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5·18민주화운동 나오면 안 되나요···‘닥터X’가 쏘아 올린 공

윤승민 기자 2026. 10. 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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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방영된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SBS 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닥터X)가 5·18 민주화운동을 다뤘다는 이유로 방영중단 요구와 시청불매 운동에 직면했다. <닥터X>는 지난 24일 방영된 6화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를 다뤘다. 이를 두고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며 드라마 방영중단 국회 청원이 올라온 가운데, 이 같은 주장 자체가 ‘정치적’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닥터X> 6화는 주인공 ‘계수정’(김지원)과 동료들이 광주로 내려가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인 ‘오상범’(하성광)을 만나고 그에게 수술을 권유하는 내용이다. 상범은 5·18 당시 헬기 사격으로 형을 잃고, 자신은 머리에 총알 파편이 박힌 채 40여 년을 살았다. 형을 잃은 죄책감, 환영과 환청을 안고 살아가는 상범을 통해 5·18이 피해자에게 남긴 상처와 트라우마를 조명했다. 상범이 입원 중이던 병원에 전 대통령 ‘지두석’이 의식 불명 상태로 헬기로 이송되면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주치는 장면도 연출된다. 상범을 둘러싼 이야기는 7화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 24일 방영된 SBS 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의 주인공 ‘계수정’(김지원)과 동료들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를 찾기 위해 광주로 내려가 518번 버스에 탑승한다. 유튜브 캡처
지난 24일 방영된 SBS 드라마 <닥터X : 하얀 마피아의 시대>의 주인공 ‘계수정’(김지원)과 동료들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피해자를 찾기 위해 국립5·18 민주묘지를 찾는다. 유튜브 캡처

6화에서 수정과 동료들은 상범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처음 만나며, 518번 버스를 탄다. 5·18 당시 최루탄 연기 속에 형을 찾으려 금남로로 뛰어가는 어린 상범, 광주시민에게 곤봉을 휘두르고 총을 쏘는 계엄군의 모습이 그려진다. 5·18을 경험한 상범의 친구는 말했다. “다 북한 놈들 짓이라 해 쌓고, 우리들이 지들끼리 총질허다 죽었다 그라고, 우리들이 먼저 군인들 총으로 쏴 죽였다 그라고…”

지상파 방송사가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드라마로 5·18을 소재로 다루는 것은 흔치 않았다. MBC <제5공화국> 같은 시대극 외에, SBS <모래시계>(1995), KBS <오월의 청춘>(2021) 등에서 5·18을 소재로 다뤘다.

6화 전국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이 19.5%에 이를 정도로 인기몰이 중인 드라마가 5·18을 주요 소재로 다룬 점을 두고 호평과 혹평이 교차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했던 헬기사격 장면을 다루는 등 5·18의 진상을 제대로 조명했다는 평가가 나온 한편 드라마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24일 방영된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의 한 장면. 유튜브 캡처

6화 방영 직후 국회전자청원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닥터X> 방영 중단 청원인은 “5·18은 현재 여야의 시각차 등 일부 부분에서 정치적 논쟁이 이뤄지고 있고 좌우의 견해도 일정 부분 다른 엄연한 ‘정치적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작인 일본 드라마에서는 의사의 개인적인 능력을 중점으로 다뤘다”며 “한국판에서 관련 내용이 등장한 것은 특정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기 위한 끼워 맞추기로 보인다”고도 했다. SNS에는 드라마 시청불매 운동 포스터가 등장했다.

SBS 측은 방영중단 청원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드라마 책임 프로듀서인 이옥규 스튜디오S CP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no fear”(두렵지 않다)라는 글을 올렸다.

사법적으로 결론 난 5·18 민주화운동을 “정치적 사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두고 ‘5·18 북한 개입설’ 등을 지지하는 극우의 논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배재고 야구부 응원 사태 등에서 보여진 ‘5·18 비하’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달에는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국민의힘 등 보수 정치인들이 ‘역사왜곡’ 논란을 제기해 ‘창작물의 표현의 자유’가 정치 이슈로 번지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본 원작에 없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5·18은) 충분히 리메이크하면서 다룰 수 있는 소재라고 본다. 5·18 관련 콘텐츠가 처음 나온 것도 아니고, 진위를 가릴 일도 아니지 않으냐”며 “<닥터X>에서 5·18을 소재로 삼은 게 ‘정치적인 목적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주장이야말로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 ‘닥터X’ 5·18 다룬 뒤 방영중단 청원까지···CP “두렵지 않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10251814001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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