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오딧세이보다 감동적인 오딘세이... 빵형과 댕댕이 오딘의 개고생 러브스토리 ‘하트 오브 비스트’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238번째 레터는 빵형 브래드 피트와 그의 개가 개고생하는 영화 ‘하트 오브 비스트’입니다. 접두사 ‘개’를 붙이면 단어가 좀 과격해지는지라 기사에 원래 안 쓰는데, 이 영화는 정말 개가 고생하는 이야기라 개고생이 맞으니 한 번 써봅니다. 거짓말 좀 보태서, 시사회장이 눈물 바다였답니다. 저는 뒷줄에 앉아있었는데 제 주위 여기저기서 훌쩍 또 훌쩍. 개 이름이 오딘(Odin)이라서 “오딧세이보다 오딘세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반려견 있으시면 바로 눈물 폭격, 없으시더라도 서로를 위하는 둘의 찐사랑에 심장 저격이지 않을까 합니다. 알래스카 풍광까지 조연으로 거들기 때문에 꼭 영화관 큰 스크린에서 보시길 추천하며, 이번 레터는 자세한 스토리 없이, 아시고 보시면 좋을 몇 가지 위주로 말씀드릴게요.

제가 위에서 ‘자세한 스토리 없이’라고 썼는데, ‘하트 오브 비스트’는 애초에 자세하게 말씀드려야할 장구한 스토리 중심의 영화가 아닙니다. 어찌보면 단순해요. 육군 특수부대에서 30년 넘게 복무하고 전역한 퇴역 군인 제임스(브래드 피트)와 그의 전우인 수색견 오딘(저먼 셰퍼드 우버와 그의 아들 세 마리가 공동 주연)이 조난을 당했다가 길을 찾아나선 이야기가 전부거든요. 그런데 다 보고 나면 아주 많은 이야기를 듣고 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둘의 산전수전 천신만고 간난신고가 그만큼 절절해서였는지.
제임스는 전역 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안고 사는데, 같이 전장을 누볐던 오딘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터에서 볼 거 못 볼 거 다 보고, 겪을 거 안 겪을 거 다 겪은 둘은 몸도 마음도 많이 망겨졌어요. 오딘은 심지어 앞다리 하나가 없습니다. 적군의 공격에 이빨도 몇 개 빠져서 의치를 넣었고요. 제임스는 몸도 안 좋지만 특히 심장이 안 좋은데 이게 큰 문제가 됩니다. 둘이 경비행기 몰고 떠났다가 운전하던 제임스가 갑자기 심장마비가 왔거든요. 어떻게 됐겠습니까. 추락했죠. 옆에서 오딘이 아무리 멍멍해도 제임스는 정신을 잃고 조종간을 놓았고, 추락하던 비행기에서 오딘은 날아가 멀리 떨어져버립니다. 호수에 빠진 비행기에서 정신을 차린 제임스, 가장 먼저 친구의 이름을 부릅니다. “오딘~~!” 이제 둘은 어떻게 될까요. 영화관에서 보시고 직접 확인을.

여기까지가 예고편에도 나온 ‘하트 오브 비스트’의 도입부입니다. 이번 레터 첫 사진으로 고른 장면이 초반부에 제임스와 오딘이 노는 장면인데, 참 다정해보이지 않나요. 사람이 개와 놀아주는 것 같지만, 보다보면 개가 사람을 위해 놀아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지극한 교감은 어떤 경계든 지워버리나봅니다.
둘이 조난당한 지역이 알래스카인데, 실제 촬영지는 뉴질랜드라고 하네요. 험준한 지세가 살아남겠다는 어떤 의지든 바로 꺾어버릴 듯 합니다. 그러나 제임스와 오딘은 꺾이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도 한 장 들고 문명을 찾아 나서는데, 중간에 무시무시한 장애물을 많이 만납니다. 아주 큰 놈도 있고 떼로 몰려다니는 놈들도 있고요. 그때마다 확인되는 건 서로를 위한 마음. 제임스는 최악의 순간에도 오딘을 먼저 챙기고, 오딘 역시 어떤 난관에도 제임스를 지키려합니다.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세상에 그 무엇이 사랑일까요.

