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시' 목줄 쥐고 미성년 제자 4년 성 착취… 유명 국악 연주자의 민낯

신은별 2026. 10. 2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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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을 가르치는 중학교에 출강했던 유명 국악 연주자가 미성년자였던 제자를 4년여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대통령상 수상과 각종 경연대회 심사 경력을 가진 연주자가 어린 제자의 신뢰와 의존을 이용해 '그루밍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악 연주자 A씨가 2019년부터 미성년자였던 제자 B씨를 상대로 추행과 유사성행위, 간음 등을 4년여간 반복했다는 내용의 178페이지 분량의 고소장이 최근 서울경찰청에 접수됐다.

A씨는 아내가 학교에서 가르치던 미성년 제자를 상대로 성적 착취를 해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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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국악인, 미성년 제자 성착취 혐의]
추행→간음으로… 신뢰 쌓고 성적 접촉 확대
반려견 애칭·비밀 유지 요구… '그루밍' 정황
입시 영향력 악용?… 아내는 제자 전공교사
경찰, 고소장 접수... 국악인은 혐의 부인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국악을 가르치는 중학교에 출강했던 유명 국악 연주자가 미성년자였던 제자를 4년여간 성적으로 착취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대통령상 수상과 각종 경연대회 심사 경력을 가진 연주자가 어린 제자의 신뢰와 의존을 이용해 '그루밍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다. 첫 추행 당시 고소인은 '만 16세 미만'이었다. 고소인은 해당 중학교와 연계된 고등학교 졸업생이다. 이 학생이 고등학교에 다닐 당시 연주자는 같은 교정에 있는 중학교 강사였다.


"미성년 제자 간음"... 유명 국악인 피소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악 연주자 A씨가 2019년부터 미성년자였던 제자 B씨를 상대로 추행과 유사성행위, 간음 등을 4년여간 반복했다는 내용의 178페이지 분량의 고소장이 최근 서울경찰청에 접수됐다. 성적 행위는 개인 레슨을 받을 때 주로 이뤄졌다. B씨는 주 2회 개인 레슨을 받았다.

A씨는 2019년부터 B씨의 이마와 코, 턱, 입술에 반복적으로 입을 맞추면서 추행을 시작했다. B씨가 얼굴을 돌리거나 몸을 밀어내며 거부했지만 성적 침해는 이어졌다. A씨는 추행 이후인 2019년 9월 자신의 결혼식에 B씨를 초대하기도 했다.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가슴을 만지고 팔뚝을 쓰다듬거나 끌어안더니 유사성행위와 간음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첫 간음 당시 피해자 B씨는 미성년자였다. 성적 침해는 주로 레슨실과 A씨의 차량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소장에 적시된 혐의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위계 등 간음·유사성행위·추행과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제자 길들인 의혹… "손" 지시·코 깨물기

이런 관계가 장기간 이어진 배경에는 사제 관계에서 비롯된 위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서적 의존 관계를 형성한 뒤 성적 접촉을 확대하고, 피해자가 거부하거나 외부에 도움을 청하기 어렵게 만드는 과정은 '그루밍' 성범죄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그루밍 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으로 지배(길들이기)한 뒤 이뤄진다.

실제로 A씨가 B씨의 일상을 통제한 정황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A씨는 반려견 이름으로 B씨를 부르고 손을 앞으로 내밀라는 뜻으로 "손"이라고 지시했다. 코를 깨물기도 했다. A씨가 귀가를 도와주겠다며 B씨를 태워준 차량 안에서도 성적 접촉이 반복됐는데, 이때 A씨는 B씨에게 실제보다 늦게 출발하는 것처럼 부모에게 알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적 접촉으로 지체된 시간을 부모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A씨는 B씨에게 "무덤까지 가져가자"며 피해 사실을 숨길 것을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국악계 영향력 악용했나… 수사 쟁점

A씨가 입시 준비에 매진하는 B씨의 상황을 악용해 성적 침해를 이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A씨는 대통령상, 국회의장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등을 수상한 유명 연주자다. 'A씨에게 배워야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 제자가 믿고 있다는 걸 알고 장기간 성적 침해를 이어갔다는 것이다. 실제로 B씨는 고교 재학 당시 A씨에게 개인 레슨을 받으며 서울의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매진했고, 이런 목표를 주변에도 밝혀왔다.

