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죄인이었을까' 7년 만에 딸은 마침내 마음을 열었다 "원망? 고마움이 더 크죠"

고양=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26. 10. 26.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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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어쩌면 죄인이었다. 딸을 억지로(?) 당구 선수의 길로 가게 만들어 놓고 먼저 덜컥 프로당구(PBA)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아버지 김병호가 먼저 2019~20시즌 7차 대회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마르티네스를 꺾고 정상에 올랐고, 6년 9개월 만에 딸인 김보미가 바통을 이었다.

당구계에서는 선수보다는 아마주처어 선수 유망주로 주목을 받던 딸에게 헌신하는 '보미 아빠'로 더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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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NH농협카드 김보미, PBA 첫 우승+여자부 최초 리버스 스윕
아버지 김병호와 최초 PBA 부녀 우승까지
'아빠와 딸' 김보미(오른쪽)가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끝난 '지금 잘 사는 방법 zgm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승리한 뒤 시상식에서 아버지 김병호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아버지는 어쩌면 죄인이었다. 딸을 억지로(?) 당구 선수의 길로 가게 만들어 놓고 먼저 덜컥 프로당구(PBA)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후 딸은 아버지와 비교 속에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7년 가까운 세월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그랬던 딸은 마침내 PBA 여자부 최초의 리버스 스윕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비로소 아버지는 응어리를 풀어냈고, 딸도 마침내 기쁨을 눈물을 쏟아냈다. 역대 프로당구(PBA) 최초의 부녀 우승의 역사를 이룬 김병호(53·하나카드)와 김보미(25·NH농협카드)다.

김보미는 2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끝난 '지금 잘 사는 방법 zgm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전에서 임정숙(크라운해태)을 눌렀다. 1~3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4개 세트를 따내는 기적의 4-3(4-11 10-11 4-11 11-9 11-8 11-2 9-5) 대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PBA 8번째 시즌 만에 거둔 감격의 첫 우승이다. 김보미는 2019년 PBA 원년부터 출전해 이전까지 3번 결승에 올랐지만 번번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4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특히 김보미는 역대 여자부 최초의 리버스 스윕 우승을 이뤄냈다. 세트 스코어 0-3에서 4-3 우승은 지금까지 2021~22시즌 개막전에서 남자부 강동궁(휴온스)이 다비드 사파타(스페인)에 거둔 게 유일했다.

여기에 PBA 최초의 부녀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아버지 김병호가 먼저 2019~20시즌 7차 대회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마르티네스를 꺾고 정상에 올랐고, 6년 9개월 만에 딸인 김보미가 바통을 이었다.

당시도 극적인 우승이었다. 김병호는 2012년 동호인에서 전문 선수로 뛰기 시작해 원년 PBA 데뷔까지 우승이 없었던 무명이었다. 당구계에서는 선수보다는 아마주처어 선수 유망주로 주목을 받던 딸에게 헌신하는 '보미 아빠'로 더 유명했다. 그런 김병호는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프데레릭 쿠드롱(벨기에)에 이어 스페인 강호 마르티네스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PBA 정상에 올랐다.

2020년 1월 김병호(가운데)가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확정한 뒤 울음을 터뜨린 딸 김보미(윗줄 오른쪽)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PBA


아빠의 극적인 우승 장면을 딸이 직접 지켜봤다. 2020년 1월 김병호의 우승 당시 김보미는 "아버지가 뒤지고 있을 때도 뒤집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평소 너무 열심히 훈련하는 아빠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대구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당구를 시작했는데 이후 아버지는 나의 선수 생활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상경하는 등 모든 걸 바쳤다"고 흐느꼈다.

김병호는 당시 "최근 일하던 당구장 매니저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생활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고 귀뜸하기도 했다. 김보미의 남동생은 축구 선수로 강원도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고, 어머니는 고향인 대구에서 일하던 상황이었다. 서울에서 부녀가 고생하면서 당구의 꿈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김병호에게 당시 우승 상금 1억 원은 딸의 선수 생활을 위해 큰 도움이 됐다.

결국 고생 끝에 값진 결실이 부녀에게 왔다. 김보미는 아버지에 이어 그토록 그리던 PBA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병호는 "꿈에서도 딸의 우승을 바랐는데 내가 했을 때보다 천배, 만배는 더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0-3으로 뒤졌을 때는 계속 밖에 있었는데 담배 한 갑을 다 피울 만큼 속이 다 터질 거 같고, 너무 힘들었다"고 마음고생을 털어으면서 "7세트 보는데 발이 풀릴 정도로 너무 간절했다"고 털어놨다.

PBA 최초 역사를 만들 때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보미는 "중학교 2학년 때 공부를 못 한다면서 아버지께서 당구를 시켰는데 억지로 하는 스트로크 훈련이 재미가 없었다"면서 "아버지가 너무 엄해서 당구가 싫었는데도 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다 접고 당구 하나 때문에 서울 왔을 때 너무 힘들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결승에서 신중하게 샷을 구사하는 김보미. PBA

물론 김보미는 두각을 나타냈지만 아버지와 갈등도 적잖았다. 김보미는 "대한당구연맹 시절 여자 선수들이 많지 않아 경쟁력이 없어서 성적이 났고, 우승하면 너무 재미있었다"면서도 "아버지가 지도하실 때 욕도 많이 하시고 해서 최근 몇 년 동안 말도 하지 않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딸도 아버지의 진심을 느꼈다. 김보미는 "아빠도 생각한 만큼 딸이 못 따라준 것 같아 힘드셨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최근 몇 년 동안 나를 존중해줬고, 하던 대로 하라면서 믿어주셨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빠를 닮아서 운동 신경이 좋아 무용도, 태권도도 했는데 당구까지 원래 원망이 컸지만 지금은 너무 고맙다"고 미소를 지었다.

첫 우승을 하면서 처음 칭찬도 들었다. 김보미는 "아빠나 나나 표현을 잘 하지 않는데 오늘 처음 '정말 잘했다'는 칭찬을 처음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빠가 '절대 화내지 않을 테니 한번 잡아주고 싶다'고 하시더라"면서 "예전에는 엄청 화를 내시며 바보라고 하셔서 내가 훈련도 안 하고 쌩 가버린 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레슨을 해주시면서 믿어보자 참으시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김보미가 우승한 뒤 어머니(왼쪽), 동생(윗줄 오른쪽) 등 가족, 동료들과 기념 촬영한 모습. PBA

김병호도 비로소 아빠의 미소가 얼굴에 번진다. 김병호는 "딸이 정말 경기를 잘 하는데 우승을 못해 아쉬웠다"면서도 "이번 우승으로 10여년 고생한 모든 게 싹 씻겨 나갔고,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웃었다.

다만 부녀는 시상식에서 뽀뽀를 한번 해달라는 취재진의 다소 짓궂은(?) 포즈 요구는 끝내 들어주지 않았다. 완벽한 기술 구사에도 아직도 애정 표현이 서툰, 한국은 물론 세계 당구 3쿠션 최강의 부녀 커플이다.

고양=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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