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도심빌딩서 잇달아 방화… 난간 매달려 “살려달라” 아우성

조승연 기자 2026. 10. 2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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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연기가 느껴지더니 큰불이 확 나면서 덮쳤어요. 방 안에 갇힌 사람들은 유리창을 깨고 탈출했고요. 삐죽삐죽 튀어나온 유리에 다치거나 연기를 마신 사람이 많아요."

한양빌딩에서 탈출한 다른 직원은 "사무실 입구까지 불이 번져 그쪽으로는 나갈 수 없어 10∼12명이 유리창을 깨고 바깥 화단으로 빠져나왔다"며 "방 안까지 불길이 번져 미처 대피하지 못한 직원은 밖에서 끄집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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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 빌딩 2곳 연쇄 방화]
점심시간 앞 일하던 시간에 ‘펑’
“순식간에 불길 번져 창문 깨고 탈출”
개인 불만에 불특정 다수 상대 방화
주변 상가로도 연기 번져 아수라장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명빌딩 화재 현장 앞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를 마친 뒤 땀을 닦고 있다. 앞서 190m가량 떨어진 한양빌딩에서도 불이 났다. 이 화재로 1명이 심정지에 빠지고 4명이 중상을 입는 등 19명이 다쳤다. 화재는 오후 2시 20분경 모두 진압됐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뜨거운 연기가 느껴지더니 큰불이 확 나면서 덮쳤어요. 방 안에 갇힌 사람들은 유리창을 깨고 탈출했고요. 삐죽삐죽 튀어나온 유리에 다치거나 연기를 마신 사람이 많아요.”

20일 불이 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양빌딩에서 빠져나온 한 직원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스스로 유리창을 깨고 나온 직원들의 팔다리 곳곳엔 핏자국이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54분과 낮 12시 1분 역삼동 신명빌딩과 한양빌딩에서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특허 출원 과정에 불만을 품은 이모 씨(77)가 잇따라 지른 이 불로 5명이 중상을, 14명이 경상을 입었다.

● 점심 앞둔 사무실 덮친 불

첫 화재 신고는 지하 2층, 지상 7층짜리 신명빌딩 3층 특허법인 사무실에서 접수됐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이 씨는 오전 11시 이전에 거주지에서부터 챙긴 인화성 물질이 든 통을 들고 신명빌딩에 들어섰다. 건물 폐쇄회로(CC)TV에는 그가 기름통을 들고 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7분 뒤엔 190m가량 떨어진 지하 2층, 지상 10층짜리 한양빌딩 4층 특허법인 사무실에서도 신고가 접수됐다. 이 씨는 경찰서로 호송되며 범행을 언제부터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한 3일 됐다”고 말했다.
독자 제공
신명빌딩에선 특허법인 사무실에서 일하던 30대 여성 변리사가 3층 복도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여성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옮겨진 뒤 호흡을 되찾았다.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50대 남성은 화상 전문병원으로 옮겨졌다. 신명빌딩에선 이 밖에 9명이 다쳤고 60여 명이 스스로 대피했다. 한양빌딩에선 3명이 호흡곤란 등의 중상을, 5명이 경상을 입었다. 소방 당국은 현장에 임시 응급의료소를 차리고 대규모 인명 피해에 대비했다.

● “난간에 매달려 손 내밀며 구조 요청”

불길과 연기는 순식간에 사무실을 집어삼켰다. 한양빌딩에 있던 한 직원은 “탕비실 쪽에서 폭발하듯 연기가 확 올라왔고, 몇 초 만에 검은 연기가 퍼졌다”며 “입구 쪽은 연기가 너무 많아 창문을 깨고 나왔다”고 말했다. 한양빌딩에서 탈출한 다른 직원은 “사무실 입구까지 불이 번져 그쪽으로는 나갈 수 없어 10∼12명이 유리창을 깨고 바깥 화단으로 빠져나왔다”며 “방 안까지 불길이 번져 미처 대피하지 못한 직원은 밖에서 끄집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깨진 유리창으로 나오다 베여 다친 사람이 많다”고 했다.

신명빌딩도 아수라장이었다. 인근 상인 최모 씨는 “건물 난간에 사람들이 매달려 손을 내밀며 ‘사람이 있다’고 구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창틀에 매달려 있다가 소방대원이 설치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 시민도 있었다. 골프채로 유리창을 깨고 밖을 살피던 직원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기는 주변 상가로도 번졌다. 화재 현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식당 종업원 오모 씨(20)는 “가게 안으로 자꾸 연기가 들어와 손님들이 식사하다 말고 나갔다. 건물에선 불꽃이 활활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두 건물 사이에 있는 역삼로 일대는 화재 진화 등으로 한동안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소방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291명과 소방차 등 장비 56대를 투입했다. 한양빌딩 불은 신고 34분 만인 낮 12시 35분경에, 신명빌딩 불은 2시간 26분 만인 오후 2시 20분경에 꺼졌다. 경찰은 두 건물의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문지연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수료
박건우 인턴기자 서울대 언어학과 4학년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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