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홈런만 있었던 게 아니다…KIA 가을야구 숨은 주역 김선빈·박재현
박재현 과감한 기습번트 득점찬스 만들어

KIA 타이거즈가 2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복귀해 준플레이오프 직행까지 이뤄낸 과정에는 김도영의 홈런만큼이나 작전 야구와 주루 플레이의 힘이 있었다. 베테랑 김선빈의 정교한 스퀴즈 번트와 신예 박재현의 과감한 기습 번트는 KIA가 승부처에서 상대를 흔들고 승리를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홈런이 경기를 단숨에 뒤집는다면, 번트는 승리의 틈을 만든다. 화려한 장타에 가려지기 쉽지만, 한 점이 절실한 순간 주자의 위치와 상대 수비의 허점을 읽어내는 판단은 단기전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KIA의 가을야구를 이야기할 때 김선빈과 박재현의 이름을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한 점을 설계한 베테랑 김선빈…승부처마다 빛난 작전 야구
김선빈의 번트가 가진 가치는 정규시즌 막판 LG 트윈스와의 3연전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 KIA는 4-4로 맞선 9회초 1사 1·3루에서 김선빈의 세이프티 스퀴즈 번트로 결승점을 뽑아 5-4로 승리했다. 3루 주자 김도영을 홈으로 불러들인 이 번트는 상대 수비의 빈틈을 정확히 파고든 작전이었다. KIA는 이 승리를 발판으로 LG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3위 경쟁에 불을 붙였다.
김선빈의 진가는 타격 기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2008년 KIA에 입단한 그는 오랜 기간 팀에서 활약한 베테랑 내야수다. 경기 흐름과 상대 수비를 읽고, 필요한 순간 자신의 타격 욕심보다 팀의 득점을 우선하는 플레이는 경험이 쌓여야 가능한 선택이다.
그 가치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확인됐다.
1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와의 정규시즌 최종전. KIA는 1-1로 맞선 4회말 몸에 맞는 공과 안타로 1사 1·3루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 선 김선빈은 세이프티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켰고, KIA는 다시 리드를 가져왔다.
두 경기에서 반복된 장면은 우연이 아니다. 중요한 승부에서 한 점을 먼저 얻어내려는 선택, 그리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타자의 기술이 맞물렸다. 홈런이 주목받는 시대에도 번트는 여전히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유효한 무기라는 점을 김선빈이 보여줬다.
박재현의 기습 번트…김도영의 홈런 부른 출루
김선빈이 경험으로 승부의 맥을 짚었다면, 박재현은 과감한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다.

박재현의 번트는 단순한 출루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선두타자가 살아 나가면서 상대 배터리와 내야 수비에 압박을 줬고, 후속 타자에게 득점 기회를 열었다. 김도영의 홈런이 승부를 결정했지만, 그 앞에는 박재현의 출루가 있었다.
물론 번트 하나만으로 홈런과 승리를 설명할 수는 없다. 상대 투수의 공략, 타자의 장타력, 주자 상황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다만 결정적인 순간 공격의 물꼬를 튼 플레이까지 살펴봐야 승리의 과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김선빈의 정교한 스퀴즈 번트와 박재현의 기습 번트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가치를 보여줬다. 한 명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전을 실행했고, 다른 한 명은 과감한 시도로 출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세대가 다른 두 선수가 각자의 방식으로 팀 승리에 기여한 셈이다.
가을야구의 경쟁력은 스타 한 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KIA는 12일 LG를 꺾고 정규시즌 3위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2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한 KIA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거치지 않고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김도영의 시즌 45호 홈런이 승리를 장식했지만, 그에 앞서 김선빈의 번트와 박재현의 기습 출루가 경기의 중요한 고비를 만들었다.
가을야구는 정규시즌보다 한 경기의 무게가 크다. 장타 한 방이 승패를 가를 수 있지만,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작전과 작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도 중요하다. 특히 팽팽한 경기에서는 주자를 한 베이스 더 보내고, 선두타자가 출루해 득점의 발판을 마련하는 플레이가 승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KIA가 앞으로 치를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김도영과 같은 중심 타선의 폭발력은 중요한 무기다. 동시에 김선빈의 경험과 박재현의 과감함이 얼마나 꾸준히 발휘되느냐도 지켜볼 대목이다.
가을야구의 주인공은 반드시 홈런을 친 선수만은 아니다. 승부처에서 필요한 플레이를 해내고, 다음 타자에게 기회를 연결하는 선수도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끄는 중요한 축이다. KIA의 2년 만의 가을야구 복귀 과정에서 김선빈과 박재현의 번트를 함께 조명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