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범인 “특허법인이 사기”… 4년전 같은 건물 방화 협박도

천종현 기자 2026. 10. 2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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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법인 건물 두 곳에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된 이모 씨(77)는 4년 전에도 같은 곳에서 휘발유를 뿌리며 직원들을 위협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법인 사무실에 불을 지를 것처럼 겁을 줘야겠다고 마음먹은 이 씨는 2022년 12월 중순 휘발유 2L를 사 페트병 4개에 나눠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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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 빌딩 2곳 연쇄 방화]
집에서 기름통 들고나와 불질러
도주 4시간만에 동묘에서 체포돼
2023년 1심법원 징역 2년6월 선고
2심재판부 “대형사고 위험한 상황”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연달아 불을 지른 이모 씨가 수서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왼쪽 사진). 이 씨는 이날 오전 범행 현장 인근에서 인화물질을 든 통을 들고 이동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뉴스1·독자 제공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특허법인 건물 두 곳에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된 이모 씨(77)는 4년 전에도 같은 곳에서 휘발유를 뿌리며 직원들을 위협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특허법인이)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씨는 이날 오전 11시 이전 서울 강서구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인화물질이 든 기름통을 들고나왔다. 집을 나서며 집주인에게 “사기 친 놈 가만 안 둘 거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삼동 한양빌딩과 신명빌딩에 잇따라 불을 지른 그는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동대문구로 달아났다.

독자 제공
‘누군가 불을 질렀다’는 취지의 최초 신고에 따라 경찰은 화재 직후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고, 이 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기동대 등을 동원해 추적했다. 불을 지르고 도주한 이 씨는 청량리동 인근에서 식사까지 한 뒤 오후 4시 16분경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 긴급체포됐다.

오후 6시 14분경 수서경찰서로 압송된 이 씨는 취재진에게 서류를 내보이며 “2000년도에 내가 특허를 냈는데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범행 준비 기간을 묻자 “한 3일 됐다”고 했고, 피해자에게 할 말을 묻자 “앞으론 사기 치지 말라”고 했다.

판결문과 특허청 등록 공보 등에 따르면 이 씨는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두 특허법인에 자신이 개발한 ‘근력 운동기구’ 등의 국내외 디자인 등록과 특허 출원을 맡겼다. 그는 종이 등록증을 요청했다가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이를 발급하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고, 특허법인이 갱신료 등 추가 비용을 요구하자 두 법인이 자기를 속였다고 여겼다.

특허법인 사무실에 불을 지를 것처럼 겁을 줘야겠다고 마음먹은 이 씨는 2022년 12월 중순 휘발유 2L를 사 페트병 4개에 나눠 담았다. 같은 달 29일 오전 11시 20분경 첫 특허법인 사무실을 찾아가 직원의 얼굴과 상체에 휘발유를 뿌리고 가스라이터를 켜는 시늉을 했다. 도망가는 직원을 쫓으며 가위도 휘둘렀다. 이어 20분 뒤엔 다른 사무실에서 “변리사들이 가장 돈을 많이 번다더라. 사기 치지 마라”며 직원에게 휘발유를 뿌렸다. 책상과 바닥에도 휘발유를 뿌리며 “죽여 버리겠다”고 했고, 쫓아오는 직원에겐 가위를 휘두르며 “쫓아오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2023년 4월 1심 법원은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야기할 수 있었던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면서도 “이 씨가 ‘다시는 같은 행동을 하거나 피해자들을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 결과에 이 씨와 검찰 모두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범행에 대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1심 양형이 너무 가볍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검사가 형량에 대해서는 항소하지 않아 형을 늘릴 수 없었다. 형은 같은 해 10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정동진 기자 haedo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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