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 후속대책 '선회'.. 처분 기준 다시 손질

홍성민 2026. 10. 9.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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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은행 위탁 조건 폐지…상속·휴경 농지 처분 절차 중단
맹지·복잡한 소유관계 농지도 제외…특별조치법 이달 발의
허위 영농계획·무단 방치엔 처분 원칙 유지…소명 기회 보장
투기 차단과 농민 보호 사이…예외 기준·사후 관리가 관건
[지데일리] 농지 투기 근절을 내세운 정부가 상속농지와 고령농의 휴경지, 관행적으로 임대해 온 농지 등에 대한 처분 방침을 완화했다. 농지은행 위탁을 조건으로 처분을 유예하겠다던 기존 방침에서 물러나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상속농지와 고령농 휴경지 등에 대해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투기 목적 농지는 처분 원칙을 유지하며, 관련 특별조치법을 12월까지 제정할 계획이다.

투기 근절이라는 정책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농촌 현장의 현실과 농지 관리 여건을 반영한 조치지만, 투기 목적과 불가피한 휴경을 가려낼 구체적인 기준이 정책의 실효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후속조치를 발표하고, 투기 목적이 아닌 농지에 대해서는 조사 결과를 근거로 처분 절차를 진행하지 않도록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지 소유자의 사정과 영농 여건을 고려해 불필요한 처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처분 대상에서 제외되는 농지는 법정 소유상한을 초과한 상속농지와 고령농의 휴경지, 관행적으로 임대해 온 농지 등이다. 종중이나 사찰 소유 토지처럼 권리관계가 복잡한 농지와 미등기 상속농지, 진입로가 없는 맹지 등 영농이 어려운 토지도 포함된다. 농업용 창고 등 미허가 시설이 설치된 농지 역시 처분 제외 대상에 들어간다.

이번 조치는 농지은행의 수용 능력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 당정협의에서 관행적 임대차 농지나 휴경지를 직접 경작하거나 농지은행에 위탁하면 처분을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그러나 농지은행의 매입·수탁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위탁을 사실상 의무화하면 농지 소유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지우고 현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위탁 조건을 없애고 처분 절차 자체를 진행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했다.

다만 투기 목적이 명백한 농지에는 기존 처분 원칙을 유지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농지를 취득한 뒤 정당한 사유 없이 방치하거나 허위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매입한 행위 등이 주요 대상이다. 

정부는 소유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한 뒤 처분명령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농지를 소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제재하기보다 취득 목적과 관리 실태, 영농이 어려운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겠다는 의미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농지 전수조사 특별조치법을 발의하고 12월까지 입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임대차와 휴경을 인정하는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도 추진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명백한 투기 행위가 아니라면 이번 조사 결과를 이유로 농지를 처분하거나 이행강제금을 부담하게 하지 않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민주당도 입법 지원을 약속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정부 발표 이후 브리핑에서 상속받은 땅이나 평생 경작해 온 농지까지 처분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현장의 우려를 반영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별조치법이 조속히 처리되도록 하고 당정협의를 통해 보완 대책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책의 형평성과 집행 기준을 둘러싼 과제는 남아 있다. 투기 목적이 아닌 농지를 보호하려면 고령이나 질병, 농지의 지리적 여건 등 불가피한 사유를 합리적으로 인정할 기준이 필요하다. 

반대로 처분 제외 범위가 지나치게 넓거나 심사 기준이 모호하면 투기성 농지까지 규제를 피하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 미허가 시설이 있는 농지를 일괄적으로 처분 대상에서 제외할 때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살펴야 한다.

농지 제도의 핵심은 소유자의 사정을 고려하면서도 농지가 농업 생산에 활용되도록 관리하는 데 있다. 정부가 처분 부담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예외 인정 기준과 사후 관리 체계를 구체화해야 농민 보호와 투기 억제라는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