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이집트 정상회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아시아 첫 사회보장협정 체결 이집트 내 韓 산업단지 조성 구상도
이재명 대통령과 압델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제공=뉴스1
한국과 이집트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에 공식 착수했다. 인구 1억명이 넘는 아프리카 2위 경제국과 교역 문턱이 낮아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중동 및 아프리카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국빈 방한한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이 같은 회담 결과를 공개했다.
알시시 대통령의 방한은 2016년 이후 10년 만으로 지난해 11월 이 대통령의 이집트 국빈 방문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두 정상이 다시 마주 앉았다.
두 나라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CEPA 협상 개시 공동선언문을 비롯해 조선·해양, 청정에너지, 전력 인프라,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전략산업과 사회·문화 분야를 아우르는 협력 문건 12건을 채택하며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한 단계 끌어올렸다.
CEPA는 상품·서비스 시장 개방에 투자와 산업 협력까지 담는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으로, 양국은 2022년 무역·경제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맺고 경제적 타당성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후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추진에 합의했으며, 올해 1월 통상당국 간 공동선언문 서명을 거쳐 이번에 협상 테이블이 공식적으로 열렸다.
아울러 사회보장협정도 체결됐다. 이집트가 아시아 국가와 사회보장협정을 맺은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현지에 파견된 근로자가 양국에 연금 보험료를 이중으로 내야 하는 부담이 사라지면서 기업 인력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 친환경 조선·전력 인프라부터 방산 현지 생산까지
이번 산업 협력의 축은 조선과 에너지다. 한국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이집트의 친환경 조선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에너지 전환과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한 것. 인공지능(AI)과 고속 인터넷, 사이버보안 등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도 협력 기반을 다졌다.
방산 분야에서는 K-9 자주포 공동생산을 성공 모델로 꼽았다. 단순 무기 수출에서 나아가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을 키우는 호혜적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알시시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이집트 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양국 관계를 격상하기로 하면서 한국은 중요한 파트너국이 됐다. 한국과의 관계는 질적으로 크게 도약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이집트에 진출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과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집트 내 한국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이곳에서 만든 제품을 이집트가 맺은 FTA 네트워크를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으로 수출하는 구상도 내놨다.
■ 인구 1억1000만명·평균연령 26세…아프리카 2위 경제국
이집트는 시장 규모와 성장성을 동시에 갖춘 곳으로 평가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집트의 2025년 국내총생산(GDP)은 3473억달러로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크다.
코트라(KOTRA)는 이집트를 인구 1억1000만명, 평균연령 26세의 젊은 대형 시장이자 중동·북아프리카를 잇는 전략 거점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외환위기 완화와 외국인직접투자(FDI) 확대에 힘입어 이집트의 경제성장률이 4%대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양국 교역 규모는 아직 잠재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집계 기준 지난 2025년 한-이집트 교역액은 17억4000만달러 수준이다.
■ "관세 장벽 낮추고 미국·유럽 우회 수출 거점으로"
업계에서는 CEPA가 수출 확대를 비롯해 생산기지 다변화라는 두 가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집트 측은 양국 공동연구 결과, CEPA가 경제 협력을 심화할 전략적 기회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협정은 관세 인하에 그치지 않고 투자와 기술 이전, 산업 개발, 역량 강화까지 포괄할 예정이다.
수에즈운하 경제 특구도 주목을 받는다. 미국·이집트·이스라엘 간 특화산업지대(QIZ) 협정을 활용하면 특구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특혜 관세로 수출할 수 있어, 우리 기업의 새로운 대미 생산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재 시장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우리 화장품의 대이집트 직수출은 2022년 7만7000달러에서 지난해 108만6000달러로 3년 새 10배 넘게 늘었다.
이 밖에 양국은 내년을 '한·이집트 상호문화교류의 해'로 정하고, 고등교육 협력 양해각서를 10년 만에 개정했다. 가자지구 등 중동 평화를 위해 공조하기로 했으며, 알시시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공존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지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은 "알시시 대통령의 10년 만의 방한과 1년 만에 이루어진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을 통해 한·이집트 관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으며, 양국 협력에는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평가했다