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농어촌 기본소득, 지역소멸 해법되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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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고령화, 상권 위축이 맞물린 농어촌 소멸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농어촌 기본소득이 남해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민에게 매월 15만원을 지급한 이후 주민등록 인구가 증가하고 지역소비와 가맹점, 신규 창업도 늘었다.
이전부터 남해를 생활근거지로 삼으면서 주민등록을 다른 지역에 두었던 사람이 기본소득 지급을 계기로 주소를 옮긴 경우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을 옮긴 사람이 실제 남해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 문을 연 가게가 기본소득 지원 이후에도 살아남아야 비로소 지역소멸 대응이라는 정책 목적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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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군 재정은 매년 수백억 부담으로 지역개발 가용재원 압박
;지역 소비 생산·고용·정착으로 연결해야'…지속가능성이 성패 좌우
인구 감소와 고령화, 상권 위축이 맞물린 농어촌 소멸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농어촌 기본소득이 남해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민에게 매월 15만원을 지급한 이후 주민등록 인구가 증가하고 지역소비와 가맹점, 신규 창업도 늘었다.
그러나 주민등록 인구 증가를 모두 실제 이주·정착 효과로 볼 수 있는지, 수백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늘어난 소비가 지역의 생산과 일자리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특히 재정여건이 열악한 농촌 지자체가 매년 상당한 지방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감소 막기 위한 '월 15만원' 실험
남해군 인구는 2016년 4만 5129명에서 2025년 9월 3만 9296명으로 9년 동안 5833명, 12.9% 감소했다. 65세 이상 인구도 1만 8201명으로 전체의 44.2%에 달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 감소로 소비와 상권이 위축되고 다시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을 지역 내 구매력 확대로 끊어보겠다는 정책실험이다.
남해군은 지난해 10월 시범지역으로 선정돼 올해부터 30일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하는 주민에게 1인당 월 15만원, 연간 180만원을 카드형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다.
올해 사업비는 690억 7000만원으로 국비 276억 2800만원, 도비와 군비가 각각 207억 2100만원이다. 2027년에는 국비 지원비율이 50%로 높아져 총사업비 720억원 가운데 군비는 180억원이다. 2년간 총사업비는 1410억 7000만원이다.
◇442억 풀리자 소비 늘고 상권도 '들썩'
지난 8월 말 현재 3만 9298명이 기본소득을 신청했고 3만 7000명에게 지급됐다. 1~8월 누적 지급액은 442억원이다. 1~7월 지급액 386억원 가운데 371억원이 사용돼 사용률은 96.1%에 달했다. 일반가맹점과 음식점 등 생활밀착 업종에서 전체 사용액의 64.7%가 소비됐다.
가맹점은 지난해 말 2130개소에서 올해 8월 2573개소로 443개소, 20.7% 증가했다. 신규 창업도 153건으로 이 가운데 104건이 면지역에서 이뤄졌다. 남해군은 지난 4월 카드매출이 전년 같은 달보다 34.2% 증가했고 3~5월 지역경제 순환효과가 지급액의 1.33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주민소통게시판에서도 전통시장과 지역 상점 이용이 늘고 외식·학원비·의료비 등 생활비 부담이 줄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상인들 역시 손님과 매출 증가를 체감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기본소득이 가계부담을 덜고 지역 내 구매력을 높여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은 초기 성과로 꼽힌다. 다만 이러한 소비 증가가 지속적인 지역경제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장기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인구 1754명 증가…실제 유입 효과 따져봐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구다. 시범지역 선정 당시인 지난해 10월 20일 3만 9319명이던 주민등록 인구는 올해 8월 말 4만 1073명으로 1754명 증가했다. 전입자 4269명의 이전 주소지는 경남 46.6%, 부산 20.7%, 경기 7.5%, 서울 5.1% 등으로 경남 이외 지역이 53.4%를 차지했다.
그러나 주민등록 인구 증가를 모두 기본소득에 따른 새로운 인구유입 효과로 해석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전부터 남해를 생활근거지로 삼으면서 주민등록을 다른 지역에 두었던 사람이 기본소득 지급을 계기로 주소를 옮긴 경우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청사 신축과 남해~여수 해저터널 등 대형 공사에 따른 한시적 체류인구도 있다. 외지 건설근로자 가운데 남해로 주민등록을 옮겨 기본소득을 지급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주민등록 인구 증가에는 포함되지만 기본소득이 새로운 인구를 유입시켰다기보다 일자리를 따라 유입된 한시적 체류인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기본소득 시행 이후 늘어난 주민등록 인구에는 실제 정착을 목적으로 한 전입과 기존 생활인구의 주소 이전, 대형 공사에 따른 한시적 체류인구 등이 함께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인구정책 효과는 단순히 몇 명이 증가했느냐보다 전입 이유와 실제 거주기간, 경제활동, 장기 정착 여부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신청사와 해저터널 공사,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끝난 뒤에도 증가한 인구가 유지되는지가 중요한 평가기준이다.

