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희망퇴직에 직원 몰렸다…회생 불씨 꺼지나
위로금 없는 퇴직 조건에도 직원 400명 안팎 신청 추산
매출 부진에 인수자 확보 난항…홈플러스 경영 정상화 불투명
M&A 외 뚜렷한 대안 부재…고용 불안과 협력업체 피해 우려

직원들에게 별도 위로금도 지급하지 않는 희망퇴직에 신청자가 몰리면서 접수 일정까지 앞당겨졌다.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경영 정상화에 대한 불확실성과 인수합병(M&A) 지연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계와 고용을 지켜야 할 직원들이 퇴직을 선택하는 상황은 홈플러스의 위기가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7일 시작한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당초 예정일인 22일보다 8일 앞선 14일 조기 마감했다고 15일 밝혔다. 접수 기간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것은 신청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청 인원은 약 400명으로 추산된다. 대구 지역에서도 점포당 2~3명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져 희망퇴직 수요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희망퇴직의 조건은 직원들에게 부담을 안기는 수준이다. 회사는 미지급 급여와 추석 상여금,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별도의 위로금은 책정하지 않았다. 퇴직에 따른 추가 보상 없이 기존에 받아야 할 임금과 법정 퇴직금 등을 받는 구조인 셈이다.
장기간 근무한 직원이나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직원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희망퇴직이라는 형식을 갖췄더라도 직원들이 어떤 판단으로 신청했는지, 충분한 설명과 숙고의 시간이 주어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희망퇴직 조기 마감은 인력 효율화의 성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신청자가 몰렸다는 사실은 회사의 미래를 둘러싼 불안이 직원들의 고용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별도 위로금이 없는 조건에서도 퇴직을 택한 배경에는 향후 인력 감축이나 점포 운영 변화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을 수 있다. 다만 신청 규모와 동기별 통계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이를 직원 전체의 공통된 판단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홈플러스가 직면한 핵심 과제는 경영 정상화와 자금·사업 구조의 안정이다. 매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마트 부문 인수 희망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생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M&A가 지연되면 자금 조달과 사업 재편의 불확실성이 길어지고, 그 부담은 협력업체와 납품업체, 점포 종사자에게까지 확산될 수 있다. 대형마트는 지역 소비와 고용을 떠받치는 유통 기반인 만큼 기업 내부의 위기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조주연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계획대로 M&A가 진행돼야 한다는 취지로 답변했지만, 인수 협상이 차질을 빚을 때의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화 의지를 밝히는 것만으로는 직원과 거래처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인수 추진 일정과 자금 확보 방안, 점포 운영 계획, 고용 유지 원칙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희망퇴직으로 인건비를 줄이더라도 매출 회복과 재무 구조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위기는 반복될 수 있다. 인력 감축이 서비스 품질 저하와 현장 업무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검할 대목이다.
홈플러스가 풀어야 할 숙제는 퇴직 신청자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다고 느끼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고객과 협력업체가 납득할 수 있는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다. M&A 성사 여부와 별개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고용 불안과 경영 위기가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끊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