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길거리 음식, 어떻게 세계인 소울푸드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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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토마토와 흰 모차렐라 치즈, 초록색 바질. 이탈리아 국기를 닮은 '마르게리타 피자'에는 유명한 탄생 이야기가 전해진다. 1889년 이탈리아 나폴리를 방문한 마르게리타 왕비를 위해 피자 장인 라파엘레 에스포지토가 특별히 만들었고, 왕비가 이를 마음에 들어 하자 그의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더욱이 9년 앞선 1880년 8월 이탈리아 신문에는 이미 마르게리타 왕비가 나폴리의 피자를 주문했다는 이야기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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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 뉴욕 등 美 정착하며 변화
지역 식재료 토핑 활용 ‘유연성’ 가져
외식산업·대중문화 확산에 세계화
伊가 낳고 美가 키운 피자 300년 여정
피자에 담긴 세계사/ 루카 체사리/ 이현경 옮김/ 한스미디어/ 2만4000원



피자를 나폴리 밖으로 실어 나른 것은 이민자들이었다. 19세기 말부터 일자리를 찾아 대서양을 건넌 이탈리아인들은 뉴욕을 비롯한 미국 여러 도시에 정착했다. 처음에는 이민자 공동체에서 소비되던 피자는 현지의 재료와 입맛을 만나 변했고, 점차 미국인의 일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나폴리 골목에서 사람들이 걸으며 접어 먹던 피자는 미국의 가게와 식탁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팔렸다. 20세기에는 가스 화덕과 냉동식품, 외식 산업의 발달에 영화와 대중문화의 영향력이 더해져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 피자의 세계화에는 이민의 역사뿐 아니라 미국의 산업화와 대중문화의 확산이 맞물려 있었다.
피자의 세계화는 본고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에서 토마토와 모차렐라를 얹은 피자가 대중화되고, 배달·포장 문화도 발달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런 미국식 피자가 이탈리아로 돌아와 토핑과 소비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외부에서 변한 문화가 다시 본고장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피자 효과’로 설명한다. 피자의 성공은 이탈리아 음식의 위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19세기 유럽에서 프랑스 요리에 밀렸던 이탈리아 음식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해외에서 인기를 얻으며 본국에서도 새롭게 평가받기 시작했다.
저자가 피자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 것은 고정된 맛이나 조리법이 아니라 ‘유연성’이다. 밀가루 반죽 위에 다양한 재료를 얹을 수 있는 구조 덕분에 피자는 각 지역의 식재료와 취향을 받아들이며 변화했다. 저자는 유연성이 없었다면 피자는 나폴리의 지역 음식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본다. 이어 “피자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면, 아무리 전통적인 음식이라 할지라도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형태 변화를 거쳐왔다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한다.
마르게리타 왕비의 전설이 피자에 화려한 탄생 이야기를 부여했다면, 저자가 복원한 역사에는 거리에서 끼니를 해결하던 서민과 고향을 떠난 이민자, 새로운 재료와 조리법을 받아들인 사람들의 삶이 자리한다. 피자 한 조각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가난과 이민, 도시와 산업, 전쟁과 세계화가 서로 맞물려 오늘날의 음식 문화를 만들어온 과정이 드러난다. 우리가 오랜 전통이라고 믿는 것조차 수많은 변화의 결과라는 사실도 함께 보여준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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