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이것이 인생이란다" 엄마는 끝내 울지 않았다, 원조 당구 퀸의 품격과 사랑

고양=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6. 10. 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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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엄마는 결승 경기를 치러야 했고, 다음날 학교에 가야 하는 아들은 자정이 넘어서도 끝까지 응원했다. 비록 통산 6번째 우승은 거두지 못했지만 명승부를 펼치며 당구 선수를 꿈꾸는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됐다.

이종주는 지난 2023년 1월 아내의 우승 뒤 인터뷰에서 "아들이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에게 '장래 희망으로 당구 선수를 쓴 학생이 처음이라 연락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이날 임정숙도 "내년부터 아들도 당구를 시작할 것 같은데 엄하게 가르치더라도 이해해줬으면 한다"면서 "(역대 PBA 최연소 우승자인) 제2의 김영원을 목표로 해야 할 것 같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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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PBA 원년 3회 우승 임정숙, 절친 후배 김보미와 명승부 끝 빛나는 패배
'엄마 멋있지?' 임정숙(왼쪽)이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마무리된 '지금 잘 사는 방법 zgm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 뒤 우승한 후배 김보미와 기념 촬영을 한 모습. 관중석 오른쪽이 남편 이종주와 아들 연우 군. PBA

불혹의 엄마는 결승 경기를 치러야 했고, 다음날 학교에 가야 하는 아들은 자정이 넘어서도 끝까지 응원했다. 비록 통산 6번째 우승은 거두지 못했지만 명승부를 펼치며 당구 선수를 꿈꾸는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됐다.

임정숙(크라운해태)은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마무리된 '지금 잘 사는 방법 zgm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김보미(NH농협카드)에 아쉽게 우승컵을 내줬다. 1~3세트를 따내고도 내리 4~7세트를 내주며 3-4 역전패를 안았다.

3년 9개월여 만의 정상 탈환이 무산됐다. 임정숙은 2022-23시즌 7차 투어인 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이 마지막 우승이었다.

당초 결승 초반만 해도 임정숙이 통산 6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듯했다. 임정숙은 1세트 2이닝에서 무려 7점을 몰아치며 4이닝 만에 11-4로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에서도 임정숙은 2-10으로 뒤진 5이닝째 하이 런 6점을 퍼부었고, 7이닝째 3점을 채워 11-10으로 세트를 마쳤다. 여세를 몰아 3세트마저 11-4(12이닝)로 따내며 김보미를 압박했다.

하지만 PBA 데뷔 7시즌째 무관에 그친 김보미의 첫 우승에 대한 집념이 무서웠다. 김보미는 4세트 1이닝부터 6점을 몰아치며 11-9(6이닝)로 추격의 신호탄을 쐈고, 5세트도 11-8(8이닝)로 따내며 분위기를 바꿨다. 6세트에는 1이닝부터 무려 9점을 터뜨리며 승부를 마지막 7세트로 몰고 갔다.

임정숙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7세트 1이닝 김보미가 4점으로 앞서가자 곧바로 3점으로 응수했다. 그러나 임정숙은 막판 체력이 떨어진 듯 이후 5이닝 2점에 머물렀고, 27살의 김보미는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임정숙이 경기 후 아들 연우 군의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 왼쪽은 남편 이정주. PBA


이날 경기에서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임정숙을 응원한 사람이 있었다. 남편인 이종주(51) 옆에 앉은 초등학교 5학년 아들 연우 군이었다. 25일 밤 10시 시작된 경기는 자정이 넘어서야 끝났지만 연우 군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엄마를 목이 쉬어라 응원했고, 결국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엄마는 강했다. 경기 후 임정숙은 관중석으로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아들의 눈물을 닦아줬다. 올 시즌 4차 투어까지 3연속 1회전 탈락의 부진을 딛고 통산 9번째 결승에 오르며 '원조 당구 퀀'의 건재를 과시했다.

경기 후 임정숙은 "아들이 월요일에 학교를 가야 하는데 늦은 시간인데도 직접 경기를 보고 싶다고 하더라"면서 "내일 학교를 보내지 말아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목이 쉬도록 정말 크게 응원을 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알려진 대로 임정숙은 부부 선수다. 동호인 시절 임정숙은 대한당구연맹 소속 선수인 이종주에게 당구를 배우다 결혼까지 하게 됐다. 연우를 낳은 상황에서 둘 모두 PBA에 합류해 뛰고 있다. 임정숙은 PBA 원년 3회 등 통산 5회 우승, 4회 준우승 등 여자부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다만 임정숙은 훈련과 대회 출전으로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양가 부모에게 맡긴 채 선수 활동을 해야 했다. 지난 1월 하나카드의 팀 리그 우승을 이끈 사카이 아야코(일본)는 전격 은퇴를 선언했는데 두 아이의 엄마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PBA에서 엄마 선수는 힘들다는 방증이다.  

2023년 1월 임정숙이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뒤 남편과 포즈를 취한 모습. PBA


때문에 아들에 대한 안쓰러움이 다른 엄마 누구보다 더 크다. 임정숙은 "다른 엄마들처럼 옆에서 많이 봐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면서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큰데 미안하고, 아들이 경기 후 우는 것 같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임정숙-이종주의 아들이다. 이종주는 지난 2023년 1월 아내의 우승 뒤 인터뷰에서 "아들이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에게 '장래 희망으로 당구 선수를 쓴 학생이 처음이라 연락했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이날 임정숙도 "내년부터 아들도 당구를 시작할 것 같은데 엄하게 가르치더라도 이해해줬으면 한다"면서 "(역대 PBA 최연소 우승자인) 제2의 김영원을 목표로 해야 할 것 같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 역시 더 단련하겠다는 다짐이다. 임정숙은 "경기가 길어질수록 불리하다고 생각했고, 체력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낀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팀 리그 원년 SK렌터카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절친한 후배 김보미의 우승을 축하한다면서도 임정숙은 "이번 준우승을 통해 자신감도 생겼고, 보완할 부분도 발견했다"면서 "안주하지 않고 우승을 위해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아들에게 "너무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임정숙. 원조 당구 퀀이 아닌 '엄마 선수'의 각성이 PBA 여자부 판도를 흔들 수 있을까. 

고양=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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