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 ‘속도전’에 현장 혼란…“농지제도 청사진 마련해야”

김소진 기자 2026. 10.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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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전수조사가 충분한 사전 준비와 정책적 검토 없이 서둘러 추진되면서 농촌 현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령화와 임대차 확대로 농지 소유·이용 구조가 복잡해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다, 조사 이후의 제도 개편 방향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위법 농지 적발에 치중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수조사를 농지 소유·이용 제도 전반을 재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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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조처, 농지전수조사 졸속 추진·정책 방향 부재 비판
“위법 농지 적발 넘어 소유·이용 제도 재설계해야”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지조사 후속 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지전수조사가 충분한 사전 준비와 정책적 검토 없이 서둘러 추진되면서 농촌 현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령화와 임대차 확대로 농지 소유·이용 구조가 복잡해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다, 조사 이후의 제도 개편 방향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위법 농지 적발에 치중했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농지 전수조사, 서두른 만큼 놓친 것들’ 보고서를 내놓고 전수조사의 준비 부족과 정책 방향의 불명확성을 문제로 짚었다. 김규호 입조처 입법조사관은 “속도에 치중하다 보니 사업의 기획과 집행에 문제가 많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조사 준비 단계부터 드러났다. 정부는 올 5월 기본조사 대상 농지를 115만㏊로 발표했지만, 7월에는 136만㏊로 21만㏊(18.3%) 늘렸다. 필지별 농지 취득일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늦어진 탓이다. 하지만, 계획대로 7월말 기본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조사 결과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김 입법조사관은 “기한 내 완료라는 행정 성과를 위해 조사 품질과 정확도의 저하가 불가피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조사 목적을 둘러싼 정부의 설명도 달라졌다. 정부는 1차 기본조사에서 불법 행위 의심 농지가 27%에 달한다고 발표하며 성과를 내세웠다. 최근에는 농지 소유·이용 실태의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제도 개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애초 시행 지침은 위법 행위 적발과 행정처분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다. 김 입법조사관은 “현장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향보다 단속과 적발 의지를 더 강하게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통계 해석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농촌 현장에서는 농지 거래 위축과 임대차계약 해지 등 부작용이 잇따른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부는 거래량 증가와 가격 하락세 둔화를 근거로 시장 위축 우려에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관련 통계에 전수조사 이전 기간이 포함됐고 거래 유형과 지역별 차이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조사 영향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다만 농지시장 침체가 전수조사 이전부터 이어져 온 만큼 최근 시장 상황을 모두 조사 탓으로 돌리는 것 역시 경계했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달라진 농지 소유·이용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입조처에 따르면 비농민 소유 농지 비중은 현재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화와 상속, 임대차 확대로 농지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달라지는 사례가 늘면서 기존 제도만으로는 복잡해진 농지 이용 현실을 반영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9월21일 관행적이거나 가벼운 위반 사항의 정상화·양성화를 위한 ‘농지 특별조치법’ 제정 계획을 발표하고, 내년 ‘농지법’ 개정도 추진한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러한 제도 정비가 전수조사에 앞서 이뤄졌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전수조사를 농지 소유·이용 제도 전반을 재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농지의 관리에 관한 기본방침’ 수립 ▲농지 소유·이용 제도 전환을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 마련 ▲농지위원회·농어업회의소를 활용한 지역 중심 농지관리 체계 구축 등이 제시됐다.

김 입법조사관은 “전수조사를 통해 농지의 실태 파악 수준을 높이면서도 그 이후의 선택지가 모호하다면, 조사는 결국 위법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며 농지의 안정적인 이용과 합리적인 관리를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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