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전 KIA 감독 “김도영 피하면 카스트로·나성범…LG, 해볼 만하다”

정성현 기자 2026. 10. 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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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 타이거즈 전설’ 김성한 인터뷰
하위권 예상 뒤집은 KIA…백업 활약 주효
김도영 손목 힘 탁월…타격 기복 보완해야
양현종 3선발 중요…집단 마무리 체제 전망
지난 15일 광주에서 만난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이 팬들을 향해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김 전 감독은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KIA의 준플레이오프 전력과 승부처를 분석하고 팬들의 지속적인 응원을 당부했다. 이지윤 PD

"김도영을 피하면 카스트로가 있고, 카스트로를 피하면 나성범이 있다."

해태 타이거즈의 전설 김성한 전 KIA 타이거즈 감독은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둔 KIA의 중심 타선을 이같이 평가했다. 해태 왕조가 선동열 한 명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 지금의 KIA 역시 김도영 한 명에 의존하는 팀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KIA는 17일 오후 2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LG와 5전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KIA는 제임스 네일, LG는 앤더스 톨허스트를 선발로 내세운다.

김 전 감독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투수로 10승, 타자로 13홈런을 기록한 타이거즈의 전설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해태·KIA 사령탑을 지냈고 현재도 CMB 야구 중계를 통해 KIA 경기를 분석하고 있다.

본보는 최근 광주에서 김 전 감독을 만나 올 시즌 KIA의 저력과 김도영의 성장, LG와의 준플레이오프 승부처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해태 타이거즈 시절 김성한 전 감독.

KIA가 하위권 예상을 뒤집고 3위를 했다. 결정적 장면과 원동력을 꼽는다면.
-결정적인 선수는 김도영이라고 본다. KIA가 여러 악재와 연패를 겪는 상황에서도 LG가 초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3위까지 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으로 잠실 경기에서 김도영이 역전 홈런을 때려냈을 때 '이제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시즌 전 많은 전문가가 KIA를 9위 정도로 예상했다. 박찬호와 최형우가 빠졌고 양현종의 나이와 김도영의 전년도 부상 등 불안 요소도 있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달랐다. 특히 전문가들이 간과한 선수가 박재현이다. 윤도현 등 백업 선수들도 자기 역할을 정말 잘해줬다. 카스트로 역시 초반 부진을 딛고 좋은 활약을 했고 양현종도 새로운 변화구를 개발하며 12승을 거뒀다. 이런 선수들의 활약이 모여 3위라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본다.

감독을 직접 맡았던 입장에서 이범호 감독의 선수단 운용은 어떻게 보나.
-가장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선수 관리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는 대체 선수로 바꿔 쉬게 하고 투수들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가 충분히 휴식한 뒤 다시 투입했다.

나도 감독을 해봤지만 조급할 수밖에 없다. 김도영이나 김선빈, 나성범 같은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 팬들도 불안해한다. 그런데도 과감하게 쉬게 했다. 나성범이 올해 31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관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9회초 역전 스리런을 터트린 김도영이 포효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김도영이 홈런왕에 올랐다. 원조 거포가 보는 김도영의 장점·보완점은.
-45홈런을 친 선수의 기술을 논하는 게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그래도 가장 큰 장점 하나를 꼽으면 손목 힘이다. 체격이 아주 크지 않은데도 비거리가 많이 나오는 것은 공을 맞히는 순간 손목을 쓰는 힘이 좋기 때문이다.

다만 타격에 굴곡이 있는 것 같다. 변화구나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추는 과정에서 흔들릴 때가 있다. 직접 지도한 것은 아니어서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타격 동작의 일관성을 높인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면 그런 부분도 중요하다. 잘 보완한다면 당분간 김도영의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LG가 김도영과 정면 승부를 피할 가능성도 있다. KIA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재미있는 말이 있다. '이쪽으로 가면 지서요, 저쪽으로 가면 파출소요, 다른 쪽으로 가면 경찰서'라는 것이다. 김도영을 피하면 카스트로가 있고 카스트로를 피하면 나성범이 있다. 나성범을 피하면 김선빈도 있다. 김도영 한 명만 잘하는 팀이라면 무서운 팀이 될 수 없다.

