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호남 반도체 부지 찾아 “전력·용수 늦어져도 착공부터”

진창일 기자 2026. 10. 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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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철회설 불거지자 직접 진화
“수요 늘면 용인보다 커질 가능성”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9일 오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전남광주 서구 군공항 탄약고 부지에서 현장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9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 부지를 처음 찾아 “용수와 전력이 늦는다 해도 파일링(지반공사)을 빨리 맞출 수만 있다면 먼저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정부의 전력·용수 인프라 구축을 기다리지 않고 반도체 팹(공장) 건설에 먼저 착수해 사업 기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건설 공사를 시작할 수 있으면 가장 빠른 속도로 먼저 하겠다”고 했다.

최 회장은 증설을 서두르는 이유로 수요를 들었다. 그는 “수요가 계속해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며 “용인 완공 시점을 12년 앞당겼는데 그것도 부족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필요하다면 (용인과) 병행해서라도 지어야만 할 사정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호남 반도체 팹 규모를 두고는 “용인의 3분의 2 정도 사이즈 계획을 갖고 있다”며 “땅이 더 있고 수요가 더 있다면 이쪽이 더 커질 것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방문은 이재명 대통령의 속도전 주문과 ‘SK 투자 철회설’이 겹친 가운데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한다”고 했고, 지난달에는 광주 군공항 기능을 임시 이전하는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라고 지시했다. 그 와중인 9월 30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SK 관계자가 호남 투자에서 발을 빼거나 속도를 늦출 수 있는지 논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최 회장의 방문은 이를 불식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용인 클러스터 3분의 2 규모로 구상”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과 민형배(왼쪽)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9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 탄약고 인근 부지에서 시 관계자로부터 산업단지·인프라 조성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서남권 투자 발표 이후 처음으로 예정 부지를 찾은 최 회장은 동행한 경영진에게 속도전을 강조했다. 김영근 기자

최 회장은 이날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경영진과 함께 광주 군공항 부지와 일대를 둘러봤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등에게서 단지 조성 계획과 기반시설 준비 상황을 들은 최 회장은 경영진에게 “최대한 속도감 있게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방문 이유에 대해 “눈으로 보는 것이 말 백 마디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며 “어느 정도 속도로 지을 수 있는지 점검하러 왔다”고 했다.

다만 최 회장은 구체적인 착공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언제인지는 조금 더 스터디를 해야 해 오늘 답을 못 드리지만 최대한 빨리 간다”고 했다. 착공 일정은 정부가 용수·전력 공급 계획과 공사 일정이 맞물리는 속도를 다시 계산해야 정해진다며 “곧 발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삼성전자와 함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각각 400조원을 투자해 팹 2기씩 짓겠다고 발표했다. 용인 클러스터에서는 팹 4기를 당초 계획보다 12년 앞당겨 2033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정부는 2029년 팹을 완공하고 2030년 6월 첫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반도체 팹은 전력·용수 인프라가 완공되기 전에도 건설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2월 착공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도 인프라 구축이 진행 중인 가운데 착공됐다. 다만, 용인의 경우 2022년 4월 부지 조성이 시작됐고 같은 해 5월과 12월 각각 전력공급시설, 용수공급시설 공사를 착공했다. 부지와 인프라 공사가 3년 앞서 시작돼 1기 팹 착공 무렵엔 각각 40~80%대 공정률을 기록 중이었다.

반면 광주 군공항의 경우 인프라를 조성하려면 군사 기능을 이전하고 부지를 산업용지로 확보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부지 조성공사에 착수한다는 목표지만, 군사시설 이전과 부지 사용에 필요한 절차가 얼마나 빨리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철회설을 낳은 민형배 시장 발언은 지난달 30일 광주상공회의소 경제포럼에서 나왔다. ‘SK가 호남에 투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냐’는 시민 질문에 답하던 중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전남광주시는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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