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장관 방문 날 '근조 시위'…마사회 이전 놓고 노동자 반발 격화

정용진 2026. 10. 9.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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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노동자들 검은 옷·근조 피켓 시위…마사회 이전 강행에 반발
비대위 “19대 요구안 구속력 있는 서면 확약부터 마련해야”
12일 의결 시한 압박에 노동자들 “충분한 사전 협의 부족”
이전 의결 강행하면 손실 책임 이사진에 귀속 경고
[지데일리] 한국마사회의 경마장 이전 추진을 둘러싼 갈등이 정부와 노동자 사이의 정면 대치로 번지고 있다. 
지난 8일 과천 한국마사회 본관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방문에 맞춰 경마 노동자 비대위가 근조 피켓 시위를 벌였다. 비대위는 19대 노사 요구안에 대한 구속력 있는 서면 확약과 충분한 협의를 촉구하며 이전 의결 강행 시 이사진 책임을 경고했다. 사진=한국마사회

정부가 이전 관련 의사결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경마 노동자들은 노사 합의에 대한 구속력 있는 서면 확약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전 일정에 무게를 둔 정책 추진이 노동자의 생존권과 고용 안정, 이해당사자 간 협의 절차를 충분히 반영했느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경기 과천 한국마사회 본관에서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마사회 이사진과 간담회를 갖는 동안 경마 노동자 비상대책위원회가 근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검은 옷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부와 마사회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에 항의했다. 장관 방문 일정에 맞춰 집단행동을 벌인 것은 경마장 이전 논의가 노동 현장의 불안과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비대위가 핵심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전 일정의 조정만이 아니라 노사 간 약속의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확약이다. 노동자들은 노사가 합의한 19대 요구안에 대해 구속력 있는 서면 약속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이전 계획의 추진 속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고용과 생계에 미칠 영향, 노동조건 변화, 현장 종사자의 권익 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자들이 특히 문제 삼는 대목은 오는 12일로 제시된 시한과 이사회의 의사결정 압박이다. 충분한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에 맞춰 의결부터 진행하면 노동자들의 의견이 형식적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사회와 종사자 사이에 실질적인 논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전을 결정할 경우 향후 고용 불안과 생계 손실을 둘러싼 책임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비대위는 의결을 강행할 때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이사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갈등은 공공기관의 주요 정책 결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이해당사자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전의 정책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계에 대한 대책이 빠진다면 정책의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노사가 이미 합의한 요구안이 있다면 정부와 마사회는 합의 내용의 이행 여부와 책임 주체, 실행 시점 등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이행 방안 없이 원론적인 협의나 지원 약속만 반복하면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정부와 마사회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전 추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그칠 경우 노동자들의 반발을 키우고, 향후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사회적 비용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합의 이행을 담보할 장치를 마련한다면 갈등을 줄일 여지는 있다. 

다만 현재 제시된 내용만으로는 이전의 구체적인 사유와 비용, 고용 영향 및 보완책이 충분히 공개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정책 추진 주체가 관련 자료와 책임 구조를 투명하게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사안의 관건은 이전 시한을 맞추는 일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누구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있다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정부와 마사회가 노사 합의에 대한 구속력 있는 확약과 실질적인 협의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채 의결을 서두른다면 갈등은 장기화할 수 있다. 

경마장 이전 논의가 일방적인 일정 관리에 머물지 않으려면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손실 보전, 합의 이행 방안을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