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전통의약 시장 1100조인데 … K한약은 수출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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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한약 처방을 원하는 해외 환자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약재를 국경 너머로 보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글로벌 전통의약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반면, 국내 한의약 산업은 제도 공백에 묶여 국외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해외로 진출한 한의사 A씨는 현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기존에 거래하던 국내 원외탕전실에 조제를 의뢰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어 "한의약 산업이 자생력을 갖추고 해외로 나가려면 현장 수요를 반영한 전담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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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단·경옥고도 수출 불가
中, 헌법에 중의약 육성 명시

K한약 처방을 원하는 해외 환자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약재를 국경 너머로 보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글로벌 전통의약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반면, 국내 한의약 산업은 제도 공백에 묶여 국외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완제의약품 형태의 제제는 국가별 인허가 문턱을 넘지 못해 수출 실적이 미미하고 현지 수요가 높은 맞춤 조제약마저 해외로 배송할 법적 근거가 없다.
1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전통의약 시장 규모는 2022년 5186억달러(약 740조원)에서 연평균 8.2% 성장해 2027년 7682억달러(약 11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합성의약품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천연 성분을 찾는 수요가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의료비 부담 완화와 만성질환 관리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에 전통의약 활용을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이 커지고 있음에도 K한약의 해외 진출로는 여전히 좁다는 점이다. 국내 한약은 제약사가 생산해 품목허가를 받는 '한약제제'와 한의원·원외탕전실에서 만드는 '조제한약'으로 구분된다. 완제품 형태인 한약제제가 수출을 이끌어야 하지만 실적은 미미하다. 2020년 경방신약이 러시아에서 경옥고 등 3개 품목의 건강기능식품 인허가를 얻고 2021년 정우신약이 몽골에서 16개 품목 등록을 마쳤으나 대량 수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국내 제조사 대부분이 영세해 국가별 천연물 수입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데다 정책 지원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제제 수출이 막히자 여러 한의원이 공동 이용하는 원외탕전실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드는 조제한약 역시 해외 반출 경로가 닫혀 있다. 해외로 진출한 한의사 A씨는 현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기존에 거래하던 국내 원외탕전실에 조제를 의뢰했으나 거절당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 범위가 국내로 한정돼 있어 해외 진료실과는 이용 계약을 맺을 수 없었다. 현지 수요를 확인하고도 법적 근거가 없어 공급을 포기한 셈이다.
공진단, 경옥고, 우황청심원 등 제형화된 상비 처방도 마찬가지다. 해외 유통사들의 문의가 이어져도 품목허가가 없는 조제의약품으로 분류돼 공식 수출이 불가능하다. 이에 한의계는 보건복지부 인증 탕전실에 한해 제조 단위별 품질관리를 전제로 반출을 허용하거나 해외에 진출한 한의사가 국내 탕전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권해석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경쟁국과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헌법에 중의약 육성을 명시하고 전담 부처를 둬 해외 진출과 표준화를 돕는다. 대만 역시 보조금 지급과 신속심사트랙을 통해 승창제약의 감염병 치료약 '청관 1호' 개발을 뒷받침했다. 청관 1호는 2022년에만 460억원 규모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한의계 관계자는 "약사법상 한약제제와 생약제제의 구분이 모호해 연구개발과 상용화 단계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며 "경쟁국이 정부 주도로 영토를 넓히는 동안 국내는 양방 중심의 정책과 직역 갈등으로 도약의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이어 "한의약 산업이 자생력을 갖추고 해외로 나가려면 현장 수요를 반영한 전담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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