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급락에 국민연금 평가액 182조원 손실
전체 손실 71.8%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집중
287개 보유 종목 중 176개 손실…수익률 희비 교차
반도체 쏠림 심화…국민 노후자금 위험 관리 도마 위

손실의 70% 이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집중되면서 국내 증시의 반도체 편중과 국민연금의 투자 위험 관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장기 투자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국민연금의 특성상 단기 주가 하락만으로 투자 성과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특정 업종과 종목에 손실이 집중된 상황은 자산 배분의 안정성을 점검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은 지난 6월 말 515조9293억원에서 10월 15일 333조5330억원으로 감소했다. 약 석 달 반 만에 182조3963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보유 주식의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평가액인 만큼 매도에 따른 확정 손실과는 구분되지만, 주요 투자 종목의 주가 하락이 국민연금 자산 가치에 미친 충격은 상당한 수준이다.
손실의 상당 부분은 국내 반도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발생했다. SK하이닉스의 평가액 감소분은 74조2261억원, 삼성전자는 56조871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종목에서 발생한 손실은 모두 131조971억원으로 전체 감소액의 71.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33만4000원에서 21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265만원에서 126만2000원으로 하락했다. 국내 증시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반도체 업종의 주가 변동이 국민연금의 전체 투자 성과를 크게 흔든 셈이다.
다른 종목에서도 평가 손실이 이어졌다. SK스퀘어는 10조8698억원, 삼성전기는 7조5914억원의 평가액 감소를 기록하는 등 지분 5% 이상 보유 상장사 287곳 가운데 176곳에서 손실이 발생했다. 손실 종목이 전체의 절반을 훌쩍 웃돌면서 시장 전반의 하락 압력이 국민연금의 주식 자산에 폭넓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부 종목에서는 수익이 발생했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 지분을 6.03%에서 7.14%로 늘렸으며, 해당 종목에서 9041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에쓰오일은 7107억원, LG에너지솔루션은 5808억원, 한화솔루션은 4347억원의 평가이익을 기록했다. 종목별로 희비가 엇갈렸지만, 일부 기업의 상승분만으로 반도체 종목에서 발생한 대규모 평가액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수치는 국민연금의 투자 구조가 안고 있는 위험을 드러낸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외 주식과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지만,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는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와 특정 산업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업황과 글로벌 경기, 기술 경쟁, 수출 환경이 동시에 악화하면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국내 주식 자산 전반에 충격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평가액 감소를 곧바로 연금 재정의 손실이나 지급 능력 악화로 연결하는 해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전체 기금의 성과를 판단하려면 해외 투자와 채권 등 다른 자산의 수익률, 자산별 비중, 매매 내역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럼에도 특정 종목에 손실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은 투자 위험을 정교하게 관리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국민연금은 장기 수익률과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종목·업종별 쏠림을 점검하고,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에도 국민 노후자금의 지속 가능성을 지킬 수 있도록 투자 원칙과 위험 관리 체계를 꾸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