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그룹 상장 첫날 32% 급락…AI 투자 우려에 공모주 시장도 냉각

김호성 기자 2026. 10. 2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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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가 9만500원에서 6만1500원으로 하락…시가총액 7000억원 밑으로
2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엘리스그룹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상장기념패 전달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 엘리스그룹이 코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30% 넘게 하락하면서 AI 기업 버블론과 증시 비관론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주요 외신은 이번 주가 급락을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과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사례로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증시 조정과 투자심리 위축이 맞물리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21일 외신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엘리스그룹은 전날 코스닥 시장에서 공모가 9만500원보다 32.04% 낮은 6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5만6500원까지 밀리며 공모가 대비 하락률이 37.57%에 달했다가 장 마감 직전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상장 당시 시가총액은 1조54억원이었지만, 주가가 급락하면서 첫 거래일 시가총액은 7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상장 전 기관투자가와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것과 달리 실제 거래에서는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 외신 "AI 기업 가치평가 논쟁의 중심에"…투자 열풍 경계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엘리스그룹의 상장 첫날 주가 하락을 다루며 AI 투자 열풍에 대한 경계가 커지는 상황에 주목했다. 한국 시장 외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기업의 상장 결과가 글로벌 AI 산업의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사례로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그간 한국 시장 밖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엘리스가 AI 기업들의 가치평가와 기업들이 그 평가에 부응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엘리스그룹의 주가 부진을 AI 연산에 특화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네오클라우드 기업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약해지는 징후로 해석하기도 했다. AI 관련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던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헤베 첸 밴티지글로벌 선임 시장분석가는 "엘리스의 참담한 증시 데뷔(disastrous debut)는 'AI라면 무엇이든 사들이던 시대'가 'AI라면 무엇이든 의심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도 엘리스그룹의 상장 첫날 급락이 AI 관련 지출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배런스 역시 '한국발 IPO 참사가 AI 투자 열풍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취지의 보도를 통해 엘리스그룹의 주가 흐름을 조명했다.

배런스는 엘리스그룹이 올해 상반기 매출을 전년 동기보다 3배 늘리고 수익성도 개선했지만, 상장 첫날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업의 외형 성장만으로는 높은 기업가치에 대한 부담과 향후 자금조달 우려를 해소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 미국 AI 인프라주도 장중 약세…글로벌 투자심리로 파급

엘리스그룹의 상장 결과는 국내 증시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 AI 관련주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도됐다.

CNBC는 한국 클라우드 기업의 상장 성적이 부진하게 나타난 뒤 미국 데이터센터 관련 종목들이 하락 압력을 받았다고 전했다. 엘리스그룹의 IPO 규모는 1억5000만달러로 비교적 작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AI 인프라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가늠하는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로이터통신도 엘리스그룹의 상장 첫날 급락이 월가 AI 관련주의 약세를 다시 자극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는 이날 장 초반 6% 넘게 떨어졌다가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다. 네비우스와 아이렌 등 다른 AI 인프라 관련주도 오전 거래에서 약세를 나타냈다.

다만 이후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등 주요 AI·반도체 종목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뉴욕증시 주요 지수도 미국과 이란의 외교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면서 반등 흐름을 보였다.

엘리스그룹의 주가 하락만으로 미국 AI 관련주 전반의 흐름을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 상장 결과가 관심을 끌었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 국내 IPO 시장도 냉각…공모가 상단 흥행 기업까지 타격

국내 공모주 시장 역시 증시 조정의 영향을 받고 있다. 엘리스그룹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비교적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7만400원~9만500원이었으며, 최종 공모가는 상단인 9만500원으로 결정됐다.

일반 청약에서도 청약 증거금으로 10조3000억원이 모이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상장 전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흥행했지만, 상장 시점에 증시 환경이 달라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엘리스그룹의 공모가가 결정될 당시에는 코스닥지수가 800선 중반을 회복하며 상승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달 중순 이후 AI 거품론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코스닥지수가 800선 아래로 내려가는 등 국내 증시의 투자 여건이 악화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공모주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상장 이전에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더라도 실제 거래가 시작되는 시점의 시장 분위기에 따라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번 주에도 신규 상장 일정이 이어진다. 오는 22일 엠에스바이오, 23일 디티에스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두 기업 모두 국내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기 전인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수요예측을 마치고 공모가를 정했다.

최근의 증시 수급 여건이 이어질 경우 신규 상장 기업들도 거래 첫날부터 주가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크리에이츠 공모가 하단·인텔리빅스 상단…수요예측 성적 엇갈려

기관투자가들의 공모주 투자 전략도 종목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 가운데 골프 테크 기업 크리에이츠는 희망 공모가 범위의 하단인 1만5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반면 안전 AI 기업 인텔리빅스는 희망 범위 상단인 9000원에 공모가를 결정했다.

증시 조정 국면에서 기업별 사업과 성장성에 대한 평가가 공모가 결정 과정에 반영되면서 IPO 시장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글로벌 AI 인프라 업계에서도 투자심리 위축을 보여주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호주의 퍼머스 그리드와 에어트렁크는 상장 계획을 철회하거나 연기했고, 영국 엔스케일과 미국 SB에너지는 기업가치 평가를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AI 인프라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코어위브는 대규모 부채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회사채 수익률이 15%까지 치솟는 등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