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제난에도 버티기 들어간 이란…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가 변곡점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6. 10. 1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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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무원들은 9월 23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오전 8시~오후 1시 동안만 일한다.

모즈타바의 이런 성명 내용을 볼 때 이란 정권은 오는 11월 3일 실시될 미국 중간선거까지 버티면서 호르무즈해협 재공격과 해협 밖으로 확전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모하마드 아크라미니아 이란군 대변인은 "이란이 미국과의 갈등으로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기로 결정했다"며 "이란이 사거리가 더 긴 장거리 미사일 생산을 개시함으로써 유럽 전역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란의 미사일·드론 전력과 에너지 시설 등을 사흘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작전 계획을 마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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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틀어막혀도 강경 노선 고수… 트럼프도 유가 부담에 공격 자제
8월 24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환전 중심지인 페르도우시 광장에서 보행자들이 이란 화폐와 구형 지폐, 동전이 진열된 가판대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이란 공무원들은 9월 23일(이하 현지 시간)부터 내년 3월 말까지 오전 8시~오후 1시 동안만 일한다. 나머지는 재택 등 원격 근무한다. 냉난방과 비품 소비 등을 줄여 예산을 아끼려는 절약운동이다. 또 휘발유를 덜 소비하기 위해 매주 하루는 반드시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해야 한다. 이란의 하루 평균 휘발유 생산량은 3∼8월 1억2200만L로 하루 소비량인 1억3200만L를 따라가지 못했다. 이란 정권은 재정 부담을 줄이고자 연료 보조금을 축소하고 일부 휘발유 가격을 2배로 올려 L당 0.04달러 수준으로 인상했다. 학교, 의료시설, 사회복지시설 등의 난방과 조명 가동도 대폭 축소되고 있다. 이란 정권은 이처럼 미국의 해상 봉쇄와 경제제재 조치에 맞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지만 별 효과를 보지는 못하는 듯하다. 최근 연금을 지급받지 못한 퇴직 공무원들의 항의 시위와 연료난에 불만을 품은 운전기사들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원유 수출 막히고 물가 급등

현재 이란 경제 상황은 사상 최악 수준이다. 특히 미군의 이란 항구 및 호르무즈해협 바깥쪽 전면 봉쇄 때문에 석유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끊겼다. 이란 정부 예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원유 대금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핵심 자금줄이다.

이란은 9월 석유 수출 터미널에서 단 한 척의 유조선에도 원유를 싣지 못했는데, 이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란은 미국이 7월 중순 해상 봉쇄를 재개하기 전 유조선에 실어 내보낸 원유 수출을 통해 소량의 수입을 얻고 있을 뿐이다. 봉쇄 이전에 빠져나간 원유는 9000만~1억 배럴이지만 최근 4500만 배럴로 급감했다. 국제 에너지 물동량을 실시간 추적하는 케이플러는 이 물량이 10월 중순이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 중국으로 가는 원유에 대한 대금 회수는 12월까지 이어지겠지만 그 후 수입이 끊길 수 있다. 미국 정부는 9월 대(對)이란 제재를 강화해 각종 유령회사와 중개업체가 이란으로 원유 대금을 옮기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란 산유량도 평시의 절반 수준인 하루 평균 200만 배럴로 떨어져 내수를 겨우 충당하는 수준이다. 호르무즈해협을 자유롭게 통과하던 이란의 산유량은 2월 말 하루 평균 324만1000배럴이었다. 이란 산유량은 2024년 기준 하루 평균 467만8000배럴로 세계 석유 공급량의 4.7%에 달했으며 세계 6위 규모였다. 미국의 해상 봉쇄 장기화로 이란은 산유량 감축에 나서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원유 수출이 막힌 이란으로선 저장시설 포화를 막고자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철도를 이용한 대규모 운송도 쉽지 않다. 이란에는 원유와 석유제품 운송에 필요한 철도 차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유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외화 수입원인 석유화학제품 수출도 타격을 받고 있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8월 석유화학제품 선적량은 올해 초보다 3분의 2 가량 감소했다.

