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큐레이션] 공포와 전율의 밤, 엘리스

최진홍 기자 2026. 10. 2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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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하루 만에 -32%에서 상한가로
AI 인프라 몸값이 시험대에 올랐다
외신이 네오클라우드 경고 신호로 주목한 상장 데뷔
AI 버블 공방에 불 붙여

AI 버블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병목은 어디에서 벌어지고 있을까? 반도체일까? 자금일까? 이런 가운데 AI 투자 열기를 가늠하는 잣대가 성장에 대한 기대에서 투자금 회수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시그널이 강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들어간 막대한 돈을 언제 누가, 어떻게 갚느냐는 물음에 시장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로 향하는 문이 열리는 순간이다.
사진=생성형AI 제작

술 취한 하얀 토끼
AI 인프라 기업 엘리스그룹(상장명 엘리스)의 주가가 코스닥 상장 둘째 날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엘리스는 이날 오전 전 거래일보다 1만8400원(29.92%) 오른 7만9900원에 거래됐다. 상장 첫날 공모가 9만500원보다 32.04% 낮은 6만1500원에 장을 마친 뒤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다만 상한가를 기록하고도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를 11%가량 밑돌고 있다.

엘리스의 첫날 급락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모 과정의 흥행과 상장 후 성적 사이의 간극이 컸다는 점에서 충격이 상당하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2367곳이 참여해 388.8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공모가는 희망범위 상단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이달 초 일반 청약에서도 경쟁률이 408대1에 이르렀고 증거금은 약 10조2599억원이 몰렸다. 약 2011억원을 조달하며 1조54억원 수준의 예상 시가총액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상장 첫날 장 초반부터 매물이 쏟아지면서 시가총액은 7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무슨 일일까? 엘리스는 코딩 교육 플랫폼에서 출발한 회사다. 교육용 실습 환경에 필요한 GPU 자원을 기존 클라우드로 감당하기 어렵자 컨테이너형 모듈 데이터센터(PMDC)를 직접 구축했고 이를 AI 클라우드 사업으로 키웠다. 수요에 맞춰 설비를 늘리거나 멈출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으며 상장 자금은 수도권과 호남권 데이터센터 추가 구축에 투입할 계획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엘리스는 성장과 수익을 함께 보여준 기업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95억원과 영업이익 52억원을 올렸고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344억원과 영업이익 103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시장 일각에서는 이익 규모에 비해 몸값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반기 영업이익을 연간으로 환산해도 200억원 남짓인 만큼 1조원 기업가치는 앞으로의 성장을 상당 부분 미리 반영한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사진=생성형AI 제작

체셔 고양이와 미치광이 모자 장수
엘리스의 성적과 실제 기대 가치, 나아가 주가 등하락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그 관심의 배경에 단순한 주가 분석만 고려되는 것은 아니다. 엘리스의 최근 상황은 AI 측면의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순한 기업 전망 공모 규모 1억5000만달러 안팎의 코스닥 신규 상장 종목에 해외 언론이 일제히 반응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장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밖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엘리스가 AI 기업의 가치평가 논쟁 한복판에 섰다고 짚었다. 한국 반도체주와 AI 관련주가 글로벌 AI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풍향계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어서 엘리스의 성적도 개별 기업의 문제로만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아가 AI 연산 전용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기업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약해진 사례라는 진단도 덧붙였다.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특히 CNBC는 엘리스를 미국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와 견주며 투자자들이 이번 상장을 AI 인프라 투자심리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코어위브는 장 초반 6% 넘게 밀렸다가 반등했고 네비우스와 아이렌 등 다른 네오클라우드 종목도 오전장에서 약세를 보였다. 또 배런스는 엘리스의 상반기 매출이 1년 전보다 3배 늘어났음에도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외형 성장만으로는 투자자를 설득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외신이 엘리스를 코어위브와 나란히 놓고 본 배경이 의미심장하다. 여기에는 최근 네오클라우드 업계를 둘러싼 자금조달 불안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코어위브는 빚을 내 GPU와 데이터센터를 사들이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 메타 같은 빅테크에 장기 계약으로 연산력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이 모델이 금리와 고객의 지불 능력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다. 코어위브의 2분기 이자비용은 6억4000만달러로 조정영업이익 1억2800만달러의 5배에 이르렀다. 올해 설비투자 계획은 350억~390억달러로 매출 전망치의 3배 수준이다.

