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농지 전수조사 칼 빼들었다…투기·생계농민 가른다
상속 농지·생계형 영농 보호 강조…농민 피해 차단에 초점
임차농 보호·여성 농업인 차별 개선…농촌 현안도 논의
특별조치법 추진에도 과제 산적…투기 판별 기준이 관건
[지데일리] 농지를 둘러싼 투기와 생계형 영농의 경계를 어떻게 가를 것인가. 정부가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농민 피해를 막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조사 기준과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지 투기를 차단하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오랜 기간 농사를 지어온 농민에게 예상치 못한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농어민 간담회에서 농지 전수조사의 목적이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 농지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상속으로 물려받은 토지나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농지까지 불이익을 주려는 조치는 아니라는 점도 거듭 설명했다.
농지를 소유한 모든 사람을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보다 취득 목적과 이용 실태를 살펴 투기성 보유를 가려내겠다는 취지다. 농지의 공공성과 농민의 재산권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는 농지법에 따른 경자유전 원칙을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조치다. 경자유전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헌법적 가치다.
농지가 생산 수단이 아니라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대상으로 활용되면 농업인의 토지 확보가 어려워지고 농지 가격 상승으로 영농 비용까지 커질 수 있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투기성 농지 보유를 방치하면 신규 농업인의 진입 장벽도 높아질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법률상 의무인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5월부터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농지 취득 과정의 적법성뿐 아니라 소유자가 농지를 본래 목적에 맞게 이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핵심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투기 목적의 농지 보유와 법 위반 정황이 드러나면 관련 법령에 따른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정책 취지와 현장 현실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농촌에서는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농지가 적지 않다.
가족 간 상속과 증여, 농기계 공동 이용, 임대차 관행 등 농촌의 다양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투기와 생계형 영농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서류상 요건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오랜 기간 농업을 이어온 주민이 행정 부담을 떠안거나 농지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우려도 있다.
농지 임차농 보호와 농지 매입 지원, 여성 농업인이 겪는 차별 문제도 간담회에서 논의됐다. 농지를 직접 소유하지 못한 임차농은 토지 소유자의 결정에 따라 영농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투기성 농지를 적발하더라도 해당 토지를 실제로 경작하는 농민의 권익을 함께 살피지 않으면 농지 이용 질서 개선이 오히려 농업 현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 농업인의 권리와 경제적 지위를 보장하는 제도 개선도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투기 목적이 없는 관행적 위반에 대해서는 처분을 유예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예외 규정이 지나치게 넓으면 투기성 보유자에게 빠져나갈 틈을 제공할 수 있고,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면 선의의 농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투기 목적을 판별할 구체적인 기준과 소명 절차, 이의 신청 및 구제 장치를 명확히 마련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농지 전수조사의 성패는 적발 실적보다 판별의 정확성과 후속 대책의 실효성에 달려 있다. 투기성 농지 보유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되 상속 농지와 고령 농민, 임차농의 현실을 세밀하게 반영해야 정책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농지를 투기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막는 동시에 농민의 생계와 영농 기반을 지키는 것,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정교한 집행 체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