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총살형 생중계? 트럼프, "내가 승인"...커지는 논란

장규석 특파원 2026. 10. 1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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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90년 만에 공개처형을 다시 시행하는 국가가 될까.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총살형 집행 장면을 생중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승인 의사를 내비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공화당의 오스틴 스콧 의원도 "나는 사형 선고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하지만 사형 집행을 생중계하는 것은 지하디스트들이 하는 일이다. 미국은 그보다 나은 나라"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과거에는 공개처형이 이뤄졌지만 1936년 8월 14일 켄터키주 오언즈버러에서 교수형을 집행한 이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공개처형은 사실상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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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워싱턴 리포트
미 국방장관, “총살형 공개할 것”
트럼프, “승인했느냐고? 물론”
실제 생중계 여부는 불투명
“독재국가냐” 공화당 의원도 반발
사형집행 멈춘 한국과 대조
국가 형벌권 어디까지? 논쟁 확산

미국이 90년 만에 공개처형을 다시 시행하는 국가가 될까.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총살형 집행 장면을 생중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승인 의사를 내비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생중계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형제도를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들마저 공개처형은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처형이 확인된 국가는 전세계에서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두 곳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형집행 생중계를 승인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 | C-Span 영상 캡쳐]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기자들로부터 사형 집행 생중계(the livestream execution)를 직접 승인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승인했느냐고? 물론이다(Did I approve? Absolutely)"라고 답했다.

다만 이 발언이 생중계까지 최종 승인했다는 의미인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생중계를 원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그는 총살형으로 처형될 것이다. 어떻게 죽든 상관없다. 처형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형집행 대상자는 지난 2009년 텍사스주 포트후드 군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을 살해하고 32명을 다치게 한 전직 육군 군의관 니달 말리크 하산이다. 미군은 오는 12월 3일 하산에 대한 총살형을 집행할 예정이다. 실제 집행된다면 미군의 사형 집행은 1961년 이후 65년 만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8일 보수 매체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Real America's Voice)'와의 인터뷰에서 하산의 사형 집행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겠다(We'll make sure that people are able to watch it, that it's public)"며 "사람들은 이런 행위에 심각한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사형은) 당연히 포트후드에서 집행할 것이다. 범행이 발생했던 목요일 오후 1시에 군인들이 소총으로 총살형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살형을 선택한 데 대해서는 "고민할 것도 없는 결정(No-brainer)"이라고 덧붙였다. 범행이 발생한 장소와 같은 요일·시간에 형을 집행하고 이를 대중에게 공개해 강력한 응징의 메시지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사형집행 생중계 계획을 밝혔다. [사진 | Real America's Voice 영상 캡쳐]
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사형 집행과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형제도를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들까지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하산은 사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의 처형을 공개하고 생중계한다고? 역겹기 짝이 없는 일(Beyond disgusting)"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개처형은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같은 억압적인 독재국가들이 하는 일"이라며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인 공화당의 오스틴 스콧 의원도 "나는 사형 선고를 전적으로 지지한다. 하지만 사형 집행을 생중계하는 것은 지하디스트들이 하는 일이다. 미국은 그보다 나은 나라"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은 공개처형이 오히려 하산에게 그가 원하는 순교자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D 밴스 부통령마저 9일 기자들에게 "생중계가 실제로 이뤄질지 모르겠다"면서 생중계가 되더라도 자신은 시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공개처형이 확인된 국가는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두 곳뿐이다. 이란에서는 11명, 탈레반이 통치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6명이 공개적으로 처형됐다. 미국이 이번 계획을 실행하면 지난해 공개처형이 확인된 국가들과 나란히 거론되는 상황이 된다.

미국에서도 과거에는 공개처형이 이뤄졌지만 1936년 8월 14일 켄터키주 오언즈버러에서 교수형을 집행한 이후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공개처형은 사실상 중단됐다. 그 뒤부터는 사형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집행 장면은 제한된 참관인에게만 공개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이번 계획이 실행되면 약 90년간 유지해 온 관행을 뒤집는 셈이다.

[그래픽 | 더스쿠프]
게다가 방송에 적합한 내용이 아니라서 생중계가 실제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브렌던 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지상파 방송으로 송출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고, ABC·NBC·CBS·폭스 등 주요 방송사도 중계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사형 집행 생중계를 금지하고 있으며 틱톡도 사람의 사망 순간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의 공개처형 논란은 사형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집행하지 않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법률상 사형제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미국과 같지만 실제 운영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셈이다.

공교롭게도 논란이 확산한 10일은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이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은 이미 한 세대에 가까운 기간 동안 사형 집행 없이 형사사법제도를 운영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상 사형폐지'라는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법률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갈 것인지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촉구했다.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지 29년 가까이 된 한국과 사형 집행 생중계까지 거론되는 미국의 모습이 교차하는 가운데 인권위는 성명에서 "국가가 행사할 수 있는 형별권의 정당한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라고 되물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사형제 찬성론자들마저 비판에 나선 상황이라, 논란 속에서 실제 생중계가 강행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규석 특파원 |
더스쿠프 워싱턴 지국장
2580@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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