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찬란하게' 김혜자, 마음 바꾸고 9년 만 스크린 복귀(종합)

배우 김혜자가 쉬고 싶다는 마음을 뒤로하고 9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1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여전히 찬란하게' 언론시사회에서 송일곤 감독은 "영화는 김혜자가 연기한 순옥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인간에게 연민을 가진 따뜻한 시선이 필요했다. 김혜자가 65년 동안 수없이 쌓은 따스한 캐릭터에 순옥이 더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김혜자는 '여전히 찬란하게'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2017년 개봉한 '길' 이후 9년 만이다. 송일곤 감독은 "김혜자가 마지막 드라마 촬영 이후로 정말 쉬고 싶어했다"며 여러 차례 출연을 거절했으나 편지를 쓰는 등의 끈질긴 설득 끝에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김혜자는 대체 불가한 에너지와 감성들을 가지고 있다. 한국 문화제 같은 분"이라며 "아직도 동 세대에 충분한 울림을 주는 사람이다. 집 앞에 있는 들꽃처럼 가만히 있고 싶다고 했지만 선생님을 통해 이 작품이 세상에 가 닿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굉장히 긴 설득을 했다"고 전했다.
송일곤 감독은 김혜자가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명분'을 찾은 덕이라고 강조했다. 송 감독은 "선생님을 찾아가서 식사도 많이 했다. 과거 촬영 이야기도 듣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작품을 할 명분을 갖게 만드는 과정이 길었다. 활동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있었는데도 결국에는 명분이 생겼고, 그 명분이 생긴 다음에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품을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대사 하나, 쉼표 하나, 시선 하나를 무수히 많이 연습하더라. 아직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이렇게까지 연습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연습한다. 현장에 왔을 땐 이미 그 캐릭터가 돼 있었다"는 김혜자의 숨은 노력을 덧붙였다.

김혜자가 영화를 택한 명분은 손편지를 통해 전해졌다. '여전히 찬란하게'는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를 소재로 한 영화다. 김혜자는 가장 찬란한 순간을 함께한 단짝 친구를 60년 만에 다시 만난 순옥을 연기했다. 소중한 우정을 강제로 잃는 경험을 한 인물이다. 김혜자는 송일곤 감독에게 '순옥은 울지 않습니다. 그녀는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여전히 찬란하다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믿는 사람입니다'라는 편지를 받았다며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슬픈 역사가 아니냐. 우리는 그 아이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그 아이들이 얼마나 아름답게 살고 싶어했는지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영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송 감독은 한 장면의 연기가 아니라 한 인간의 존재가 시간 위에 남는 순간을 원한다고 했다. 여러분께도 그 마음을 전하고 싶다. 영화로 만나게 될 두 소녀를 그저 아픈 역사의 한 장면으로만 바라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기억하지 않으면 정말 잊혀지는 것들이 있다"며 "잊지 않고 마음에 품고 있으면 아주 오래전의 작은 빛도 다시 우리를 비춰줄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를 보시고 여러분의 마음에도 작은 빛 하나가 남았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김혜자는 '여전히 찬란하게' 시사회에 앞서 무대인사를 통해 취재진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행사 당일 불참 소식을 전했다. 송 감독은 "감기로 인해 부득이하게 무대인사 참석을 못 하게 됐다"며 "부축을 받으시면서라도 참석할까 했는데 몸이 좋은 상태가 아니다. 대신 손편지로 마음을 담아서 쓰셨다. 많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김혜자의 단짝으로 출연해 긴밀한 호흡을 맞춘 차미경은 "선생님은 하얀 도화지 위에 수채화 물감을 떨어뜨린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 나도 같이 스며드는 아름다운 경험을 함께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조성하는 "김혜자는 연기 부문의 인간문화재다. 우리나라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그 연기를 찬란하게 보석처럼 비춰주시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 작품을 함께해 영광이고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찬란하게'는 21일 개봉한다.
오승현 엔터뉴스팀 기자 oh.seunghyun1@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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