드와 9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인프라 확보 계약을 체결, 엔비디아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위한 선결 조건을 충족했다고 전격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할 예정이다. 

세 회사가 함께 추진하는 1GW급 글로벌 AI 팩토리 사업도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선다.

이번 계약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두 투자가 서로와 서로를 조건과 조건으로 묶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지난 7월 네이버 보통주 724만1564주를 1조4808억9983만8000원에 사들여 지분 4.5%를 확보하기로 했으나 이 투자는 네이버가 별도로 최소 90억달러의 확정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당시 브룩필드가 서명한 문서는 구속력이 없는 비구속적 조건합의서였다. 브룩필드와의 정식 계약이 늦어지면 엔비디아의 투자도 함께 밀리는 구조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번 계약으로 자본 조달의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엔비디아의 네이버 3대 주주 등극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유상증자의 당초 납입기한은 이달 30일이다.
이해진 의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네이버

55MW 청사진에서 90억달러 계약까지
쉽지 않은 길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지난 6월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기가와트급 소버린 AI 인프라 구상을 밝히고 엔비디아 DSX 기반 AI 팩토리의 초기 구축 규모를 55MW로 잡았으나 당시만 해도 자금 조달 방식과 구체적인 공정표는 정해지지 않은 청사진에 가까웠다.

기류가 달라진 것은 7월이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최수연 대표가 7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의 엔비디아 사옥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나 협력을 확정하며 판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각 세종의 구축 규모를 200MW로 늘리는 계획이 공개되며 새로운 가능성 타진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사이즈'가 달랐다. 초기 구상보다 3배 이상 커진 규모에 시장의 기대감이 커졌다.

7월 27일 공시를 통해 그 거래의 윤곽이 드러났다. 공시에 따르면 네이버는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10억달러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브룩필드를 90억달러 규모 인프라 자금의 독점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네이버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2008년 코스피 이전 상장 이후 처음이다.

기존 주주를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됐다.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 우려가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보통주 490만1094주를 8월 3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소각 규모는 약 1조170억원으로 유상증자 총액과 비슷했다. 새 자금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유통 주식 수를 줄여 기존 주주의 부담을 덜겠다는 구성이었고 공시 당일 네이버 주가는 개장 초 9%대 급등했다. 이후 브룩필드와의 딜도 달성, 입체적 가능성 타진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후속 액션플랜은 숨 가쁘게 이어졌다. 실제로 이해진 의장은 9월 3일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브루스 플랫 브룩필드자산운용 회장과 만나 후속 논의를 이어갔으며 플랫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본 투자에 더해 장비와 인프라의 효율적 조달, 고객 유치까지 돕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밝혔다. 비구속적 합의가 정식 계약으로 넘어가기까지 다시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이다.
사진=네이버

브룩필드는 자본, 엔비디아는 기술, 네이버는 운영
3개의 회사는 추후 삼각체제로 가동할 전망이다. 실제로 브룩필드는 가칭 Asset Co.라는 특수목적법인(SPV)을 세우고 최대 90억달러를 투자해 GPU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확보한다. 이렇게 갖춘 컴퓨팅 파워는 AI 팩토리 운영사인 네이버클라우드에 제공된다.

브룩필드는 이 분야의 큰손이다. 전 세계에서 1조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글로벌 대체자산 운용사로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반도체 제조, 전용 전력 생산 등 AI 인프라 가치사슬 전반에서 약 1000억달러의 자산을 굴린다. 2014년 한국에 진출한 뒤 인프라와 부동산, 에너지 분야에서 약 120억달러를 운용해 왔다. 엔비디아가 브룩필드 글로벌 AI 인프라 프로그램의 창립 파트너라는 점에서 네이버는 엔비디아 생태계와 직결된 자금줄을 확보한 셈이다.

