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세기 재정 적자국 프랑스 폭동 교훈 삼아야

경북일보 2026. 10. 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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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폭동에 휩싸였다. 폭력 시위와 방화, 약탈이 잇따르면서 국가 통치에 대한 불신이 극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세계적 경제대국이자 복지국가인 프랑스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이민정책에 따른 문화적 충돌, 고질적인 실업과 빈부격차, 감당하기 어려운 복지지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반세기 동안 누적된 재정적자는 프랑스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위기를 불렀다.

프랑스는 1975년 이후 50년 넘게 해마다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적자 규모가 1585억 유로, 약 235조 원에 이른다. 2025년 말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115.6%에 달했다. 높은 세금을 거두면서도 정부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빚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온 것이다. 고령화로 연금과 의료비 부담은 커지고, 정부가 복지 축소와 긴축재정에 나서면 거센 저항이 일어난다. 복지를 확대하기도, 줄이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

프랑스의 위기는 한국에도 엄중한 경고다. 정부가 편성한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총수입은 880조8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무려 205조6000억 원 늘어난다. 국세수입은 390조2000억 원에서 584조4000억 원으로 194조2000억 원이나 급증할 전망이다. 반도체 경기 호황에 따른 법인세 증가가 주요 원인이다. 그런데 정부는 총지출도 727조9000억 원에서 820조9000억 원으로 93조 원 늘려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GDP의 절반 수준이지만,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 등을 포함한 국가재무제표상 부채는 이미 GDP의 100%를 넘어섰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 불균형과 공기업 부채까지 고려하면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재정 부담은 공식 국가채무비율을 훨씬 넘는다.

세수가 급증하는 시기에 국가채무부터 줄이는 것이 재정 운용의 기본이다. 일시적인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입을 항구적인 복지지출 확대에 써서는 안 된다. 경기 호황기에 빚을 줄이고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불황과 국가적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연금과 의료비 부담이 급증할 미래를 생각하면 프랑스 사태가 남의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라 곳간이 넉넉할 때 빚부터 갚는 것이 미래세대에 대한 국가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