제임스가 오딘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내가 있잖아(I’ve got you).” 얼마나 다정하게 들리던지. 개가 아니라 사람이라도 누구나 들으면 힘이 나는 말 아닌가요. 제임스는 오딘이 악몽에 시달릴 때, 장애물 앞에서 망설일 때 매번 말해줘요. “괜찮아, 내가 있잖아.” 칭찬도 정말 많이 해주는데, “야, 너 정말 잘생겼다(Damn, you are handsome)”라거나 “넌 정말 대단해”하며 추켜세웁니다. 그럴 때마다 오딘이 제임스, 정확하게는 눈 앞의 인간 배우에게 보내는 절대적인 신뢰의 눈빛이 있어요.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몰입과 집중의 눈빛. 브래드 피트야 직업 배우고, 대사라서 하는 말이지만, 개 입장에서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인간을 바라보는 거니까요. 이 영화가 진실하게 다가왔던 것은, 적어도 그 장면에서 개는 진실로 그 순간을 살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명연기를 보여준 댕댕이는 뉴질랜드 전역에서 대대적인 캐스팅을 진행해 선발한 저먼 셰퍼드 우버(Uber)라고 합니다. 몸무게 45k이 넘는다는데, 실제로 경찰견과 수색·구조견으로 활동한 화려한 스펙에, 헬리콥터와 배도 타 본 늠름한 녀석이라고 하네요. 동물 나오는 대개의 영화가 그렇듯이 혼자서 연기한 게 아니고 우버의 아들 지카와 라이커, 혼도까지 네 부자(父子)가 돌아가며 연기했다고 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개똑똑합니다.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가 싶어지고요. 듬직하고 든든. 다들 연기가 뛰어나고 워낙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이 전혀 안 되더군요.

기자 양반 말을 듣고보니 예측 가능한 스토리에 뻔한 전개일 거 같소,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엄청난 반전이나 철학적 고뇌, 미학적 도전을 목표로 하는 영화가 아니니까요. 화려한 캐스팅, 심도 깊은 대사로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오직 둘만의 교감으로 끌어가는 이 영화는 그런데도 100분 내내 제 심장을 황야에서 같이 뛰게 했습니다. 끝까지 함께 버티게 하는 마음에는 많은 게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내가 있잖아”라는 한마디면 되는 것을.
영화 제목이 ‘하트 오브 비스트’, Heart of the Beast, 우리말로 야수의 심장입니다. 영화에서 콕 집어 두 번이 나오는데, 한 번은 둘이 조난당한 대자연을 야수에 비유해서 그 중에서도 특히 험악한 지역이라는 뜻에서 ‘이 곳은 야수의 심장에 해당한다’고 언급되고요, 또 한 번은 제임스가 오딘을 두고 “강인한 야수의 심장을 가졌다”고 나옵니다. 나머지 한 번은 영화에 직접적으로는 안 나오는데, 아마 제임스 자신을 말하겠지요. 그의 심장은 비행기를 조종하다 멈췄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지만, 그로 인한 추락과 고통, 역경을 이기고 사랑하는 존재를 마지막까지 지켜낸 강인한 심장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오늘 월요일 아침, 이 레터를 읽고 계신 여러분이야말로 야수의 심장을 가진 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알래스카나 뉴질랜드만 험악한 곳이 아니잖아요. 저와 여러분의 일터, 날마다 출근해야 하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도 매일의 조난 상황을 헤쳐가야하는 험난한 여정입니다. 오늘도 야수의 심장으로 살아내야 하는 여러분, ‘그 영화 어때’ 독자들께 ‘하트 오브 비스트’를 강추해드리며, 저는 다음 레터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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