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늘어도 주가는 제자리…‘오리온 디스카운트’ 왜?

정대연 2026. 10. 2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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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철곤 회장, 본업 무관 연쇄 M&A…이화경 부회장도 미등기 ‘책임 뒷전’ 논란

담철곤 회장, 본업 무관 연쇄 M&A…이화경 부회장도 미등기 ‘책임 뒷전’ 논란

영업익 49.7% 늘 때 주가는 2.1% 그쳐
6100억 중앙일보 베팅, 공시 없이 진행
배당성향 18.3%…주요 식품사 중 최저

[대한경제=정대연 기자]오리온의 중앙일보 인수전 참전을 계기로 담철곤 회장의 경영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미등기임원인 오너 일가가 책임에서 비켜선 채 본업과 시너지가 불분명한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사이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실적과 주가가 따로 노는 이른바 ‘오리온 디스카운트’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 오리온의 영업이익은 49.7% 늘었지만 주가는 2.1%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41.5% 상승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15.9배에서 10.9배로 오히려 떨어졌다. 영업이익이 73.3% 늘면서 주가도 35.8% 오른 농심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주주 눈에 안 보이는 6100억 베팅
시장이 호실적보다 미래 불확실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는 대형 투자 결정이 주주 눈높이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중앙일보 인수전이 대표적이다. 부채와 보증금액을 고려한 인수 비용은 6100억원으로 추정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그룹 자산 5조1430억원의 10분의 1을 웃도는 규모다. 오리온은 이사회 의결을 거쳤지만 인수전 참여 사실을 별도로 공시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오리온은 고배를 마셨다. 전날 마감된 본입찰에는 6곳이 참여했고, CJ그룹과 신세계가 참여한 다우키움그룹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24년 5485억원 규모의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는 오리온이 아닌 홍콩 자회사 팬오리온이 주체로 나섰다. 거래는 팬오리온 이사회 의결을 거쳤고, 오리온 이사회에는 보고 안건으로 상정됐다. 당시 오리온 자산의 16.3%에 달하는 규모였다.

본업과 거리가 먼 M&A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중앙일보 인수 무산 소식이 알려진 20일 오리온 주가는 전날보다 2.55% 올랐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 발표 당시 주가가 20% 급락했던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투자자들이 오리온의 사업 다각화보다 본업 집중을 원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M&A에 공을 들이는 동안 본업 경쟁력을 키울 설비투자는 뒷전으로 밀렸다. 오리온의 최근 5년 누적 설비투자액은 6767억원으로 누적 영업이익의 28% 수준에 그쳤다. 주요 7개 식품사 가운데 가장 낮다. 오뚜기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1조65억원 가운데 7081억원을 설비에 재투자해 이 비율이 70%에 달했다. 더구나 오리온의 지난해 설비투자액(1463억원)은 5년 전보다 0.8% 줄었다.

◇책임은 없고 곳간만 쌓였다
무엇보다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 구조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담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는 모두 미등기임원이다. 7개 식품사 중 그룹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경영하는 곳은 오리온과 CJ제일제당뿐이다. 등기이사는 실명으로 이사회 표결 기록을 남기지만 미등기임원은 그럴 의무가 없다. 이사회 의결을 거치더라도 오너의 판단은 공식 기록으로 남지 않는 셈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신동원 농심 회장은 각각 롯데웰푸드와 농심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도 대표이사로 전면에 나서 경영 책임을 지고 있다.

주주환원도 미온적이다. 오리온은 5년간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 1조9340억원 가운데 3538억원만 배당했다. 누적 현금배당성향은 18.3%로 풀무원(76.9%)과 CJ제일제당(38.8%), 롯데웰푸드(37.3%) 등 7개사 중 가장 낮다. 배당하지 않고 쌓아둔 현금은 1조5802억원으로 농심의 2배에 이른다. 지난해 배당성향을 36.2%로 끌어올렸지만 배당총액(1384억원)은 순현금 1조3025억원의 10.6%에 불과하다.

행동주의펀드도 압박에 나섰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파트너스는 “오리온은 2조1000억원의 순현금과 금융자산을 보유하고도 배당수익률이 2.8% 수준에 그친다”며 “담 회장은 책임경영을 위한 등기이사직과 무보수 중 양자택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대연 기자 k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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