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벌써 백살이라니? 하하하”… 여전히 패기 넘쳤다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도

15일 서울 고덕동에 대낮부터 ‘별’들이 쏟아졌다. 이정재, 이영애, 이재, 박찬욱, 김무열 등 한류 스타를 비롯해 임권택, 박근형, 박정자, 손숙, 고은아, 유인촌, 유동근, 전인화, 박상원, 최명길, 인순이, 배창호, 김수철, 박찬호 등 문화예술계 명사 100여 명이 운집했다. 영화계 ‘큰별’이자 어른인 신영균 선생의 백수(白壽)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내가 벌써 백살이라니 말이 돼? 하하하!”
나관중 소령의 패기 넘치는 목소리 그대로인 신영균은 흰색 턱시도에 검정 나비넥타이를 맸다.
영화 같은 한세기였다. 1928년 11월 6일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와 월남했다. 서울대 치대를 졸업했지만 서른두 살 늦은 나이에 영화배우로 도전했다. 1960년 ‘과부’를 시작으로 ‘연산군’ ‘빨간 마후라’ ‘미워도 다시 한번’ 등 영화 300여 편에서 그는 왕이자 군인이고, 마부이자 모두의 아버지였다.

사업가로도 성공해 가난한 영화 연극인들의 키다리 아저씨가 돼주었다.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을 설립해 영화인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젊은 영화인들의 독립영화 제작을 도왔다. 500억원 상당의 명보극장과 제주 신영균영화박물관을 영화계에 기증하고, 탈북민 돕기에 10억원을 기부했다. 15대, 16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문화예술인 의료 복지 등 제도 개선에 앞장섰다. 100년이 ‘번개처럼’ 지나갔다.
“나는 하고 싶은 걸 원 없이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다만 우리 영화계가 침체돼 있는 게, 국민 모두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 후배들이 다시금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어주면 좋겠어요. 더 노력해야 돼요.”
배우 박상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백수연은 ‘노란 샤쓰 입은 사나이’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 신영균 주연 영화의 주제곡 연주로 막을 열었다. 가수 남진이 1960년대 대히트작 ‘미워도 다시 한번’ 주제곡을 부르자 신영균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배우 손숙은 “여학생 시절부터 우리를 설레게 한 신영균 선생님은 대한민국 어르신 중 가장 옷을 잘 입는 멋쟁이”라고 했다. 신영균을 ‘장로님’이라 부르는 배우 고은아는 “영화 ‘갯마을’에서 만나 61년을 곁에서 뵈어 왔다. 120수 하시라”고 덕담했다. 배우 송강호는 “우리 영화의 살아 있는 역사인 신영균 선생의 위대한 작품을 보면서 성장했다”며 “오래오래 후배 영화인들의 빛이 되어 달라”고 했다.
올해 월드컵 개막식을 장식한 한류 스타이자 신영균의 외손녀인 이재는 할아버지의 백수를 축하하기 위해 약혼자인 샘 킴과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삶과 예술에 대한 할아버지의 열정은 저보다도 더 뜨거운 것 같아요. 노력해라,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라고 어릴 때부터 가르쳐주셨지요.”
백수연에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한 건 노장의 장수 비결. 아들 신언식 이사장은 “절제”라고 했다. “영화배우가 되신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스캔들이 없었을 정도로 가족을 지켜주셨습니다. 단 하나 절제하지 않은 건 자식들에 대한 교육이었지요. 얼마나 엄하신지. 정말 많이 혼나며 컸습니다(웃음).”
올해는 신영균 김선희 부부의 결혼 70주년이기도 하다. 신영균은 “해군 군의관 시절 만나 경남 진해 단칸방부터 함께해온 아내가 없었다면 오늘의 신영균도 없을 것”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이날 백수연에 앞서 ‘제16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이 열렸다. ‘영화드라마 예술인상’은 배우 김무열, ‘공연예술인상’은 배우 박근형, ‘공로예술인상’은 촬영감독 이석기, 신인예술인상은 김도영 감독이 수상했다. ‘굿피플예술인상’은 국민배우 고(故) 안성기가 수상했다. 아버지 대신 시상식에 온 차남 안필립은 “아버지가 생의 마지막에서 한 일은 신영균예술문화재단 회의였다. 신영균 선생님과 함께 나눔의 씨앗을 뿌려 거목으로 키워온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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