이란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대비 90%를 넘어섰다. 특히 식료품 물가가 크게 올랐다. 8월 식료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28%나 급등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이란 경제가 -5.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최악의 경제 수준이다. 리알화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24일 '경제적 왕따 작전(Operation Economic Outcast)'을 시행한 이후 달러당 264만 리알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쟁 전인 2월 달러당 150만~160만 리알 수준과 비교하면 62%나 올랐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아드난 마자레이 선임연구원은 "이란인은 현금을 손에 쥐면 곧바로 생필품을 산다"며 "안 그러면 돈 가치가 즉각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코람사르-4호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제공
이처럼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자 이란 정권 안보 수장인 모흐센 레자이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10월 3일 열린 고위급 회의에서 이란 경제가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고 시인했다. 외교·안보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책임자가 공개 석상에서 자국의 심각한 경제 위기를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美 제재 우회하며 최대한 버티기

하지만 이란 정권은 그동안 가혹한 제재를 회피하며 체제를 유지해온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지금도 정교하게 축적된 지하 네트워크를 동원해 일부 제재를 회피하는 상황이다. 카스피해 수로 또는 카자흐스탄·러시아 방면 육로로 석유를 우회 운송하거나, 이라크산으로 위장한 뒤 공해상에서 타국 선박으로 환적하는 기법을 적극 활용하는 식이다. 게다가 인근 국가들의 신탁인을 통한 미국달러와 가상화폐 비밀 거래로 자금 추적을 피하는가 하면, 걸프 국가들로부터 은밀하게 안전 통행료를 챙기고 있다.

서방 전문가들은 이란 정권이 단기간에 굴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이란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며 중국·러시아 지원을 바탕으로 구축한 비공식 거래망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반이란 단체 '핵무기 없는 이란을 위한 연대'(UANI)의 찰리 브라운 선임고문은 "이란이 가상화폐 등을 이용해 추적을 피하는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자레이 선임연구원은 "이란 국민의 고통은 심화하고 있지만 이란 정권은 이를 감내하게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면서 "환자의 체온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사망한다고 단정할 수 없듯이, 이란이 무너지는 기계적인 시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엘리 게란마예 유럽외교협의회(ECFR) 연구원은 "미국의 제재는 일반적인 이란 가정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란 정권이 협상 테이블에서 굴복할지에 관해서는 회의적"이라며 "오히려 저항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 지적처럼 이란 정권은 최악의 경제 상황에도 장기전에 대비하는 '버티기 전략'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이란 이슬람 체제는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처럼 여러 차례 전쟁과 압박을 겪으면서 오히려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모즈타바는 "외세가 이란을 낙후와 굴욕, 종속 시대로 되돌리려 했지만 그 시절은 지나갔으며 머지않아 아라비아해에서도 그들을 몰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라비아해는 호르무즈해협과 오만만을 지나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인도양 북서부 해역이다. 모즈타바의 이런 성명 내용을 볼 때 이란 정권은 오는 11월 3일 실시될 미국 중간선거까지 버티면서 호르무즈해협 재공격과 해협 밖으로 확전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모하마드 아크라미니아 이란군 대변인은 "이란이 미국과의 갈등으로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기로 결정했다"며 "이란이 사거리가 더 긴 장거리 미사일 생산을 개시함으로써 유럽 전역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2017년 알리 하메네이 당시 최고지도자가 탄도미사일 개발 사거리를 2000㎞로 제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중동의 미군기지와 이스라엘 등이 모두 사거리 2000㎞ 이내에 있기 때문이었다. 이란은 현재 사거리 4000㎞인 코람샤르 탄도미사일을 보유 중이다. 이 미사일은 장거리 타격 능력과 대형 탄두 탑재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이란의 핵심 전력이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 워치는 "이란이 앞으로 유럽 전역의 미군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 전단이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역에서 초계 항해를 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 제공

트럼프, 중동 전력 강화하나 시점은 저울질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일 중간선거 이전에 이란을 공격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8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매우 나쁜 상황에 처해 있고, 봉쇄 조치는 전면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전에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군사작전을 재개할 경우 국제유가가 상승해 중간선거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란의 미사일·드론 전력과 에너지 시설 등을 사흘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작전 계획을 마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 J. 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 고위 관리들은 10월 2일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 같은 작전 방안을 논의했다. 미군은 실제 공격 명령이 내려질 경우 신속하게 작전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중동 전력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미국 해군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핵 항공모함 전단은 이르면 이달 말 중동에 배치된 조지 H. W. 부시호와 조지 워싱턴호에 합류할 예정이다. 미 해군 항공모함 3척이 중동에 동시에 배치되는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과 이란 모두에 11월 3일이 향후 전략 및 행보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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