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엑스트라가 된 이유는

김태훈 기자 2026. 10. 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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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유명 배우와 조연, 엑스트라 배우의 관계를 들여다보면서 영화계가 마치 계급사회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위페르는 명실상부 세계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위페르는 "이 영화에는 잔인한 시선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엑스트라 배우 중에는 생활고를 겪는 이들도 많다"며 "유명 배우와 조연, 엑스트라 배우의 관계를 보면서 배우라는 직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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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영화 ‘내일은 이름이 있다’ 기자회견이 열려 배우 이자벨 위페르(오른쪽)와 마르크 피투시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작품 속 유명 배우와 조연, 엑스트라 배우의 관계를 들여다보면서 영화계가 마치 계급사회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2일 오후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내일은 이름이 있다’ 기자회견이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마르크 피투시 감독과 프랑스의 세계적인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위페르는 명실상부 세계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1971년 데뷔한 그는 칸국제영화제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각각 두 차례씩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인 세자르상에서도 ‘의식’(1995)과 ‘엘르’(2016)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위페르가 BIFF를 찾은 것은 1998년 제3회와 2011년 제16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2011년 방문 당시에는 작품 상영 외에도 특별 사진전과 마스터클래스까지 열며 부산 관객과 깊이 있게 교감했다. 오랜만에 부산을 찾은 위페르는 “예전에 비해 높은 건물이 많이 들어서는 등 부산이 크게 발전한 것 같다”며 “피투시 감독과 호흡을 맞춘 신작을 부산에서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영화 ‘내일은 이름이 있다’ 기자회견이 열려 배우 이자벨 위페르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그의 신작 ‘내일은 이름이 있다’는 엑스트라 배우 ‘코린’의 삶을 그린 영화다. 이름 없는 단역에서 벗어나 정식 배우로 인정받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세계적인 배우 위페르가 무명 엑스트라를 연기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 이색적인 캐스팅은 피투시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는 각본을 쓰기도 전에 위페르에게 엑스트라 역할을 제안했고, 위페르가 흔쾌히 승낙하면서 작품이 구체화했다. 피투시 감독은 “늘 위페르에게 색다른 역할을 맡기는 것을 즐긴다. 처음 함께 작업했을 때는 농부 역할을 맡겼다”며 “이번에는 어떤 역할을 맡길까 고민하다 엑스트라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작품 속 무명 배우들의 현실은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감춰진 영화계의 냉혹한 현실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위페르는 “이 영화에는 잔인한 시선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엑스트라 배우 중에는 생활고를 겪는 이들도 많다”며 “유명 배우와 조연, 엑스트라 배우의 관계를 보면서 배우라는 직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피투시 감독 역시 “작품을 준비하며 엑스트라 배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찾아봤다”며 “취미로 연기하는 사람도, 언젠가 주연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품은 사람도 있었다. 이들을 보며 굉장한 감동과 영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영화에 관한’ 영화인 만큼, 그 미래에 관한 질문도 오갔다. 이번에도 화두는 AI였다. 위페르는 “언젠가 내가 (AI를 통해) 한국어나 일본어로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며 “하지만 아직은 영화나 TV에서 ‘안녕하세요’ 정도만 할 수 있는 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이어 “디지털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영화관과 음반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극장은 여전히 존재하고, 복고 열풍 속에 레코드 가게도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며 “AI 때문에 영화가 위협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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