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6년’의 현대차그룹, 미국선 ‘역대 최대’인데 안방선 흔들린다

박홍두 기자 2026. 10. 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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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9월 내수 25.7%↓…기아와 1위 다툼
아반떼 풀옵션 4234만원, 2030은 테슬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7월27일(현지시간) 현대차 브라질공장 임직원들과 함께 차량 품평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6년을 맞는다. 미국에서 판매 기록을 갈아치우며 해외에서 선전하는 사이 굳건했던 안방에선 현대차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국내 승용차 시장 합산 점유율은 상반기 70% 아래로 떨어졌고, 전기차 시장에선 현대차가 테슬라에 밀려 3위로 내려앉았다. 정 회장은 국내외 시장에서의 본업 경쟁력을 지켜내고, 동시에 피지컬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차기 성장 사업을 안착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기아차 맹추격, 테슬라 약진…‘맏형’ 체면 구겨

현대차의 9월 국내 판매는 4만9022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7% 줄었다. 같은 기간 기아는 4만5705대로 감소율이 6.7%에 그쳤다. 현대차는 추석 연휴에 따른 영업일수 감소와 신차 대기 수요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주력 차종 노후화에 따른 구조적 부진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1~9월 국내 누적 판매는 현대차 44만8181대, 기아 43만6301대로 격차는 1만1880대에 불과하다. 현대차의 ‘맏형’ 자리가 신차 효과와 생산 정상화에 기대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수입차를 포함한 등록 통계로 넓히면 부진은 더 뚜렷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상반기 현대차(제네시스 포함) 승용 등록은 26만5786대로 1년 전보다 11.4% 줄었다. 전체 승용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합산 비중은 74.5%에서 69.8%로 떨어졌다. 전기차만 떼어 보면 테슬라는 5만6147대로 현대차(3만7014대)를 제치고 기아(7만386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차값은 오르고 젊은 층은 떠나고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현대차 가격 부담이 커졌다는 반응이 많다. 지난 5월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트림별로 300만~500만원 올랐다. 8세대 아반떼도 300만~400만원 비싸졌다. 아반떼 풀옵션 가격은 4234만원에 이른다. ‘사회초년생 첫 차’라는 이미지와 거리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는 연초 모델Y 가격을 300만원 내렸다. 7월에 다시 올렸지만 보조금을 더한 실구매가 경쟁력을 앞세워 모델Y는 7월 국내 승용차 판매 1위에 올랐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9월 테슬라 등록은 1만2372대로 36.4% 늘었다.

젊은 층의 변화는 더 뼈아프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 등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20~30대 신차 시장에서 현대차 점유율은 30.3%로 1년 전보다 7.9%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9.6%포인트 오른 14.3%를 기록했다.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경쟁력은 미래를 좌우할 변수다. 테슬라는 국내에서 운전자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9월 엔비디아 기술을 적용한 레벨2+ 차량을 2028년 상반기, 자체 개발한 ‘아트리아 AI’ 기반 차량을 2029년 하반기에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은 아트리아 일정을 “전략적으로 늦췄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도 지난해 12월 기아 창립 80주년 행사에서 “저희가 좀 늦은 편이 있다.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디 올 뉴 아반떼’ 테크데이 행사를 열고 신형 아반떼에 적용된 핵심 기술과 개발 배경을 공개했다. 오동욱 기자
미국은 하이브리드, 유럽은 전기차…‘두 갈래 전략’

해외에선 성과와 과제가 엇갈린다. 현대차는 9월 미국에서 7만7439대(제네시스 제외)를 팔아 9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하이브리드 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39% 늘어 전체의 판매의 28%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북미에 하이브리드 10종 이상을 투입해 비중을 5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유럽에선 현대차·기아의 상반기 전기차 판매가 13만1032대로 반기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점유율은 7.4%로 0.5%포인트 낮아졌다. 시장마다 다른 파워트레인 전략을 짜는 동시에 중국 업체의 가격 공세에도 맞서야 하는 처지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가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에서 자동차 제조 작업을 학습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제공
로봇은 아직 적자…상장 땐 과실 배분 쟁점

정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로봇 사업도 시험대에 올랐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지난해 매출 1501억원에 순손실 5284억원을 냈다. 2021년 인수 이후 누적 손실은 2조원을 넘어섰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2028년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부품 분류 작업에 투입된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는 2분기에만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을 가진 투자법인 HMG글로벌에 3159억원을 새로 출자했다. 정 회장 개인 지분은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 인수 전 기준 22.6%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6월 논평에서 정 회장이 콜옵션을 갖고 있더라도 행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잔여 지분은 계열사가 인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향후 상장 과정에서 계열사 주주와 총수 사이 과실 배분이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 회장 체제 6년, 현대차그룹은 영업이익을 크게 늘리고 글로벌 완성차 선두권에 안착했다. 하지만 글로벌 성과를 국내 소비자가 체감하는 상품 경쟁력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로봇과 AI를 앞세운 미래 전략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인상된 가격에 걸맞은 차별화된 경험을 내놓는 것이 취임 7년 차를 맞는 정 회장의 첫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로봇은 10년 뒤를 보는 사업이고 자동차는 오늘 돈을 버는 사업”이라며 “안방 고객의 신뢰 회복이 먼저”라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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