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항의.. “소방은 재정 빨대”에 진짜 빨대 배송
이상민 “코미디보다 참혹한 현실” 정치권 대응 정면 비판
부천 공장 화재 순직 김진석 소방위 향한 애도 이어져
사과에도 가라앉지 않는 논란…소방 재정 인식 도마 위에

개그맨 이상민이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소방은 재정 빨대’ 발언에 항의하는 의미로 경기도지사 집무실에 빨대 250개를 주문하면서다. 생명을 지키다 순직한 소방관을 향한 추모가 이어지는 가운데, 공직자의 발언이 소방 조직과 재정 운영을 바라보는 인식 논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시사 풍자 콘텐츠를 제작하는 개그맨 이상민은 지난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 지사의 집무실을 배송지로 지정해 빨대를 주문한 내역을 공개했다. 주문한 제품은 빨대 50개가 들어 있는 묶음 5개로, 모두 250개다. 일상적인 소비 물품인 빨대를 정치적 항의의 상징으로 활용해 추 지사의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이상민의 행동은 추 지사의 발언을 둘러싼 비판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사과한 점을 거론하며 “코미디보다 더 웃프고(웃기고 슬프다) 참혹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풍자를 통해 정치권의 대응을 비판하는 동시에, 소방관의 희생이 발생한 상황에서 관련 발언이 불러온 파장을 지적한 셈이다.
그는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를 추모하며 “부천 화재에서 화마와 싸우던 소방관은 결국 순직하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화재 현장에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소방관들의 헌신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소방 인력과 장비, 현장 대응 체계에 투입되는 예산을 둘러싼 논의가 생명 보호라는 공공의 가치와 분리될 수 없다는 점에서도 논란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추 지사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한 뒤 이상민은 빨대 배송 주문을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과에서 충분한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히며 주문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사과의 형식뿐 아니라 발언의 배경과 책임에 대한 설명도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소방 재정을 바라보는 정치권의 언어와 공직자의 책임이 자리하고 있다. 지방재정의 효율성과 예산 배분을 논의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소방 업무를 재정 부담이나 예산을 끌어가는 통로로 비유하면 현장 인력의 헌신과 공공 안전의 가치를 가볍게 취급한다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
특히 소방관의 순직이라는 비극이 발생한 상황에서는 발언의 의도만큼이나 사회에 전달되는 의미와 파장도 중요하다.
김진석 소방위의 순직을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빨대 250개 배송은 정치적 풍자를 활용한 항의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논란이 일회성 공방에 그치지 않으려면 소방 예산과 현장 안전에 관한 실질적인 논의도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직자의 사과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진정성 있는 설명과 책임 있는 태도가 함께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소방관의 희생 앞에서 정치권이 되새겨야 할 것은 말의 파장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탱하는 소방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