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한미동맹 이상 없다”는데…강경화 “백악관과 소통 답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동맹에 “전혀 이상이 없다”며 미국의 정보공유 제한 조치가 잘못된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는 한미 정보협력이 양국 간 가장 어려운 현안이며 미국 측의 우려도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같은 날 서울과 워싱턴에서 각각 기자간담회와 국정감사를 통해 한미 관계의 현주소에 대해 상당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북한의 지뢰 매설로 한국군 장병들이 다친 사건을 두고도 강 대사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 장관의 설명과는 다른 입장을 내놨다.
정 장관은 12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한미 간 정보공유 제한 논란과 관련한 동맹 이상설을 일축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이상이 없다”며 “동맹은 가치를 공유하지만 이해관계는 상충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나라들 모두 안보·통상 분야에서 자국의 국익을 위해 미국과 줄다리기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지 시각으로 같은 날 워싱턴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 대사는 한미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현안을 묻는 질문에 “정보협력 관련해서 제일 많이 얘기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동안 대미 전략투자 문제가 가장 어려웠지만, 현재는 정보협력이 주요 난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정보공유 제한 조치를 둘러싼 두 사람의 설명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정 장관은 자신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이 미국이 제공한 기밀정보를 누설한 것이라는 미국 측 판단에 대해 “오해”이자 “미국이 틀렸다”고 반박했다. 해당 시설에 대한 언급은 지난해 7월 자신의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부터 공개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미국도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반면 강 대사는 지난 9월 18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회담에서 미국 측이 정보협력 문제를 직접 제기했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당시 미국 측으로부터 “정보협력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아직 미 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장관이 미국의 사실관계 오인을 강조한 것과 달리, 강 대사는 미국의 문제 제기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외교 현안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정 장관의 해명 과정에 대한 설명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나타났다. 정 장관은 자신의 구성 핵시설 발언 경위를 미국 측에 설명하도록 외교 채널을 통해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 대사 역시 “정 장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통상적인 협의 채널을 통해 미국 당국자들에게 해당 설명을 전달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미국 측이 정 장관의 해명을 받아들였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강 대사는 양국 정보기관 간 소통에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하면서도 미국이 기대하는 수준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미 정상 간 신뢰와 백악관 소통에 대한 두 사람의 설명도 대비됐다. 정 장관은 지난 9월 22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역대 정상회담 중에 대한민국의 국익과 자율성 측면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주장하는 한미동맹 훼손이나 균열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 대사는 워싱턴 외교 현장에서 백악관과의 소통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강 대사는 “백악관에 대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백악관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을 자주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만큼의 고위급 협의는 지금으로선 저도 답답할 정도로 하고 싶은 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이 정상회담의 성과를 근거로 동맹의 안정성을 강조한 반면, 강 대사는 실질적인 고위급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외교 현장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강 대사도 한미 간 현안이 어렵다는 사실과 별개로 동맹에 대한 미국 조야의 지지와 양국의 유대는 여전히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해서는 강 대사가 정 장관뿐 아니라 이 대통령과도 다른 표현을 사용했다. 정 장관은 북한이 매설한 지뢰의 폭발로 우리 군 장병 3명이 다친 사건에 대해 북한의 고의적인 공격인지 아직 특정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북한의 의도를 규명하는 문제와 함께 군사분계선에 대한 남북한 및 유엔군사령부의 인식 차이, 유사 사건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강 대사는 이날 국정감사에서 해당 사건이 북한의 고의적인 공격인지, 불의의 사고인지 묻는 질문에 “불의의 사고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답했다. 강 대사는 “유실이 됐던 건 분명히 아니라는 게 합참에서 밝혀졌고, 북한이 매설했다는 건 분명하다”며 “매설을 했다고 하는 것은, 어떤 행위에는 의도가 있기 마련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해당 사건을 ‘불의의 사고’라고 표현한 점과 관련해서도, 강 대사는 “합참 조사 결과에서는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 대사는 “합참에서 발표한 내용을 가지고 봤을 때 북한이 설치한 지뢰들이고, 이럴 땐 의도 있게 설치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는 한미동맹에 문제가 없고 미국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설명이 나온 반면, 정작 워싱턴에서는 미국의 불만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고위급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부 내 외교·안보 상황 인식에 적지 않은 온도 차가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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