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저녁 6시 이후 시내 외출 금지"…안세영의 파리, 코트만 열려 있습니다

김종석 기자 2026. 10. 25.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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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은 저녁 6시 이후에 시내 외출 금지입니다."

프랑스오픈에 출전 중인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경기 뒤에도 마음 편히 시내 나들이에 나서기 어렵습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이날 프랑스 트랑블레앙프랑스의 아레나 그랑 파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프랑스오픈(슈퍼 750)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세계 9위 오쿠하라 노조미(일본)를 45분 만에 2-0(21-12, 21-19)으로 꺾었습니다.

이번 대회 경기장은 파리 도심이 아닌 트랑블레앙프랑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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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하라 꺾고 프랑스오픈 결승행…신두 넘어 시즌 10승 도전
박주봉 감독 “체육관·호텔 중심 생활…주변은 이상 없어”
귀국하면 공항에서 여수 직행…‘500대회 의무 참가’에 5주간 4개 대회 강행군
안세영이 프랑스오픈 경기 도중 네트 앞으로 몸을 날려 셔틀콕을 받아내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저희들은 저녁 6시 이후에 시내 외출 금지입니다."

프랑스오픈에 출전 중인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경기 뒤에도 마음 편히 시내 나들이에 나서기 어렵습니다. 파리의 치안 불안을 걱정하며 24일 연락하자 박주봉 대표팀 감독에게서 돌아온 답입니다. 선수단이 생활하는 동선을 묻자 답은 더 짧았습니다.

"체육관, 호텔, 호텔 앞 식당, 음식배달."

시즌 10번째 우승을 눈앞에 둔 안세영(24·삼성생명)이 보내고 있는 프랑스의 가을입니다. 관광객에게는 산책과 쇼핑의 도시일지 몰라도, 지금 대표팀에는 안전하게 이동하고 훈련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일이 우선입니다.

파리는 안세영에게 특별한 도시입니다. 2년 전 2024 파리올림픽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배드민턴에 28년 만의 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안긴 곳입니다. 당시 결승 무대는 파리 시내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였습니다. 황홀한 추억이 남은 그 도시에서, 이번에는 해가 지면 호텔 문을 나서기도 조심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안세영이 2024 파리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을 목에 건 채 오륜 안경을 쓰고 셀카를 찍으며 기뻐하고 있다. 안세영 인스타그램

코트 위의 안세영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이날 프랑스 트랑블레앙프랑스의 아레나 그랑 파리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프랑스오픈(슈퍼 750)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세계 9위 오쿠하라 노조미(일본)를 45분 만에 2-0(21-12, 21-19)으로 꺾었습니다. 공식전 49연승을 이어가며 시즌 성적을 65승 1패, 승률 98.5%로 끌어올렸습니다. 올해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두 번째 게임 20-16에서 20-19까지 쫓겼지만 마지막 한 점을 따냈고, 이번 대회 네 경기에서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대회 공식 홈페이지도 23일 "도대체 누가 안세영을 막을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다양한 경기 운영과 직선 스매시, 정교한 네트 플레이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25일 결승 상대는 세계 11위 푸살라 벤카타 신두(인도)입니다. 신두는 다른 준결승에서 아케치 히나(일본)를 꺾었습니다. 안세영은 신두와의 역대 맞대결에서 10전 전승으로 앞서 있습니다. 마지막 한 경기까지 잡으면 시즌 10번째 우승과 함께 프랑스오픈 3연패, 대회 통산 네 번째 정상을 달성합니다.

안세영이 2026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펼쳐 들고 있다. 안세영 인스타그램

그러나 코트 밖의 긴장까지 경기력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파리 일대에서는 시위와 소요 사태에 따른 안전 우려가 커졌습니다. 로이터는 24일 시위를 앞두고 프랑스 전역에 경찰 7만 명이 배치되고, 파리의 주요 문화시설과 지하철역 일부가 폐쇄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파리 도심의 상황과 대표팀이 머무는 지역은 구분해야 합니다. 이번 대회 경기장은 파리 도심이 아닌 트랑블레앙프랑스에 있습니다. 박 감독도 경기장과 호텔 주변에 대해서는 "이쪽은 전혀 문제없습니다만…"이라고 전했습니다. 대표팀은 주변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상황에서도 저녁 시내 외출을 금지하며 불필요한 위험을 줄이고 있습니다.

다른 참가국도 선수단에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대만 중앙통신사(CNA)는 20일 대만 대표팀 감독의 말을 인용해 숙소와 경기장, 셔틀 이동과 훈련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동시에 선수들에게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호텔에서 쉬며 대회를 준비하도록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말레이시아협회는 선수와 코치 명단을 주프랑스 자국 대사관에 전달해 비상시 지원에 대비했습니다.

한국 선수단은 어떨까요. 1996년부터 배드민턴을 취재해 온 필자도 국제대회 현장에서 우리 공관이 선수단을 챙기는 모습을 본 기억은 많지 않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협회가 움직였습니다.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은 24일 대한체육회에 상황을 먼저 보고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주프랑스 대사관에 선수단 안전 조치를 당부했다고 협회에 알려왔습니다. 선수단이 안전한 곳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코칭스태프를 통해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김 회장은 멀리 있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다만 그동안 현장의 대표팀이 피부로 느낀 공관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안세영의 경기는 한국에서 연일 보도되는데도 말입니다.

이번처럼 상황이 불거진 뒤에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 대회 때마다 협회와 재외공관이 선수단 일정과 비상 연락망을 미리 공유하는 체계가 있다면 선수들도 한결 마음 놓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안세영이 프랑스오픈에서 신중하게 서브를 넣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선수들에게는 대회가 끝난 뒤의 여유도 길지 않습니다. 대표팀은 10일 인천을 떠나 파리를 거쳐 덴마크에 들어갔고, 19일 코펜하겐에서 파리로 넘어왔습니다. 박 감독에 따르면 25일 프랑스오픈을 마친 뒤 26일 오후 파리를 떠나 27일 오전 인천공항에 내립니다. 공항에서는 곧바로 여수로 이동합니다. 여수는 11월 3일 개막하는 코리아오픈이 열리는 곳입니다. 대회 장소에서 합숙훈련을 하며 곧바로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셈입니다. 코리아오픈을 마치면 10일 개막하는 일본 구마모토 마스터즈로 향합니다.

"이번에 유럽과 한국, 구마모토 마스터즈 포함 5주 연속 강행군입니다."

10월 10일 출국해 구마모토 마스터즈가 끝나는 11월 15일까지, 5주 동안 덴마크오픈과 프랑스오픈, 코리아오픈, 구마모토 마스터즈까지 4개 대회를 치르는 일정입니다. 쉬어 가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이유는 출전 규정에 있습니다. 코리아오픈과 구마모토 마스터즈는 모두 슈퍼 500 등급 대회입니다. 박 감독은 "500대회 2개 의무 참가라 코리아오픈, 구마모토 마스터즈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의무 출전 대회를 채우려면 두 대회 중 어느 하나도 건너뛸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도 짐을 풀고 충분히 쉴 틈을 찾기 어렵습니다.

안세영이 프랑스오픈 경기를 마친 뒤 관중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안세영의 시즌 10승 도전은 마지막 한 경기만 남았습니다. 팬들은 또 하나의 우승을 기다립니다. 그 기대와 함께 살펴야 할 것은 선수가 안전하게 대회를 마치고, 이동하고, 다음 경기를 치를 몸을 회복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그 환경은 선수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협회와 공관이 먼저 선수단의 동선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박 감독이 보내온 짧은 메시지에는 화려한 우승 기록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대표팀의 일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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