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경유 480만t 거래 합의…젤렌스키 "푸틴에 주는 생일 선물"

이가영기자 2026. 10. 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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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시아산 경유 480만t 공급 합의
중간선거 앞두고 고유가에 제재 완화
젤렌스키 "전쟁 장기화에 투자하는 꼴"
영국, 우크라 지지·대러 압박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를 미국과 세계 시장에 대규모로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정부는 이에 맞춰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허용하는 한시적 제재 완화 조치까지 발표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은 에너지 가격을 잡기 위한 조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매우 성공적인 협의를 마쳤다"며 "러시아가 미국과 세계 시장에 즉시 30만t 이상의 경유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11월 중 추가로 50만t을, 그 직후 100만t을 공급하고 정유시설 상태를 고려해 단기간 내 300만t을 추가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공급 물량은 총 480만t에 달한다.

그는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으로 전 세계 경유 가격이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며 "농부와 목장주, 트럭 운전사를 비롯한 미국인들의 가격 부담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측도 양국 정상 간 통화 사실과 경유 공급 방침을 확인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미국 등 다른 국가에 추가 경유를 공급할 준비가 돼 있으며, 정유시설 가동이 재개되면 수출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러시아산 경유 거래를 허용하는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산 경유의 판매와 운송, 미국 수입 등이 내년 4월 7일까지 한시적으로 허용된다.

미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란 전쟁 이후 미국 내 경유 가격이 약 70% 급등하면서 물가 부담이 커지자 대러 제재 일부를 완화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추가 공급 물량만으로 국제 경유 가격을 크게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합의를 "강한 파트너들의 나약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에게 주는 선물은 평화를 가져오지도, 문명 세계에 어떤 이익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경유 거래에 더 많은 테러와 배신행위로 보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가 석유제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끝내야 할 전쟁을 장기화하는 데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거래를 "푸틴에게 주는 생일 선물 같다"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미국 측과 종전 조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관련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공정하지도, 정직하지도 않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영국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에너지 가격 안정이라는 실익을 추구하게 됐지만,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유지해 온 서방의 공동 대응에는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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