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못 받은 트럼프의 분노…"8개는 받았어야" 수상자·노벨위 맹비난
수상자 필라이에 "미스터리 인물" 비하
노벨위 향해 "지울 수 없는 오점" 맹비난
美, 필라이 몸담았던 ICC 전면 제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에 실패하자 수상자를 깎아내리고 노벨위원회를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자신이 끝낸 전쟁만 8개라며 상을 8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수상자가 재판관으로 활동했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한 전면 제재까지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뉴욕주 시러큐스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오늘 노벨평화상이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돌아갔다"며 수상자를 "아무도 모르는 미스터리 인물"이라고 비하했다.
올해 노벨평화상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ICC 재판관을 지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인권법 전문가 나비 필라이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평화와 국제법 증진을 위한 노력을 수상 이유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8개의 전쟁을 끝냈다며 "이 가운데 하나만 해결했어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각각의 전쟁에 대해 노벨상을 하나씩, 모두 8개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하마스, 콩고와 르완다 등의 분쟁을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북한, 일본과 북한, 중국과 대만 사이에서도 자신이 전쟁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노벨평화상을 받았어야 했지만 받지 못했다"며 "이는 노르웨이와 그처럼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결정을 내린 사람들에게 지울 수 없는 오점"이라고 비난했다. 또 "우리는 노르웨이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SNS에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노벨위원회가 필라이를 수상자로 선정해 스스로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해당 글은 필라이를 미국과 이스라엘을 증오하는 인물로 비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가 수상 대상이 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트럼프 행정부는 필라이가 과거 재판관으로 활동했던 ICC에 전면 제재를 발표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ICC가 미국인을 기소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ICC와의 거래를 금지하고 운영 능력을 마비시키겠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ICC가 위협을 끝내든지, 우리가 ICC를 끝내든지 둘 중 하나"라며 미국의 군사적 보호에 의존하는 동맹국들에도 ICC를 제어하라고 압박했다.
이번 조치는 기존 재판관·검사 등 개인을 대상으로 했던 제재를 ICC 전체로 확대한 것이다. 미국 내 ICC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 및 기업과의 거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다만 ICC 제재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조치로, 노벨평화상 선정에 따른 보복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ICC 회원국이 아니며, ICC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미군 전쟁범죄 조사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영장 발부 등에 반발해왔다.
그럼에도 인권법 전문가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수상자와 노벨위원회를 공격했고, 미국 정부는 그가 몸담았던 국제 사법기구를 제재하는 대조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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