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 성비위 징계 확정했지만…'처분 수위' 두고 논란

홍성민 2026. 10. 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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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 상벌위, L 코치 자격정지 5년·K 감독 제재금 300만원 의결
올스타 휴식기 정관장 선수단 회식서 성비위 사건 불거져 파문 확산
구단 5월 부적절 행위 인지 후 분리·신고…고희진 전 감독 8월 사퇴
징계만으로 재발 방지 한계…선수 보호·신고 체계 개선 목소리 커져
[지데일리] 한국배구연맹(KOVO)이 배구계 성비위 사건에 연루된 지도자들에게 징계를 내렸지만, 처분 수위를 둘러싼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8일 성비위 관련 L 코치에게 자격정지 5년, K 감독에게 경고와 제재금 300만원을 부과했다. 이번 징계는 선수단 회식에서 불거진 사건에 따른 조치다. 픽사베이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로 판단된 L 코치에게는 자격정지 5년이 내려졌고, K 감독에게는 경고와 제재금 300만원이 부과됐다. 선수 보호와 지도자 윤리 확립이 스포츠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번 징계가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한국배구연맹은 8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성비위 관련 지도자 두 명에 대한 징계를 의결했다. 이번 결정은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당사자들의 소명과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뤄졌다. 연맹은 행위의 성격과 사안별 책임을 구분해 처분 수위를 정했으며, 두 지도자에게 서로 다른 징계를 적용했다.

L 코치는 성비위와 관련된 행위가 중대한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자격정지 5년 처분을 받았다. 지도자 자격을 장기간 제한하는 조치로, 선수단 내부에서 지위와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지켜야 할 윤리적 책임을 엄중하게 물었다는 의미가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지도자는 훈련과 경기 운영을 담당할 뿐 아니라 선수의 진로와 출전 기회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권한이 부적절하게 행사되면 피해 선수는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 있어, 구단과 연맹 차원의 독립적인 신고·조사 체계가 중요하다.

K 감독에게는 성비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과 함께 기타 품위 손상 행위에 대한 경고 및 제재금 300만원이 부과됐다. 연맹은 부적절한 장소에서 나온 부적절한 언동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성비위와 직접 관련된 행위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L 코치와는 다른 처분을 받았지만, 감독이라는 지위에 걸맞은 책임과 품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은 별도로 지적됐다.

이번 사건은 올해 1월 올스타 휴식기 당시 정관장 선수단 회식에서 불거졌다. 구단은 5월 A 전 코치의 부적절한 행위를 인지한 뒤 관련자를 분리하고 신고 절차를 밟았다. 고희진 전 감독은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8월 자진 사퇴했다. 사건 인지 이후 인적 분리와 신고, 감독 사퇴, 연맹 징계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선수단 내부의 문제를 조직 차원에서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보여준다.

다만 징계 결정만으로 사건의 상처와 조직 내부의 문제까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선수단 회식처럼 위계가 작동하기 쉬운 환경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발생했다는 점은 구단의 관리·감독 체계와 선수 보호 장치가 충분했는지 돌아보게 한다. 

사건을 인지한 뒤 조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수들이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없이 피해를 알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는지 점검해야 한다. 신고 이후 피해자 보호와 비밀 유지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도 중요한 과제다.

징계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 공개도 필요하다. 연맹은 개인정보와 피해자 보호 원칙을 지키면서도 처분의 근거와 판단 기준을 가능한 범위에서 명확히 설명해 현장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구단 역시 정기적인 성인지 교육과 회식 문화 개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담·신고 창구 마련 등을 통해 예방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스포츠계 관계자는 "프로배구의 신뢰는 경기력이나 흥행 성적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선수들이 안전하게 운동하고 부당한 행위에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리그의 지속 가능성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번 징계가 일회성 처분에 머물지 않으려면 연맹과 구단이 사건 처리 과정 전반을 점검하고,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개선책과 이행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