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도심에 야간 통금령…프랑스 정부 "비상사태도 배제 안 해"

프랑스에서 대규모 시위가 약탈과 방화로 번지자 정부가 파리 일부 지역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오는 24일 추가 시위도 예고돼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프랑스 총리는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각 지방정부에 지역별 통행금지 도입을 지시했다. 그는 시민과 상점 등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비상사태도 배제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제한적인 통금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파리 경찰은 레퓌블리크 광장과 상업지구 레알 일대에 19일 오후 11시부터 20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를 시행했다. 북부 릴·두에·와티니·드냉에서는 오후 8시부터 오전 6시까지 부분 통금이 실시됐다.

상점 3000곳 피해…치안 실패 책임론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한 고등학생들의 시위는 고물가와 공공부문 투자 부족에 항의하는 전국적 집회로 확산했다. 지난 주말 일부 참가자가 공공시설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약탈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제랄드 다르마냉 법무장관은 주말 동안 경찰에 구금된 사람이 2330여명이며 이 중 70%가 성인이라고 밝혔다. 세르주 파팽 상무장관은 피해 상점이 최소 3000곳이고 손실액이 수억유로에 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매업연합은 잇단 위기로 취약해진 소매업계가 또다시 혼란의 최전선에 놓였다며 피해 상인들의 고통을 호소했다.
정부는 빈티드·이베이·아마존·메타·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에 장물 거래 차단과 판매자 기소를 위한 협조도 요청했다.
로랑 뉘녜즈 내무장관은 치안 대응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지휘체계 유지를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시위 대응 계획과 정보 판단 실패를 투명하게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24일 '노란 조끼' 추가 시위 예고
파리 루브르박물관은 이날 시위 참가자 수십 명이 유리 피라미드 입구를 막으면서 개관하지 못했다. 2018년 물가 상승과 불평등에 반발해 등장한 '노란 조끼' 운동은 오는 24일 '2막' 시위를 예고했고, 주요 노동조합도 다음 달 5일 파업과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학생 시위대의 요청으로 '노란 조끼' 참가자들은 지난 주말 시위에도 합류했다.
이런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19일부터 21일까지 중동 순방에 나섰다. 쿠웨이트를 방문한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바레인·카타르를 찾을 예정이며, 엘리제궁은 석유·경유 공급 확보와 유가 안정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대규모 시위 전날인 16일 밤 부인과 함께 셀린 디옹 콘서트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고 있다고 프랑스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유럽연합(EU)은 폭력을 규탄하면서도 평화적인 시위의 권리는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자국민에게 프랑스 내 추가 시위와 폭력 가능성을 경고했다.
프랑스의 재정 불안도 이어졌다. 이날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장보다 0.12%포인트 오른 4.9%를 기록했으며, 독일 10년물 국채와의 금리 차는 1.45%포인트로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