A씨는 각종 경연대회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경연대회는 연주 실력을 점검하고 실전 경험과 수상 경력을 쌓는 무대다. 학생들은 이런 경연에서도 A씨를 심사위원으로 마주칠 수 있다. A씨가 공개한 홈페이지에는 약 40건의 심사 이력이 기재돼 있다. 스승이 자신의 심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더라도, 학생 입장에선 여러 경연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스승의 위상과 영향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국악계의 폐쇄적인 사사 관계는 피해를 알리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같은 악기를 다루더라도 누구의 가락과 연주 방식을 이어받느냐에 따라 사사 관계가 형성되고, 이 관계가 입시와 이후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국일보가 취재한 국악인들도 한목소리로 "스승과의 관계가 끊기면 진로까지 막힐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범죄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를 지낸 변주은 법무법인 송강 변호사는 "이런 사건에서는 관계가 형성된 과정과 진로에 미치는 영향, 거부하기 어려웠던 사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며 "피해 이후 친밀한 연락이 이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부정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기사 관련자의 신원 보호를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일러스트. 실제 인물·장소와는 무관하다. 챗GPT 생성

아내 제자였는데... 제자 "싫다고도 못 하고"

추행과 간음 등이 이어지던 시기에 A씨는 B씨가 다닌 고교와 연계된 중학교 강사였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해당 중학교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3월부터 2026년 2월까지 강사로 활동했다.

두 학교는 같은 교정에 있고 건물과 생활 공간도 이어져 있다. 개인 레슨이 끝난 뒤에도 학교생활에서 스승과 분리되기 어려운 구조다. 더욱이 A씨의 아내는 고교에서 B씨가 다루는 악기를 가르치는 전공교사로, 고교 3년 내내 B씨를 지도했다. A씨는 아내가 학교에서 가르치던 미성년 제자를 상대로 성적 착취를 해온 셈이다.

고소인이 경찰에 제출한 일기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B씨는 주변에 피해를 털어놓지 못한 채 다이어리와 휴대폰 메모장에 고통스러운 심경을 남겼다. 당시 작성한 일기와 메모도 경찰에 증거로 제출됐다. 2022년 1월 일기에는 "싫은데 싫다고도 못 하고 또 반복하고 후회하고 한다. 그만하고 싶다, 정말"이라고 적혀 있다. 같은 해 4월 8일 작성된 휴대폰 메모에는 "유독 이 문제에서는 싫다고 하기가 어려웠다. 싫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적 침해는 2023년 말에야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주변에 피해 사실을 처음 알린 것은 2024년 6월이었다. 첫 피해를 겪은 뒤 이를 주변에 털어놓기까지 5년 넘게 걸렸다.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까지는 그로부터 2년여가 더 걸렸다. B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흰뫼의 박지영 변호사에 따르면 B씨는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A씨 측은 사실관계와 입장을 묻는 한국일보에 "제자를 상대로 추행, 유사성행위, 간음을 비롯한 어떠한 성적 접촉도 한 사실이 없고 제자와의 관계는 레슨 지도를 위한 사제 관계였을 뿐"이라며 "레슨 일지, 일정과 동선이 기재된 기록, 제자들과의 연락 내역 등에서도 고소 내용에 부합하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 측은 그러면서 "(고소장에 적시된) 마지막 행위 시점(2023년 말)으로부터 약 3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고소가 제기된 경위와 배경은 수사 과정에서 규명돼야 한다"며 "수사에 협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제보받습니다>
한국일보는 국악계의 성폭력·성착취 사건과 피해를 알리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피해를 겪었거나 이 같은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다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학교·기관의 묵인이나 부실 대응에 관한 제보도 받습니다. 피해자와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하고, 취재·보도 과정에서 피해자 의사를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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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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