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청약 열기 어디로…엘리스그룹 상장 첫날 굴욕

손유지 2026. 10. 2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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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수요예측 388대 1·일반청약 10조원에도 주가 급락
코어위브발 투자 우려 확산…네오클라우드 불안에 발목
상반기 영업이익 103억원…AI 인프라 사업 성장성 부각
대규모 설비투자·수익성 검증 과제…시장 신뢰 회복 관건

[지데일리] 청약증거금 10조원이 몰린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 엘리스그룹이 코스닥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대비 30% 넘게 급락하며 흥행의 역설을 드러냈다. 

엘리스그룹이 청약증거금 10조원을 모으고도 코스닥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 넘게 급락했다. 네오클라우드 투자 우려 속에 수익성과 투자비 회수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출처=엘리스그룹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높은 관심에도 시장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보다 AI 인프라 산업의 수익성과 투자비 회수 불확실성에 무게를 뒀다. 공모 단계에서 형성된 기대와 상장 이후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면서 AI 산업을 향한 투자 열기가 기업가치에 대한 검증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엘리스그룹은 이날 오전 9시40분 기준 공모가 9만500원보다 30.28% 하락한 6만3100원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6만1000원까지 밀리며 공모가 대비 낙폭이 32%를 웃돌기도 했다. 공모가 기준 약 1조54억원이던 시가총액도 7000억원대로 축소됐다. 상장을 앞두고 형성된 기대감이 거래 첫날 급격히 꺾인 셈이다.

공모 과정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난달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2367개 기관이 참여해 388.8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인 7만400원~9만500원의 상단으로 결정됐으며, 공모 규모는 약 2011억원에 달했다. 

이달 7~8일 진행된 일반투자자 청약에서도 약 4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청약증거금은 10조2599억원이 몰렸다. 그러나 높은 청약 경쟁률이 상장 이후 주가를 지탱하는 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주가 급락의 배경으로는 글로벌 네오클라우드 산업을 둘러싼 투자 우려가 거론된다. 네오클라우드는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연산 자원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생성형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관련 인프라 수요도 증가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와 GPU 확보에는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하다. 장비 교체 주기가 짧고 전력·냉각 비용 부담도 큰 만큼 매출 증가가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될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글로벌 네오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를 둘러싼 투자 우려가 확산한 점도 관련 업종의 투자심리에 부담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AI 인프라 산업은 성장성이 큰 분야지만, 설비투자 확대 속도와 고객사의 수요, 자금 조달 비용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시장이 산업의 성장 전망만으로 기업을 평가하기보다 투자비 회수 능력과 현금흐름의 지속 가능성을 따지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015년 설립된 엘리스그룹은 AI 교육 플랫폼에서 출발해 데이터센터와 GPU 클라우드, AI 전환 솔루션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회사는 데이터센터 구축부터 클라우드 운영, AI 개발·배포 환경까지 제공하는 AI 풀스택 사업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핵심 기술로는 이동식 모듈형 AI 데이터센터인 ‘AI PMDC’와 클라우드 운영 소프트웨어 ‘ECI’가 꼽힌다. 회사 측은 AI PMDC를 활용하면 통상 24~36개월 걸리는 데이터센터 구축 기간을 3개월 이내로 줄일 수 있으며, ECI는 GPU 가상화 과정의 성능 손실을 1% 미만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실적도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엘리스그룹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344억원, 영업이익은 103억원으로 집계됐다. 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52억원을 웃돌았다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 흐름이 나타났다. 회사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국내 AI 인프라 확충과 해외 시장 진출에 투입할 계획이다.

다만 상반기 실적만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향후 데이터센터 증설에 필요한 자금과 전력 확보, GPU 조달 비용, 고객사 확보 여부가 수익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투자 확대에 비해 수요 증가가 둔화하면 가동률이 떨어지고 감가상각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회사가 제시한 구축 기간 단축과 운영 효율성 역시 장기적인 비용 절감과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이번 상장 첫날 급락은 AI 산업의 성장 기대와 개별 기업의 적정 가치가 별개라는 점을 보여준다. 청약 흥행이나 기술 경쟁력만으로 주가를 낙관하기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투자비 회수 능력, 지속 가능한 이익 구조를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해졌다. 

엘리스그룹이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려면 기술적 강점을 구체적인 수익 성과로 입증하고, 국내외 인프라 확장에 필요한 자금 부담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투자심리 회복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