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메모리 쇼크가 던진 질문…전체 수출 절반이 반도체, 깊어지는 명암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기술 추격 우려로 한국 증시가 크게 출렁인 것은 중국의 발전 속도에 대한 경각심은 물론, 한국 경제의 ‘반도체 쏠림’ 우려를 재차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국가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진 사이 다른 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황기에 산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통상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4일 발표한 ‘9월 정보통신산업(ICT)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ICT 수출은 751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95.8%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603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62.8% 급증해 ICT 전체 수출의 80.3%를 차지했다.
지난달 국가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9.9%에 달했다. 이 비중은 올해 1월 31.2%였는데 불과 8개월 만에 18.7%포인트 높아져 절반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같은 기간 국가 전체 월 수출액은 658억5000만달러(1월)에서 1209억4000만달러(9월)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올해 1~9월 누적 수출액도 8000억달러를 넘어서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에 대한 기대가 높다. 수출 호황에 대한 환호가 커질수록 반도체 의존도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반도체의 거침없는 질주는 세계적인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었다. 특히 메모리 가격은 최근 상승폭이 둔화했음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8배 안팎에 달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9월 D램(16Gb) 가격은 48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87.5%, 낸드(128Gb)는 30.6달러로 707.4% 상승했다.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은 수출 호황은 향후 메모리 업황 변화에 따라 큰 폭의 변동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 요인이다.
반도체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홍콩으로 향한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달 중국·홍콩으로 수출된 반도체는 266억3000만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의 44.1%를 차지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90.7% 급증한 규모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추격은 이런 수출 구조에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다. 최근 창신메모리는 메모리 셀 면적을 줄여 집적도를 높이는 서버용 D램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기술의 상용화와 대량생산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나, 중국산 D램의 경쟁력이 높아져 수입 대체가 본격화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ICT 수출은 품목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컴퓨터·주변기기 수출은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에 힘입어 393% 급증했다. 휴대폰도 카메라 모듈 등 부품 수출과 고가 완제품 판매 증가로 28.2% 늘었다. 반면 디스플레이 수출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일정 조정에 따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 감소와 납품단가 인하 압박으로 11.5% 줄었다. 통신장비도 폴란드·튀르키예 등에 대한 항행용 장비 수출 감소 등의 영향으로 2.3%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쏠림이 향후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반도체가 잘나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 이외에 보이는 게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 경제 성장뿐 아니라 재정에도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여력이 있을 때 경제구조와 체질을 바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당장의 실적에 급급해서 특정 산업으로의 집중을 가속화하는 게 정부 역할은 아니다”라며 “AI 인프라 투자가 꺾이면 성장률 뿐 아니라 주가와 경제심리까지 타격을 받아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으므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다른 산업도 함께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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