특히 카스트로는 주자가 있을 때 더 강점을 보인다. 김도영 뒤에 카스트로가 있기 때문에 쉽게 거를 수 없다. 중심 타선이 고르게 활약하고 있어 김도영 한 명만 견제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결국 상대 투수도 김도영과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KIA 타이거즈의 대투수 양현종. 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이 시즌 막판 안정적 투구를 보여줬다. 준플레이오프에서의 베테랑 역할은.
-양현종은 구속이 예전만 못하더라도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도 있고 큰 경기를 많이 치렀다. 최종전에서도 5이닝 동안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이범호 감독의 선택이 적중했다고 생각한다.

준플레이오프는 세 번을 이겨야 한다. 1·2차전에 원투펀치를 투입한다면 3차전 선발이 상당히 중요하다. 3차전 투수가 버텨줘야 앞서 등판한 투수들이 쉬고 4·5차전에 다시 나올 수 있다. 현재 KIA에서 그 역할을 맡을 선수는 양현종이라고 본다. 다만 3차전에서 많은 이닝을 맡기기보다는 중간계투진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불펜이 흔들릴 때도 있었다. 단기전에서는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
-현재 KIA는 집단 마무리 체제로 봐야 할 것 같다. 최근 경기에서도 전상현이 중요한 순간에 먼저 등판했다. 예전에는 마무리투수가 9회에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중요한 위기에서 가장 강한 투수를 먼저 쓰는 흐름이다.

성영탁, 조상우, 곽도규, 정해영 등도 상황에 따라 투입될 것으로 본다. 정해진 이닝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 타자와 경기 흐름에 맞춰 운용해야 한다. 불펜이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투수를 투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지금 있는 이들이 각자의 임무를 완수해야 이길 수 있다.

3위 확정으로 휴식 시간이 생겼다. 경기 감각 저하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는데.
-쉬어야 좋은 것이다. 만약 정규시즌 마지막 LG전에서 졌다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치러야 했고 그만큼 투수진의 부담도 커졌을 것이다. 3위 경쟁을 하면서 불펜에도 과부하가 걸려 있었는데 그 경기를 이기면서 양현종을 비롯한 투수들이 충분히 쉴 수 있게 됐다.

경기 감각을 걱정할 수도 있지만 타자들도 쉬는 동안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실전처럼 준비한다. 특히 투수는 충분히 쉬어야 제 기량을 낼 수 있다. 이번 휴식은 오히려 힘이 될 것으로 본다.
프로야구 해태-롯데 경기-무등경기장. 연합뉴스

KIA가 이번 가을야구에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하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 우선 당장 LG가 문제다. LG를 넘고 나서 다음 이야기를 해야 한다. 다만 LG와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선발투수를 기용했다. 그 투수가 다시 나올 때 양현종과의 대결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결국 네일과 올러가 1·2차전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가 앞으로의 향방을 가늠할 것이다. 지금부터 삼성과 KT를 모두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간다고 말하는 것은 과하다. 하나씩 지켜봐야 한다.

해태 시절부터 타이거즈 역사를 함께했다. 타이거즈의 힘은 무엇이라고 보나.
-해태 시절에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선동열, 이강철, 조계현 등 뛰어난 투수들이 있었고 홈런왕, 안타왕, MVP를 차지한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선동열 한 명만으로 우승한 것은 아니다. 선동열 뒤에 이강철과 조계현 같은 투수들이 함께 있었기에 연속 우승이 가능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김도영 한 명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선수가 함께 역할을 해야 한다.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구단을 응원한다는 자존심과 자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팬들이 있었기에 여러 차례 우승할 수 있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실수도 하고 질 때도 있다. 화가 날 수도 있지만 끝까지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것이다. 한 번 타이거즈 팬은 영원한 타이거즈 팬이 돼 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