◇높은 소비율 이면에 드러난 지역상권 격차
기본소득의 높은 소비율과 함께 사용지역 제한에 따른 불편도 나타나고 있다.
면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실제 생활권이 남해읍인데도 사용지역 제한으로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의류·신발·세탁소·미용실·서점 등 면지역에 부족한 업종을 읍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남면과 고현면에서도 면별 상권 격차를 이유로 사용범위를 확대해 달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그러나 사용범위를 넓히면 소비가 상권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남해읍으로 집중돼 면지역에서 돈을 돌게 하려는 당초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지나치게 제한하면 주민 불편이 커진다.
이는 기본소득 사용지역의 문제를 넘어 면지역의 취약한 상업기반을 보여준다. 사용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동시에 주민들이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가까운 곳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면지역 상권을 키우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매년 수백억원 군비…지역개발 가용재원 압박
농어촌 기본소득이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재정이다. 남해군이 올해 부담하는 군비는 207억 2100만원이며 내년에도 18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기본소득은 지급이 계속되는 동안 매년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자체재원이 넉넉하지 않은 농촌 지자체로서는 지방비 부담이 커질수록 도로와 상하수도, 농어업 생산기반, 생활SOC와 주민숙원사업 등에 투입할 가용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 기본소득의 생활안정과 소비진작 효과뿐 아니라 지역개발 투자 여력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따져야 하는 이유다.
지급액을 확대하면 부담은 더욱 커진다. 남해군이 인구 4만명을 기준으로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월 20만원 지급에는 연간 960억원, 25만원은 1200억원, 30만원은 1440억원이 필요하다.
국비 360억원과 도비 180억원이 유지되고 추가분을 군이 부담한다는 전제에서는 군비 부담이 각각 420억원, 660억원, 900억원까지 늘어난다.
남해군도 재정여건을 고려한 단계적 확대와 함께 기본소득 법제화, 국비 지원비율 상향, 추가 재원 확보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농어촌 소멸을 국가적 문제로 접근한다면 지방재정에 과도한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국가재원 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

◇소비를 넘어 생산·고용·정착으로
농어촌 기본소득 시행 이후 남해에서 변화가 나타난 것은 분명하다. 장기간 감소하던 주민등록 인구가 반등했고 가맹점과 신규 창업도 늘었다. 지급된 기본소득 대부분이 지역 안에서 소비되면서 주민들의 생활비 부담을 덜고 골목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높은 사용률 자체가 지역경제의 자생력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본소득이 생필품과 음식, 의료비 등 생활비로 소비돼 가계와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더라도 매년 재정을 투입해 만들어진 소비가 지역의 생산과 소득,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지원이 줄거나 중단될 경우 효과도 약화될 수 있다.
남해군은 지역순환경제TF를 구성하고 사회연대경제 조직 47개소를 기반으로 로컬푸드와 청년창업, 공동체 돌봄 등을 기본소득과 연계하고 있다. 앞으로는 기본소득으로 늘어난 소비를 농수산물 생산과 가공·유통, 창업과 고용으로 연결해 지역 안에서 다시 소득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인구 증가도 마찬가지다. 주민등록을 옮긴 사람이 실제 남해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 문을 연 가게가 기본소득 지원 이후에도 살아남아야 비로소 지역소멸 대응이라는 정책 목적에 가까워질 수 있다.
재정투입의 효율성 역시 중요하다. 기본소득에 투입하는 지방비와 SOC·주민숙원사업 등 지역의 장기적인 기반을 확충하는 재원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결국 농어촌 기본소득의 성패는 지급액이나 단기간의 인구·소비 증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늘어난 소비가 생산과 일자리로 이어지고, 늘어난 인구가 정착인구로 자리 잡으며, 지방재정도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남해에서 시작된 월 15만원의 실험이 지역소멸의 해법으로 자리 잡을지는 기본소득으로 움직인 사람과 돈이 지원 이후에도 지역에 얼마나 남아 스스로 순환하느냐에 달렸다.
김윤관기자 kyk@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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