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해보지 못한 ‘월세 시대’... 강북·노원·관악도 月 300만원
서울 아파트 기준 9.72% 올라... 올 임대거래 중 월세 비율 52%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 2개월 동안의 서울 아파트 월세 누적 상승률이 직전 10년 치 상승률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율도 52%로 8월 누계 기준으로 처음 절반을 넘겼다. 이는 본지가 한국부동산원 주택 가격 동향 조사를 분석한 결과다.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 지수는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9.72% 올랐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5년 6월부터 작년 6월까지 10년 치 누적 상승률(7.28%)의 1.3배다. 문재인, 윤석열 정부 집권 기간 월세 누적 상승률은 각각 3.85%, 2.99%였다. 누적 상승률을 재임 기간으로 나눈 월평균 상승률은 현 정부가 0.69%로 문재인 정부(0.06%)의 11.5배, 윤석열 정부(0.08%)의 8.6배에 달한다.
서울의 세입자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월세 시대로 떠밀리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2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보증금 1억원, 월세 300만원에 계약됐다. 동일 평형이 작년 11월 같은 보증금에 월세 250만원으로 거래됐는데, 8개월 만에 20%가 뛴 것이다. 지금은 해당 평형 전·월세 매물조차 한 건도 없다. 내년 봄 결혼을 앞두고 이 지역에서 신혼집을 구하려는 신모(38)씨는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고 월세 100만원 미만의 반(半)전세도 찾기 어렵다”며 “매달 200만~300만원을 월세로 내면 내 집 마련은 평생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유선종 건국대 교수는 “실거주 규제로 인한 급격한 전세의 월세화가 청년층 주거 사다리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강북·노원·관악 아파트도 月300만원… 월세 거래가 전세 첫 역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라며 “결국은 조금씩 사라져 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과도한 전세 대출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도 했다.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것이 집값 정상화를 위한 과정이자 세계적인 추세라는 취지였다. 문제는 속도다. 전환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무주택자의 주거비가 급등하고, 내 집 마련의 희망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8월 기준 2020년 111만9000원에서 2024년 132만원으로 4년간 20만1000원 올랐다. 그런데 지난해 143만5000원이던 평균 월세는 올해 164만1000원으로 1년 새 20만6000원 뛰었다. 4년 치 상승분이 1년 만에 오른 셈이다.
월세 상승은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현 정부 출범 이후 14개월간 송파구 아파트 월세는 무려 15.25% 올랐다. 노원구(13.81%), 광진구(13.59%), 성북구(13.1%), 성동구(12.46%), 강동구(12%)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25구 중 18구는 현 정부 출범 전 10년 치 상승률보다 출범 후 14개월의 월세 상승 폭이 컸다.

◇노도강도 월세 300만원 시대
월세가 치솟으면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도 월세 300만원을 넘기는 계약이 증가하고 있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포레나미아 전용 84㎡는 지난 6월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15만원에 계약됐고, 노원구 상계동 노원롯데캐슬시그니처도 같은 면적이 올해 3월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거래됐다. 노원·도봉·강북구에서 지난해 1~9월 체결된 월 300만원 이상 아파트 월세 거래는 1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12건으로 늘었다.
월세는 이제 서울 임대차 시장의 절반을 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52.3%로 지난해 같은 기간(44%)보다 8.3%포인트 높아졌다. 특정 월에 50%를 넘긴 적은 있지만 1~8월 누계로 절반을 넘은 것은 2011년 통계가 공개되기 시작한 이래 올해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지난해 10·15 대책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토허구역에선 실거주 목적으로만 아파트를 살 수 있어,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전세를 주던 집이 팔리면 새 집주인이 직접 들어가 살면서 전세 매물이 그만큼 사라진다. 최근 1년 새 동대문(-69.4%)·구로(-56.2%)·금천구(-51.8%)는 전세 매물이 절반 넘게 줄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가 월세로 옮겨 가면서 월세까지 밀어 올리는 구조다. 토지 거래 허가 구역 지정 전 4개월간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1.55%였지만 지정 후 10개월간은 8.05% 올랐다. 월평균 상승률은 0.39%에서 0.81%로 두 배 넘게 뛰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며 다주택자 세금 중과를 부활시키고 토지 거래 허가제에 비거주 1주택자 세금 중과까지 실거주를 강제하는 규제를 쏟아냈지만 결과적으로 전세에 이어 월세까지 오르며 전·월세 지옥이 펼쳐지고 있다”며 “정부 의도와 달리 서민 무주택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거주 규제가 낳은 ‘전·월세 지옥’
정부도 임대 중인 주택의 거래와 세입자 보호를 위한 보완책을 내놨다. 지난달에는 일정 요건을 갖춘 무주택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 기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고, 기존 세입자의 갱신계약도 유예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입주 후 2년 거주 의무는 유지한다. 하지만 월세 시장 안정 효과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월세화로 인한 국민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지만, 정부가 시장 개입을 통해 월세화를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지금이라도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원점 재검토하는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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