잘 나가던 코어위브에 먹구름이 낀 것은 10월 들어서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면서 빚으로 AI 설비를 늘리는 기업의 조달 비용이 빠르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당장 코어위브의 2031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15%를 넘어섰고 일부 채권은 액면가의 80%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핵심 고객인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이 시장 예상보다 낮다는 보도까지 겹치면서 장기 계약을 담보로 한 상환 능력에도 의문이 붙었다. 이 지점에서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가 투자한 호주 네오클라우드 퍼머스의 기업공개가 무산되고 블랙스톤이 지원하는 에어트렁크도 싱가포르 리츠 상장을 미룬 직후에 엘리스의 부진이 나왔다고 짚었다. 엘리스의 상황이 엘리스만의 것이 아닌 이유다.

투자 판단의 기준이 바뀌었다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케 얀 셴튼리서치 연구책임자는 "AI 인프라 투자의 초점이 무슨 비용을 치르더라도 짓자는 쪽에서 누가 얼마나 오래 비용을 감당할 것이냐는 쪽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앨버트 용 페트라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AI 인프라에 대한 시장 심리는 매우 불안정하고 기업의 기초체력과 따로 움직일 때가 많았다"며 "엘리스는 특히 미국에서 투자심리가 약해진 시기에 상장했다"고 말했다.

비관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창업자는 최근 시장이 AI 버블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언급했다. 오라클처럼 대규모 컴퓨팅 공급 계약을 맺은 기업의 부채 부담과 빅테크의 잉여현금흐름 악화가 함께 거론되면서 매출보다 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기업에 대한 시장의 인내심이 줄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엘리스그룹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상장기념패 전달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식 한국IR협의회 부회장, 안승근 코스닥협회 부회장,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김재원 엘리스그룹 대표이사,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이충훈 삼성증권 부사장. 사진=한국거래소

물론 엘리스 한 곳의 성적을 AI 산업 전체의 신호로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엘리스 주가 급락은 최근 AI 관련주 흐름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지만 이 회사가 AI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은 아니며, 시장 분위기를 가늠하려면 앤트로픽의 기업공개를 지켜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엘리스만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상장 둘째 날 주가가 상한가로 돌아선 것도 고무적이다. 첫날 하락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에 휩쓸린 결과였다는 분석에 힘을 더하기 때문이다. 당장 엘리스는 코어위브와 달리 흑자를 내고 있고 대형 건물을 먼저 짓는 대신 수요에 맞춰 모듈을 늘리는 방식이라 부채 구조가 다르다는 점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근본적으로 산업의 핵심 수요가 여전하다는 분석도 있다. 회사채와 국채 금리가 함께 오르면서 돈줄이 먼저 조여졌으나 조달 금리가 정상 수준으로 내려오면 자본 지표가 두 배 가까이 개선되고 병목은 다시 에너지로 갈 수 있다는 희망론이다. AI의 성능 개선 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비관 시나리오에서도 사용량은 오히려 늘어난다는 결과를 내놓으며 지나친 낙관만큼 지나친 비관도 판단을 흐린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격화되는 가운데 엘리스를 둘러싼 논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질문이 달라졌음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얼마나 빨리 커지느냐보다 투자한 돈을 언제 어떻게 회수하느냐를 먼저 따지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빚으로 설비를 늘리는 기업일수록 이 질문에 더 일찍 답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엘리스가 상장 자금으로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확장이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지 여부가 공모가 회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코어위브의 자금조달 여건과 앤트로픽 등 대형 AI 기업의 상장 성적도 AI 버블 공방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