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는 거대한 나라"… 우크라에 재차 양보 압박

권경성 2026. 10. 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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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는 거대한 나라"라고 말하며 종전 협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양보를 재차 압박했다.

동맹국인 우크라이나 대신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손을 잡고 싶어 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과 관련해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45년 2월의 얄타 회담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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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21세기판 얄타회담’ 시도하나”
젤렌스키 “미·중·러만 종전 회담 안 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전용기(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는 거대한 나라”라고 말하며 종전 협상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양보를 재차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러시아 행보를 두고 21세기판 얄타 회담을 시도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중·러 정상 간 종전 회담이 열린다면 자신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이제 (종전에) 합의할 때”라며 “젤렌스키가 이 전쟁을 끝내기를 원해야 한다. 그가 원하지 않을 경우 나는 매우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거대한 기계와 같다. 그들은 계속해서 조금씩 밀고 나아간다”며 “러시아가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영토는 매주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많은 사람을 잃었다. 러시아도 많은 사람을 잃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거대한 나라다. 우크라이나는 그렇지 않다”며 “러시아는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아주 많다. 우크라이나는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세가 러시아 쪽으로 기운 만큼 국력 면에서 더 버티기 힘든 우크라이나가 더욱 양보를 해 종전에 합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맹국인 우크라이나 대신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손을 잡고 싶어 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과 관련해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45년 2월의 얄타 회담을 소환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종전을 앞두고 미국·영국·소련(현 러시아) 정상이 모여 독일의 전후 처리와 동유럽 및 한반도 문제, 국제연합(유엔) 창설 등을 논의했던 자리가 얄타 회담이다. 그 논의에서 강대국 중심의 전후 세계 질서가 그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3자 회담을 개최하리라는 관측에 대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최근 말했다. 회담이 성사된다면 세계에서 핵무기가 1~3번째로 많은 군사 강국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셈이 된다.

푸틴 대통령은 3자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핵 군축과 무역, 국제 안보로 의제를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NYT는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상대 전범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미·중과 세계 질서를 의논하는 핵심 강대국 지위를 굳히려는 의도다. 그 과정에서 2차 세계 대전 뒤 식민 지배에서 벗어날 폴란드나 한국의 운명이 자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해졌던 것처럼 미·중·러의 우크라이나 문제 논의에서도 피해자인 우크라이나가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려하는 것은 이 대목이다. 그는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3자 회담이 어떤 내용일지는 모른다. 그것은 그들 몫”이라면서도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우리의 미래가 논의된다면 우리가 협상에 참여할 때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는 이날 오슬로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21일에는 러시아로 이동해 종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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