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해리 케인, 생애 첫 발롱도르 수상...손흥민 절친, 세계 최정상으로
과거 토트넘 홋스퍼 시절 손흥민과 함께 ‘영혼의 단짝’으로 전 세계를 호령했던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33·바이에른 뮌헨)이 한 해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Ballon d’Or·황금공)를 품에 안았다. 생애 첫 수상의 영예다.

케인은 27일(한국 시각) 영국 런던 팔라디움에서 열린 2026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남자 선수 부문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올해 70회째를 맞은 발롱도르는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주관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축구 시상식이다. 이번 시상은 70주년을 맞아 전통적 개최지였던 프랑스 파리를 벗어나 사상 처음으로 케인의 조국인 런던에서 열렸으며, 전 세계 기자단 100명의 투표로 최종 승자를 가렸다.
이번 발롱도르는 지난 북중미 월드컵 득점왕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 스페인의 북중미 월드컵 우승을 이끈 ‘신성’ 라민 야말(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등 세계 최정상급 스타들이 후보에 올라 각축을 벌였지만, 주인공은 케인이었다.

올해 33세인 케인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축구에 더 눈을 뜨며 만능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2025-2026시즌은 압도적이었다.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과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을 통틀어 공식전 65경기에 출전해 무려 73골 8도움을 기록했다. 뮌헨의 독일 분데스리가(36골 득점왕),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독일 슈퍼컵 우승을 견인하며 국내 트레블(3관왕)을 완성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4골을 터뜨리며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큰 획을 그었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주장 완장을 차고 6골을 터뜨리며 조국을 3위에 올려놓았다. 특히 프랑스와의 3·4위전(6대4 승) 승리를 이끌며 잉글랜드 축구 역대 월드컵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새겼다. 케인은 한 해 최다 득점자에게 수여되는 ‘게르트 뮐러 트로피’까지 석권하며 2관왕에 올랐다.
잉글랜드 출신 선수의 발롱도르 수상은 스탠리 매튜스(1956년), 바비 찰턴(1966년), 케빈 키건(1978·1979년), 마이클 오언(2001년)에 이어 역대 5번째다. 특히 케인은 2001년 오언 이후 25년 만에 조국에 황금빛 트로피를 안기며 잉글랜드 축구사에 거대한 이정표를 남겼다.

세계 최정상 스트라이커로 성장하기까지 케인 역시 많은 시련과 도전을 이겨냈다. 런던 북동부 레이턴스톤에서 자란 케인은 여덟 살이던 2002년 아스널 유스 아카데미에 입단했으나 단 1년 만에 방출 통보를 받았다. 당시 아스널 아카데미 총괄이었던 리암 브래디는 훗날 “몸이 다소 통통했고 순발력과 운동능력이 떨어져 방출했다”고 회고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공원을 걷다 방출 소식을 들은 여덟 살 소년은 눈물을 삼키며 “다시 시작하자”는 아버지의 말을 가슴에 새겼다. 왓퍼드를 거쳐 2004년 만 11세에 운명처럼 ‘북런던 라이벌’ 토트넘 홋스퍼 유스팀에 입단했지만, 그곳에서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유망주였다. 체격 조건도, 스피드도 특출나지 않아 “제대로 된 정통 공격수가 될 수 없다”는 혹평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성인 선수가 된 후에도 좀처럼 토트넘에 자리잡지 못했다. 2011년부터 레이턴 오리엔트(3부), 밀월(2부), 노리치 시티, 레스터 시티 등 하부리그 팀들로 무려 네 차례나 임대를 다녔다. 밀월 시절 거친 몸싸움을 견디며 성장통을 겪었고, 노리치에서는 중족골 골절 부상을 당했으며, 2013년 레스터 시티에서는 벤치를 지키면서 한 때 극심한 자기 회의에 빠졌다.
하지만 시련을 이겨낸 케인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만나 토트넘에서 잠재력을 터트렸다. 2014-2015시즌 51경기 31골로 단박에 EPL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부상했고 곧 세계 최정상 스트라이커 반열로 들어섰다.
그 과정에는 영혼의 듀오 손흥민이 있었다. 두 선수는 토트넘에서 8시즌 동안 통산 47골을 합작하며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다 합작 골 신기록을 작성했다. 서로의 눈빛만 봐도 패스를 찔러주고 골망을 흔들며 세계 최강의 듀오로 군림했다. 케인은 2023년 우승 트로피를 위해 독일 바이에른 뮌헨으로 둥지를 옮긴 뒤 신체 능력의 저하에도 축구 능력은 도리어 더 발전했고, 서른셋의 나이에 개인 통산 첫 번째 발롱도르라는 정점에 도달했다.
이날 시상식에선 레알 마드리드와 프랑스 대표팀에서 52골을 몰아친 음바페가 발롱도르 2위,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 주역 야말이 3위에 올랐다. 만 19세인 야말은 21세 이하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코파 트로피’를 3년 연속 수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올해의 감독상은 스페인을 월드컵 정상으로 이끈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은 런던 시내의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참석 선수들이 늦게 도착하면서 일정이 다소 지연되기도 했다. 시상식을 마친 케인은 “많은 골을 넣는 것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하다”며 “인생의 모든 것을 함께해 준 아내 케이트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감격 어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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