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법적 근거 있다지만… '적절성' 두고는 의견 갈려

신은별 2026. 10. 22.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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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중대범죄수사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에 문제가 없다는 뜻을 거듭 밝히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는 기관장이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은 20일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했다.

청와대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석을 곧바로 외압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국무회의 참석을 통해 국정 운영의 방향과 대통령의 리더십을 이해하는 것이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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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 요청만으로 독립성 침해 아냐"
옳고 그름이 아닌 '선택 문제' 강조
"법적 근거, 배석 정당화할 수 없어"
수사 독립성 논란, 배석 최소화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범죄수사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에 문제가 없다는 뜻을 거듭 밝히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는 기관장이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법적으로 배석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렵지만, 대통령과의 정기적인 대면이 수사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참석 범위와 방식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무회의 배석, 반복된 논란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은 20일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처음 참석했다. 중수청 출범 이후인 6일과 13일에는 전종민 중수청장 직무대행이 참석한 데 이어 김 청장까지 자리를 함께 하면서, 3주 연속 중수청 수장이 국무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사기관이나 사정기관 수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유병호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도마에 올랐다. 감사원은 헌법에 근거해 설치된 대통령 소속 기관이지만, 감사원법은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한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대통령이 외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지시한 뒤 올해 1월 20일부터 구자현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유재성 당시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배석하면서 야권의 공격을 받았다.

중수청장 배석에는 법적 근거가 있다. 헌법 제88조는 국무회의를 대통령·국무총리와 15명 이상 30명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지만, 정식 구성원이 아니어도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대통령령인 국무회의 규정 제8조는 의장(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중앙행정기관의 수장이나 중요 직위에 있는 공무원을 배석시킬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중수청장 참석의 근거로 정부조직법 제11조도 들었다. 이 조항은 대통령이 정부 수반으로서 법령에 따라 모든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한다.

김지용(왼쪽) 중대범죄수사청장과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참석은 '옳고 그름' 아닌 '선택' 문제"

그러나 법적 근거와 별개로, 배석의 적절성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참석해도 문제가 없다는 쪽은 국무회의의 심의 기능에 주목한다.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중요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여러 관점과 부처 간 이해관계를 살피도록 하는 헌법상 심의기관이다. 심의 결과가 대통령을 법적으로 구속하진 않지만, 심의 절차를 통해 신중한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다. 국회에서 일했던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기관장을 불러 의견을 듣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독립성이 보장되는 기관이 참석의 적절성을 스스로 판단하고 불참할 수 있다면, 참석 요청만으로 독립성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독립기관에 압력을 행사하는 행태가 문제인 만큼, 배석 여부보다 회의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청와대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석을 곧바로 외압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국무회의 참석을 통해 국정 운영의 방향과 대통령의 리더십을 이해하는 것이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누구를 배석시킬지 여부는 '선택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고도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5회 국무회의에서 한성숙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참석 자체가 부담... 정례 참석 부적절"

반면 법적 근거가 있다는 이유로 정기적인 배석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수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가 없더라도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평가나 문제의식을 드러내면 수사기관 입장에선 방향 제시나 압력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기관장이 임명권자가 주재하는 회의에 매번 참석해 정부 정책과 대통령 지시를 접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일반 행정부처의 정책 집행과 달리 수사는 외부의 영향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참석 자체로 공정성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여당에 유리한 수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대통령과의 정례 대면이 수사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현재로서는 참석 요청 자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는 만큼 대통령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배석을 요구하고, 수사·공소기관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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