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무장은 거부, 핵잠수함은 환영?…美 여론의 '두 얼굴'
핵추진 잠수함 개발은 58% 찬성…공화당 64%로 지지율 더 높아
미군의 한국 방어 71% 지지…한미동맹은 미국 안보에도 이익
핵확산 우려와 방위력 강화 사이…기술 이전·비용 등 과제 산적

한국의 핵무기 보유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군사적 억지력과 해양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데는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된 셈이다. 한미동맹을 지지하는 미국 내 인식과 한국의 안보 자율성 확대를 둘러싼 논의가 맞물리면서 향후 양국 간 국방 협력의 방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와 함께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응답자의 71%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찬성 여론을 크게 앞선 수치로,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는 방안에 미국 사회가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층 모두 반대 의견이 우세해 핵무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특정 정당에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는 응답자의 58%가 찬성했다. 정당별로는 공화당 지지층의 찬성률이 64%, 민주당 지지층은 56%로 집계됐다. 핵무기 보유와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서로 다른 안보 정책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를 탑재하는 잠수함과 달리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활용해 장기간 수중 작전과 원거리 작전 수행 능력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핵추진 방식 자체가 핵무기 보유를 뜻하지는 않는다.
이 같은 여론은 미국이 한국의 방위 역량 강화에는 긍정적이지만, 핵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독자 핵무장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의 핵무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거론되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와 충돌할 수 있고 국제사회의 제재나 외교적 마찰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으로서도 동북아시아에서 핵무장 국가가 늘어나면 중국과 북한의 대응을 자극하고 역내 군비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할 수 있다.
한미동맹과 대북 방위 공약에 대한 미국 여론도 비교적 우호적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면 미군이 한국을 방어해야 한다는 응답은 71%였으며, 한미동맹이 미국의 안보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응답은 64%였다.
북한에 부정적인 인식을 지닌 응답자도 68%에 달했다. 이는 한국 방어가 미국의 부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안보와 동아시아 지역 안정에도 연결된다는 인식이 일정 수준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여론조사 수치를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나 구체적인 군사 지원 약속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응답자의 찬성 의사가 실제 예산 투입이나 기술 이전, 원자력 관련 협정의 개정까지 뒷받침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핵추진 잠수함은 건조 비용과 유지·보수 부담이 크고, 원자로 운용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안전 관리 체계도 요구한다. 핵연료 공급과 사용, 관련 기술 이전을 둘러싼 법적·외교적 쟁점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으로서는 미국 여론의 우호적인 흐름을 외교적 성과로 과대평가하기보다 동맹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독자적인 방위 역량을 어떻게 확보할지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핵무장과 핵추진 잠수함을 같은 범주의 선택지로 취급하면 정책적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도 주장도 있다.
이번 조사는 미국 사회가 한국의 안보 강화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핵확산 위험이 큰 수단과 방어 역량을 높이는 수단을 구분해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