역할 분담도 정리됐다. 네이버와 네이버클라우드는 대규모 GPU 클러스터를 직접 구축하고 운영해 온 역량과 데이터센터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을 주도한다. 엔비디아는 DSX 등 차세대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을 중심으로 기술 협력을 제공해 AI 팩토리의 기술 경쟁력과 운영 효율을 끌어올린다. 브룩필드가 자본을, 엔비디아가 기술을, 네이버가 운영을 맡는 삼각 구도다.

엔비디아가 네이버를 고른 배경에는 오랜 운영 이력이 있다. 네이버는 2019년 엔비디아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국내 최대 수준인 10만장 규모의 GPU를 대규모 클러스터로 운영해 왔다. 전국 20여 곳에 GPU 상면을 미리 확보해 자원 확보부터 서비스 개시까지 걸리는 기간을 1개월 이내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GPU를 손에 넣고도 전력과 냉각 문제로 가동이 늦어지는 시장에서 빠른 가동 능력이 협력의 근거가 됐다는 분석이다.

AI 팩토리는 2027년 상반기 55MW 가동을 시작해 2028년 200MW까지 규모를 키운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각 세종이 핵심 거점이며 이후 해외 시장으로 사업을 단계적으로 넓힌다.

한편 이번 계약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비용을 치르는 방식이다. 

먼저 네이버는 브룩필드가 확보한 인프라를 쓰는 대가로 사업 매출에 연계한 사용료를 지급한다. 설비를 직접 사들이는 대신 매출이 나는 만큼 비용을 내는 방식이어서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초기 투자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네이버는 이를 통해 사업 초기의 재무 부담을 관리하고 운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격에 있다. 검색과 광고는 설비 투자 없이도 이익을 내 온 사업이지만 AI 팩토리는 돈부터 붓고 몇 년 뒤에 회수하는 사업이다.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이 12조400억원인 상황에서 100억달러는 연 매출을 웃도는 규모다. 설비 자산을 별도 법인에 두고 매출과 비용을 연동하는 방식이 재무 부담을 줄이는 장치로 쓰인 배경이다.

물론 부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종속회사인 네이버클라우드의 사용료 지급 의무에 대해 최대 8년간 지급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이 지급보증이 원활한 계약 이행을 위해 신뢰를 확보하는 조치이며 그 자체로 실제 자금 지출이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급보증은 사업이 계획대로 굴러갈 때를 전제로 한다. AI 팩토리의 가동률이 기대에 못 미쳐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용료를 감당하지 못하면 보증을 선 네이버가 책임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사용료가 매출에 연동되는 만큼 고객사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보증의 무게를 좌우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남은 승부처는 고객과 가동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9월 프랑스 순방에서 원자력 기반의 안정적인 전력을 가진 프랑스와 유럽 기업이 쓸 AI 팩토리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같은 달 멕시코에서는 경제부 장관을 만나 소버린 AI와 AI 팩토리 협력을 논의했고 앞서 8월에는 브라질과 칠레의 데이터센터·통신 기업 경영진과도 접점을 넓혔다.

네이버가 겨누는 수요는 소버린 AI다. 자국 데이터를 자국 영토의 서버에서 처리하려는 국가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검색엔진과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모두 운영해 본 기업이 미국과 중국 밖에서는 드물다는 점이 네이버의 무기로 꼽힌다.

경쟁 환경도 녹록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웹서비스, 구글은 이미 각국에 리전을 두고 데이터 주권 요구에 대응하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SDS가 3조7000억원을 들여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SK텔레콤과 KT가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네이버가 해외에서 직접 AI 팩토리를 운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도 이런 구도와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남은 과제는 실행이다. 자금 조달이라는 첫 관문은 넘었지만 당장 2027년 상반기 55MW 가동 일정을 지키는 일과 가동 전에 장기 고객사를 확보하는 일이 차례로 기다리고 있다.

세종에서 증명한 빠른 가동 속도가 해외 부지에서도 재현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계약서의 숫자가 실제 매출로 바뀔 때까지 남은 시간은 1년 반 남짓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