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소나무재선충 항공방제…내년부터 다시 시작하겠다”

박상현 기자 2026. 10. 1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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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식 산림청장 인터뷰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산림비전센터에서 박은식 산림청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청장은 "소나무 재선충 감염목 제거, 수종 전환, 항공 방제 등을 병행해 2030년까지 전국 재선충 발생 시·군을 현재 170여 곳에서 절반 이하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지훈 기자

전국 소나무 숲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에 감염돼 말라 죽고 있기 때문이다. 재선충은 침엽수에 기생하는 길이 1㎜의 벌레로, 감염되면 나무 속 물길이 막혀 대부분 말라 죽게 된다.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는 2023년 90만그루에서 올해 177만그루로 2배 가까이 폭증했다. 정부는 재선충병이 처음 발생한 1988년부터 올해까지 방제 작업에 1조8930억원을 투입했지만, 억제는커녕 수도권까지 피해 지역이 확산되고 있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지난 6일 본지 인터뷰에서 “재선충 확산은 피해 정도와 관계없이 지역마다 획일적인 방제 방식을 적용하고, 감염된 목재가 다른 지역으로 반출되는 걸 막지 못한 산림청 책임이 가장 크다”며 “여기에 방제 책임이 있는 일부 지방정부의 무관심, 매개충 방역을 ‘환경 파괴’라면서 막아선 환경단체의 압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3년 환경단체 반대로 중단된 항공 방제를 내년부터 재개하겠다”고 했다.

-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방제 실패가 반복되는데.

“재선충병 확산엔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이 있다. 재선충병이 처음 발견된 부산에서 포항, 경주, 사천, 여수 등으로 퍼진 것은 자연적 요인 때문이었다. 피해 정도에 따라 경미한 지역은 감염목을 모두 베는 박멸 전략을, 심각한 지역은 활엽수로 수종 전환을 시도했어야 하는데 이런 차등화가 없었다. 반면 춘천, 양평, 가평 같은 수도권과 서해안에 갑자기 발생한 것은 사람이 옮긴 것이다.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를 목재로 만들어 다른 지역으로 반출하는 과정에서 확산됐다. 반출을 물리적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 처음부터 단속을 강화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 2024년부터 갑자기 재선충병이 폭증했다.

“재선충병을 옮기는 하늘소를 잡기 위해 여름마다 항공 방제를 했다. 헬기로 약을 뿌려 하늘소를 잡는 것이다. 그런데 2023년 환경단체가 하늘소를 죽이는 건 환경 파괴라면서 항공 방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하늘소잡기가 중단됐고, 이듬해부터 확산세가 빨라졌다. 하늘소는 살았지만, 소나무가 죽었다.”

- 매개충 방제를 전혀 못 하나.

“방제 요청이 있으면 한다. 대표적인 곳이 경남 양산의 통도사다. 100년 넘은 소나무들이 통도사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사찰의 일부이던 소나무 숲이 죽어가자 누구보다 생명을 존중하는 스님들이 결단을 내렸다. 매개충을 잡아달라고 방제 요청을 해왔고, 지난 8월 작업을 마쳤다. 이렇게 감염목 제거와 수종 전환, 항공 방제를 병행해 2030년까지 재선충 발생 시·군을 현재 170여 곳에서 80곳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 온난화로 산불도 잦아지고 있다. 복원 방식을 두고 이견이 있다.

“자연복원과 인공복원을 7대3 정도로 가져가고 있다. 되도록 자연복원을 하되 산불 피해가 심각해 자연 스스로 회복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산사태 등 2차 피해 우려가 있는 지역은 계획을 짜 인공복원하고 있다. 다만 사유림은 산주들이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나무를 심고 싶어 한다. 산림청이 특정 나무를 심으라거나 자연복원 하라고 강제하기가 어렵다.”

- 산림청은 임도(林道)가 부족하다고 한다.

“과거 산림청의 임도 정책은 양적 확대에 초점을 뒀다. 우리나라 임도 밀도는 1㏊(헥타르)당 4.4m 정도다. 반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는 45~50m 수준이다. 선진국을 빨리 따라잡으려다 보니 한정된 예산으로 임도를 많이 내는 데 집중했고, 부실한 임도가 실제로 많았다. 국립공원 같은 보호 구역에 임도를 내자는 게 아니다. 임업용 산지 등 목재를 생산하고 산림을 경영해야 하는 곳에 내자는 것이다. 앞으로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견고하고 튼튼한, 질적으로 향상된 임도를 낼 것이다."

- 산림은 활용 보다는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우리나라 목재 자급률은 19%다. 우리가 쓰는 목재의 80% 이상을 외국에서 사온다는 뜻이다. 오스트리아는 약 200만㏊의 산림을 가꿔 유럽에 목재를 공급하고 있다. 우리 산림은 630만㏊다. 이 중 200만~300만㏊만 잘 활용하면 국내에 필요한 물량을 공급하고 수출도 할 수 있다. 우리 숲은 지켜야 한다면서, 정작 우리가 필요한 목재는 다른 나라 숲을 베어 가져오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 앞으로의 산림 정책 방향은.

“‘생태 회복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외부에서 충격이 왔을 때 죽어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다시 회복하는 생태계가 좋은 생태계다. 일각에선 재선충과 기후변화를 이유로 소나무를 포기하고 활엽수로 자연 갱신되도록 방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수백, 수천 년을 함께 산 소나무가 이렇게 퇴장해선 안 된다고 본다. 모든 소나무를 지킬 순 없지만, 보전 가치가 높은 소나무 숲은 어떤 수단을 쓰든 확실히 지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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