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손아섭의 마지막은 고작 두 줄이었다…65억 대박보다 롯데 프랜차이즈가 더 소중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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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의 마지막이 이렇게 초라할 수 있을까.
현역 선수 가운데 통산 안타 3위에 올라 있는 선수가 아무런 구분 없이 방출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적어도 두산이 손아섭을 어떤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롯데를 떠난 뒤 NC와 한화, 두산을 거치는 동안 손아섭의 이름값은 조금씩 작아졌고, 마지막에는 선수단 정리 명단에 포함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손아섭이 롯데에 남았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안타를 쳤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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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떠나 NC서 64억 FA 대박, 그러나 말년에는 1억 계약과 방출의 연속
프랜차이즈로 남았다면 달랐을 마지막…손아섭이 놓친 돈보다 큰 가치

(MHN 정철우 기자) 레전드의 마지막이 이렇게 초라할 수 있을까. 두산 베어스가 19일 발표한 보도자료는 단 두 줄에 불과했다. 재계약하지 않기로 한 선수 11명의 이름을 나열한 것이 전부였다. 그 안에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손아섭의 이름도 있었다. 다섯 차례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한 차례 지명 타자로 골든 글러브를 받았고 네 번이나 최다 안타왕에 올랐던 선수이며 한 차례 타격왕에 올랐지만 특별한 설명도, 별도의 예우도 없었다. 그저 방출 선수 11명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두산은 19일 투수 김명신, 김지윤, 박강민, 장우진, 이기석, 백승우와 내야수 김민혁, 이종혁, 지강혁, 외야수 손아섭, 양현진 등 11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고 발표했다. 손아섭이 왜 방출 대상에 포함됐는지, 그동안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구단이 선수단 정리 과정에서 흔히 발표하는 형식적인 보도자료였다.
물론 모든 방출 선수에게 특별한 설명을 덧붙여야 할 의무는 없다. 두산으로서는 전력 구상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일괄적으로 정리했을 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손아섭이라는 이름이 지닌 무게를 생각하면 씁쓸함을 지우기 어렵다. 현역 선수 가운데 통산 안타 3위에 올라 있는 선수가 아무런 구분 없이 방출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적어도 두산이 손아섭을 어떤 위치에서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손아섭은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화려한 경력을 가진 베테랑의 이적이었지만 두산이 팀의 미래를 걸고 추진한 대형 영입과는 거리가 있었다. 풍부한 경험과 타격 능력이 살아난다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결국 기대했던 반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손아섭은 올 시즌 5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36, 1홈런, 15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시즌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고 어렵게 1군에 올라온 뒤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한때 안타 생산 능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타자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아쉬운 성적이었다.
프로의 세계에서 과거의 영광은 현재의 부진을 대신 설명해 주지 못한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였더라도 지금 당장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손아섭 역시 그런 현실을 피해 가지 못했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흔히 겪는 길을 그대로 밟은 셈이다.

당시 손아섭은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NC 다이노스와 4년 총액 64억원에 계약했다. 프로 데뷔 이후 줄곧 롯데에서 뛰며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지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NC의 손을 잡았다. 프로 선수에게 FA는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대우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그 결정 자체를 잘못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NC에서도 손아섭은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다. 2023년에는 타격왕과 최다 안타왕에 오르며 여전히 리그 정상급 교타자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롯데를 떠난 선택이 곧바로 실패로 이어졌던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적 이후에도 정상급 활약을 펼쳤다는 점에서 당시의 결정을 충분히 성공적인 선택으로 평가할 만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다시 FA 자격을 얻었을 때 손아섭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과거의 명성과 기록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서는 구단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한화와 1억원에 계약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한때 수십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던 선수가 사실상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해 크게 낮아진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만약 손아섭이 그때 롯데에 남았다면 어땠을까.
당시 롯데도 손아섭에게 적지 않은 조건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NC의 제안이 더 매력적이었기에 이적을 선택했지만, 두 구단의 제시액 차이가 선수 생활의 마지막까지 결정할 만큼 절대적인 것이었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롯데에 남았다면 손아섭의 마지막 모습은 지금과 달랐을 가능성이 있다. 데뷔부터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한 팀에서 보낸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상징성은 단순한 성적 이상의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물론 롯데에 남았다고 해서 기량 저하를 피할 수 있었을 리는 없다. 나이가 들면서 타격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느 팀에서 뛰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롯데 역시 성적이 나오지 않는 선수에게 무조건 기회를 줄 수는 없었을 것이고,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이유만으로 선수 생활을 보장해 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손아섭은 롯데에서 오랫동안 팀의 간판으로 활약한 선수다. 팬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 존재였다. 만약 그가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왔다면 구단은 단순히 전력에서 제외할 선수가 아니라 한 시대를 함께한 프랜차이즈 스타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고민해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성적이 떨어졌더라도 기념할 만한 마지막 무대를 마련하거나 선수 생활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려 노력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 수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됐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여러 방출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이 발표되는 결말과는 다른 장면을 상상할 여지가 있다.
특히 손아섭처럼 오랫동안 한 팀의 중심을 지켰던 선수에게 프랜차이즈라는 가치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젊고 경쟁력이 있을 때는 연봉과 계약 기간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선수 생활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자신이 어떤 팀의 선수로 기억되는지, 마지막 순간 어떤 대우를 받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를 떠날 당시 손아섭은 더 좋은 계약 조건을 선택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선택으로 오랫동안 쌓아온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지위도 내려놓아야 했다. NC에서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롯데에서 가졌던 상징성까지 그대로 가져갈 수는 없었다.
결국 손아섭은 여러 팀을 거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어느 한 팀에서 마지막까지 특별한 존재로 남는 데는 실패한 모양새가 됐다. 물론 그 책임을 이적 선택 하나에만 돌릴 수는 없다. 기량 저하와 구단의 전력 구상, 선수 시장의 냉정한 현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롯데에 남았을 경우 누릴 수 있었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마지막 예우를 스스로 포기한 선택이었다는 점만큼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결말이 더욱 아쉽다. 이 정도 경력을 가진 선수라면 적어도 선수 생활의 마지막 순간만큼은 조금 더 특별하게 기억될 만한 자격이 있다. 하지만 두산에서 손아섭은 더 이상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냉정한 전력 평가의 대상이었고, 결국 재계약하지 않기로 한 11명 중 한 명으로 정리됐다.
손아섭이 다른 팀에서 다시 기회를 얻을 가능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 은퇴를 선언한 것도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감안하면 새로운 팀을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현역 연장과 은퇴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찾아왔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기에 5년 전의 선택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NC에서 받았던 더 좋은 대우는 분명 가치가 있었다. 이적 이후 타격왕까지 차지했으니 그 선택이 실패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나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프랜차이즈 스타의 가치, 그리고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자신이 가장 빛났던 팀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손아섭이 롯데에 남았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안타를 쳤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마지막 순간에는 조금 더 따뜻한 박수를 받으며 유니폼을 벗을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두산의 두 줄짜리 보도자료는 손아섭이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를 설명해 주지 않았다. 오히려 오랫동안 쌓아온 명성조차 팀을 떠나고 시간이 흐르면 얼마나 쉽게 평범한 이름 하나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어쩌면 손아섭의 이번 방출이 남긴 가장 큰 아쉬움은 성적도, 돈도 아닐지 모른다. 평생을 바쳐 쌓아온 야구 인생의 마지막을 자신이 가장 사랑받았던 곳에서 마무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때 손아섭이 롯데 잔류를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이제는 누구도 답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두 줄짜리 방출 통보를 받아든 지금만큼은 그 부질없는 가정을 쉽게 떨쳐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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