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크크·감다뒤’가 낯선 엄마, ‘기가 막히다’ 뜻 모르는 아이…말은 넘치는데 소통은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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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늙크크'라서 잘 몰라."
'늙크크'가 나이 든 사람을 뜻하는 은어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처음 듣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사 강 모 씨는 "수행평가에서 'A와 B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각각 서술하시오'라는 지시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종종 있다"며 "'기가 막히다'는 표현도 문맥에 따라 '좋다' 또는 '어이가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영어학원에서 근무하는 30대 김 모 씨는 "요즘 아이들은 '처벌'이라는 단어조차 몰라 뜻을 물어보곤 한다"며 기본적인 한자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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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외래어 확산에 소통장벽↑
15세 읽기점수 20년새 55점 하락
학생들, 독후감 작성도 AI에 의존
스스로 읽고 생각 정리할 기회 줄어
“엄마는 ‘늙크크’라서 잘 몰라.”
학부모 김 모 씨는 최근 초등학교 3학년 자녀와 대화하다 고개를 갸웃했다. ‘늙크크’가 나이 든 사람을 뜻하는 은어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처음 듣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아이가 유튜브에서 접한 ‘야르’나 ‘샤갈’ 같은 생소한 표현을 자주 써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독서에 쏟는 시간은 많지 않아 사흘을 ‘4일’로 이해하는 등 문해력도 떨어지는 것 같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1926년 ‘가갸날’로 시작된 한글날이 이달 9일 100주년을 맞는다. 100년 전 우리말을 지키고 한글을 보급하는 것이 과제였다면 오늘날에는 세대·계층 간 언어 격차를 줄이고 디지털 시대에 약화하는 읽기·쓰기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신조어가 빠르게 퍼지고 경제·기술 분야에서는 생소한 외래어가 쏟아지면서 소통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8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립국어원의 ‘다듬은 말’을 분석한 결과 어려운 외래어 등을 쉬운 우리말로 바꾼 표현은 1만 8319개에 달했다. 최근에는 ‘풀 스택(전 영역)’ ‘리밸런싱(자산 비중 재조정)’ ‘시레벨(최고 경영진)’ 등 전문 용어도 포함됐다. 특정 분야의 용어가 일상으로 확산하면서 같은 세대 안에서도 직업과 관심사에 따른 언어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20대 취업준비생 배 모 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이 반도체와 투자 관련 외래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해 소외감을 느낀다고 했다. 배 씨는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도 아는 척 고개를 끄덕일 때 자괴감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세대별 신조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꼰대’라는 표현이 널리 쓰였다면 일부 초등학생은 ‘영 크리에이터 크루’를 줄인 ‘영크크’의 반대말인 ‘늙크크’를 사용한다. 한때 ‘헐’이나 ‘뷁’이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신날 때 쓰는 ‘야르’, 불쾌감을 표현하는 ‘샤갈’, 감각이 떨어졌다는 뜻의 ‘감다뒤’ 등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고 있다.
이찬규 중앙대 인공지능인문학연구소 소장은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분리된 공간에서 소통하면서 서로 다른 방언이 생기는 것과 같은 ‘사회적 방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새로운 말이 너무 빠르게 생겼다가 사라지면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말을 모르는 것을 넘어 기본적인 어휘와 문장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5’에서 한국 15세 청소년의 읽기 영역 평균 점수는 501점으로 2022년보다 14점 하락했다. 2006년 556점과 비교하면 55점 낮은 수준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강 모 씨는 “수행평가에서 ‘A와 B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각각 서술하시오’라는 지시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 종종 있다”며 “‘기가 막히다’는 표현도 문맥에 따라 ‘좋다’ 또는 ‘어이가 없다’는 뜻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리말 어휘에 대한 이해 부족은 영어 교육 현장에서도 나타난다. 영어학원에서 근무하는 30대 김 모 씨는 “요즘 아이들은 ‘처벌’이라는 단어조차 몰라 뜻을 물어보곤 한다”며 기본적인 한자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설명에 사용되는 우리말부터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이다.
인공지능(AI)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 책을 읽지 않고 챗GPT 등 생성형 AI가 작성한 독후감을 제출하는 학생들이 나타나면서 스스로 글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교사들은 독후감이 글쓰기 연습이 아니라 AI에 명령을 내리는 프롬프트(지시어) 활용 과제가 된 것 같다고 푸념한다.
임동훈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디지털 기술 발달로 지식 습득 수단도 기존 활자에서 유튜브 등으로 바뀌며 언어 사용 행태 또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신조어 자체보다 이러한 변화가 읽고 이해하는 능력의 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이유진 기자 real@sedaily.com신서희 기자 sh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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